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을 지낸 도널드 럼즈펠드가 별세했다고 외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8세.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럼즈펠드의 가족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럼즈펠드 전 장관이 뉴멕시코주 타오스에서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그의 아내,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 그가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삶의 진실함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럼즈펠드는 1975~1977년 제럴드 포드 행정부, 2001~2006년 부시 행정부에서 각각 국방장관을 지냈다. 특히 부시 행정부 시절 미국의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끌었다.
로이터통신은 럼즈펠드 전 장관이 이라크전의 주요 설계자였다고 전했다.
AP에 따르면 럼즈펠드는 미국 국방장관을 두 번 역임한 유일한 인물로, 첫 재임 때는 역대 최연소였으며 두번째 재임 때에는 최고령 장관이었다.
그는 1988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해 나서기도 했다. 백악관 비서실장, 대통령 고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대사,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중동 특사 등 다양한 고위직도 역임했다.
그러나 국가안보 정책에서 매파이자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대표적 인물로 여겨진 럼즈펠드는 이라크전과 아프간전의 무리한 수행을 기획하고 이끌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AP는 모든 업적에도 불구하고 럼즈펠드의 유산 중 가장 뚜렷하게 아로새겨질 가능성이 있는 것은 그의 경력 황혼기에 있었던 이라크에서의 좌절이라고 전했다.
2001년 두번째 장관이 된 뒤 터진 9·11 테러는 미국을 준비되지 않은 전쟁으로 밀어넣었고 그는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탈레반 정권 전복을 감독했다고 AP는 전했다.
이후 부시 정부는 9·11 테러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이라크로 관심을 돌렸고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이 2003년 3월 시작돼 바그다드를 함락시켰지만 미군과 연합군은 격렬한 반발에 휩싸였다고 AP는 전했다.
또 아프간전은 이라크전의 뒷전으로 밀려나 탈레반 복귀의 길을 열었다고 AP는 지적했다.
럼즈펠드는 직설적이고 논쟁적인 언사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그는 2002년 이라크가 테러리스트에게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한다는 증거가 부족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정보의 불확실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당시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보고는 항상 내 관심을 끈다"며 "왜냐면 (정보에는) '안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knows),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known unknowns),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것'(unknown unknowns)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뚝뚝한 태도와 금언 같으면서 이해하기 힘든 이런 발언은 그를 전쟁 반대론자들의 공격 대상으로 만들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럼즈펠드는 2004년 미군의 이라크 수감자 학대가 드러나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 내 반전 정서가 퍼지는 가운데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2006년 11월 부시 당시 대통령은 럼프펠드의 사의를 수리, 그는 12월 퇴임했다.
럼즈펠드는 두번째 장관 재직 때인 2003년과 2005년 한국을 방문한 바 있고 백악관 비서실장 때인 1974년에도 포드 대통령을 수행해 방한하는 등 몇 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는 퇴임 후 회고록에서 외교적, 경제적 대북 압박을 통해 북한내 군부의 김정일 체제 전복 유도를 구상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럼즈펠드는 책임을 결코 피하려 하지 않았다면서 "모범적인 공직자이자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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