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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한국어의 존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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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한국어의 존대법

한국어의 존대법을 바르게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하다. 외국인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존대법이고, 그 다음이 서술어의 어미 활용이다. 과거에도 한 번 “커피 나오셨어요”라는 제목으로 장황하게 말한 적이 있는데, 한 번 더 강조해야 할 것 같아서 존대법의 종류와 예를 충분히 들어 써 보고자 한다. 아주 오래 전에 은사님의 퇴임식에서 사회를 보면서 “재미있게 놀다가 편안히 귀가하시길 바랍니다.”라고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눈치였다. 어른들한데 “재미있게 놀라”고 하는 것이 꼭 반말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쁜데, 한국어학과 교수가 사회 보는 것이니 틀리지는 않을 것인데, 뭔가 찝찝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렇다. 우리말은 마지막에 있는 서술어에 주체존대선어말어미 ‘-시-’를 붙이면 기본적인 높임법으로 맞는 것이다. “어버지께서 신문을 보며 식사를 하신다.”라고 하면 되는 것인데, 굳이 “아버지께서 신문을 보시며 식사를 하신다.”라고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주어가 다를 경우에는 각 문장마다 ‘-시’를 붙여야 한다. 예를 들면 “아버지는 신문을 보시고, 어머니는 저녁을 지으신다.”와 같이 각각 다른 주체가 있을 경우에는 서술어마다 주체존대선어말어미(-시-)를 붙여야 한다. 다만 이것은 사람에게만 이런 것을 붙이지 사물에는 쓸 수 없는 말이다. 즉 “커피 나오셨어요.”나 “엄마, 전화 오셨어요.”라고 하면 틀리는 문장이다.

주체높임

우선 주체높임이라는 것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서술어의 주체(주어)를 높이는 방법이다. 그러면 말하는 내용의 주체는 어떻게 높이는 것일까 알아보자.

김 선생님께서 학교에 가십니다.

할아버지께서 저녁 진지를 잡수십니다.

(이하 인용문은 허용 외의<한국어교육학 개론>에서 인용함)

위의 예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주체를 높이는 방법의 가장 기본적인 것은 서론 부분에서 말한 것과 같이 보통 서술어에 ‘-시-’를 사용하여 문장의 주체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런 경우는 주로 말하는 사람보다 지위가 아주 높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 어른들의 경우 서로 친숙하지 않아 격식을 차려야 할 경우에 사용한다. ‘김 선생님’과 ‘할아버지’가 높임의 주체임을 알 수 있다.

상대높임

한국어의 높임 표현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다. 즉 듣는 상대를 높이는 방법이다. 여기에는 ‘아주높임, 예사높임, 예사낮춤, 아주낮춤’이 있다.

김 선생님, 지금 학교에 가십니까?(아주 높임)

김 선생님, 지금 학교에 가시오.(예사높임)

김 군, 지금 학교에 가나?(예사낮춤)

태호야! 지금 학교에 가니?(아주 낮춤)

와 같다. 흔히 압존법(壓尊法)이라는 것이 있다. 높여야 할 대상이지만 듣는 이가 더 높을 때 그 공대를 줄이는 어법이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왔습니다.”, “할아버지, 아비가 아직 안 왔습니다.” 라고 하는 것 따위를 말한다. 듣는 이가 말하려고 하는 주체보다 지위가 높거나 나이가 많으면 말하려는 주체를 낮추어야 한다. 예를 들면 어린 제자에게 남편을 말할 때는 “사부님(요즘은 이런 표현도 가능하다.)께서 아직 안 들어오셨다네.”와 같이 쓰고, 시아버지가 물어보실 때에는 “아범 아직 안 들어 왔습니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객체높임법

객체높임이란 문장의 목적어나 부사어가 나타내는 대상에 대한 높임의 태도를 말한다.

어제 태호는 어머니를 모시고 영화를 봤어요.

이 책을 선생님께 드리고 와라.

위의 문장에서 보는 바와 같이 높임의 대상이 나올 때에 서술어를 높이는 표현을 객체높임이라고 한다.

우리말은 상황에 따라 높임의 표현방법이 다르다. 아직 우리는 “커피 나오셨어요.”와 같은 표현에 익숙하지 않다. 이왕 한국인으로 우리말을 구사할 바에는 바르게 표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이왕 길어진 문장이니 사족을 좀 달아 보자. 직책은 성명 앞에 붙이는 것이 겸손한 표현이다. 군대에 가면 관등 성명을 밝히는 것을 먼저 배운다. 상관이 옆구리를 쿡 찌르면 “예, 이병 최태호”라고 답한다. “예, 최태호 이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이것이 바른 표현이다. 스스로 “최태호 교수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겸손한 표현이 아니다.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 최태호입니다.”라고 직책을 앞에 놓는 습관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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