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특기생의 성적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남공업고등학교 교사들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판사 예혁준)은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상석 전 영남공고 교장과 김종일 전 체육부장에게 각각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안OO 교육연구부장 출신 교사와 박OO 사회교과 교사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과 3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네 명은 2016년경 학업성적 미달로 대회출전이 어려워진 체육특기생의 성적을 학생 의사와 상관없이 멋대로 조작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성적조작은 성범죄, 금품 수수, 체벌과 함께 '교원 4대 비위'에 해당한다.
2016년 당시 대구교육청은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체육특기생들이 최저학력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학생선수의 대회경기 출전을 제한하는 최저학력제를 학교에 권고했다.
영남공고는 카누 체육특기생을 양성하는 '카누부'를 운영했는데, 마침 소속 학생선수 A의 사회 과목 성적이 최저학력 기준에 미달했다. '카누'는 작고 좁은 배를 노로 저어, 속도를 겨루는 수상 경기다.
카누부 지도를 담당했던 김종일 체육부장은 2016년 12월 28일 학생선수 A의 성적 미달 사실을 알아차리고, 담당 사회 교사 박OO 씨에게 전화해 이런 부탁을 했다.
비슷한 시기, A의 성적미달 사실을 알게된 안 연구부장도 권OO 교감과 이상석 교장에게 순차적으로 해당 내용을 보고했다.
그러자, 이상석 교장은 안 부장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상부의 지시에 따라 일은 착착 진행됐다. 안 부장은 박 교사에게 전화해 상부의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 출장으로 학교에 없던 박 교사는 같은 교무실을 사용하던 김아무개 교사에게 자신의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이어 그는 "안 부장이 요구하는 대로 협조하라"고 일렀다.
김 교사는 안 부장의 지시대로 학생 A의 2016년 2학기 사회 교과 수행평가 중 '학습준비 태도' 점수를 10점에서 20점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학생 A의 성적은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향 조작됐다.
학생 성적이 조작된 2016년 12월 28일 당일은 성적을 수정할 수 있는 날도 아니었다. 당시 1학년 사회 과목은 교과 담당교사를 거쳐, 교육연구부 전산담당자가 마감을 한 상황이었다.명확한 오류 등이 아니면, 교과 담당 교사라도 임의로 나이스에 접속해 수정 입력할 수 없는 단계였다.
피고인 이상석 교장-김종일 체육부장-안OO 교육연구부장-박OO 교사는 조직적으로 학생 A의 성적 조작을 강행했다. 이들의 범죄는 단순 조작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조작된 성적을 이용해 교육청과 기관 등을 속이기도 했다.
김종일 부장은 A의 성적을 상향 조작한 이후, "학생 A를 포함한 영남공고 학생선수 전원이 최저학력 기준에 도달했다"는 공문을 작성해 교육청에 보고했다. 이어 김 부장은 학교장 확인서와 전국카누대회 출전 신청서를 기안해 이상석 교장에게 결재를 올렸다.
이상석 교장은 김 부장이 올린 학교장 확인서에 서명한 후, 이를 첨부한 전국카누대회 출전 신청서를 대회 주관자인 대한카누연맹에 제출했다. 즉, 성적 조작 사실을 알고 있던 이 교장도 김 부장과 함께 기만 행위를 범한 셈이다.
결국 대회 출전 자격이 없었던 학생 A는 2017년 4월 18일경 진행된 전국카누대회에 학생선수로 출전했다. 검찰은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이 교장과 김 체육부장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안 연구부장과 박 교사에겐 각각 벌금 700만 원과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안OO 부장과 참고인 김OO 체육 교사의 진술이 상충하기는 하나, 누구의 진술이 정확하든 간에 피고인 안 부장은 피고인 김종일이나, 김 교사로부터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 학생선수 A의 성적 수정을 지시할리 없다는 건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고인 김종일이 성적을 수정하는 게 불법인지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교사인 피고인이 이 점을 알지 못했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단지 카누대회 참가를 위한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성적을 수정하는 게 위법하다는 건 교사가 아닌 일반인이더라도 알 수 있는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영남공고 교사 B 씨는 "공고 학생들이 인문계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적에 관심이 적다고 생각하고 교사들이 함부로 이런 일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B교사는 "성적조작은 당연히 큰죄라고 생각했는데, 재판내내 끝까지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교사들 잘못에 비해 선고 결과가 벌금형에 그쳐 아쉽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