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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세력이 입은 군복, 한국 기업이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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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세력이 입은 군복, 한국 기업이 만든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이노그룹에게 미얀마는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까?"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한국 기업, 이노그룹을 아시나요?

이노그룹이란 한국 기업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얀마에서 무려 13개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노그룹의 홈페이지(☞ 바로 가기)를 보면 이 회사는 금융에서부터 건설과 의류 봉제업 등을 아우르고 있고, 사회공헌 활동으로 미얀마에서 'K-POP 콘서트'도 열었다고 홍보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미얀마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면서 좋은 일도 하는 한국 기업으로 보입니다.

이노그룹 홈페이지 첫 화면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럭셔리 라이프를 지향하는 고급 주거단지사업인 '이노시티' 사업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양곤에서 호화주거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은 올해 2월의 군부 쿠데타 이후에 들려오는 뉴스와 언뜻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업이 계속되는지 궁금해서 해당 페이지를 들어가 보면 2021년 5월 현재에도 이노시티 사업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 '미얀마의 정치 상황'으로 건설인력들이 정상 투입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점차 인력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란 설명이 있기는 합니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미얀마 시민들이 총파업을 비롯한 시민불복종운동을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고급주거단지 건설을 지속하고 있는 이 기업에 대해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UN과 국제 앰네스티가 지목한 기업

2019년 8월, 유엔의 미얀마에 대한 국제독립진상조사단(UN Independent International Fact-Finding Mission on Myanmar)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인 MEHL과 MEC와 사업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명단을 발표합니다. 여기에는 한국 기업들도 포함되었는데 대표적인 기업이 포스코와 이노그룹입니다. 특히 이노그룹은 MEHL과 골프장, 건설사업, 의류봉제회사에서 MEHL과 합작 투자를 하고 있었으며, 포장생산회사는 MEHL이 조성한 공단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었습니다. 무려 4개의 업체가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과 연관이 된 것입니다. 2020년 11월에 국제 앰네스티는 이 유엔 보고서에 언급된 MEHL이 로힝야 학살을 자행한 33경보병여단(이 부대는 군부 쿠데타에 맞서는 미얀마 시민들 역시 무자비하게 진압했습니다)을 비롯한 군부대에 배당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MEHL과 연관된 기업에 질의서를 발송했습니다. 이노그룹 역시 국제 앰네스티의 질의서에 대해 답변을 했습니다. 답변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MEHL과의 합작한 3곳의 사업이 수익이 나지 않아 MEHL에 배당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권 침해와 연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노그룹의 답변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생하기 이전의 답변입니다.

군복 생산을 포함해 증폭되는 군부와의 유착 의혹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서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 3월, 이노그룹이 운영하는 의류공장에서 미얀마 군복이 생산되고 있다는 제보가 SNS를 통해 제기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온라인 영문 뉴스도 최근 보도되었습니다.(☞ 관련 기사 : <iNEWS> 6월 8일 자 'South Korea Inno Group for the Burmese Dress')

▲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시민불복종 운동 단체 트위터(@ChanKkmp)갈무리(https://twitter.com/ChanKkmp/status/1370405856639135746).

이 군복이 생산되고 있는 공장이 이노그룹이 운영하는 의류공장 중의 하나라는 주장과 보도가 있지만, 미얀마 상황이 엄중해지면서 이에 대한 추가 확인은 어려운 상황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노그룹이 미얀마 군부와 유착되었다는 주장의 근거가 MEHL과의 합작이나 군복 생산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노그룹이 미얀마에 진출한 2007년은 군부가 미얀마를 철권통치하던 시기입니다. 이노그룹이 MEHL과의 합작을 비롯하여 무려 13개 사업을 진행했다는 것은 군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미얀마의 상황을 잘 아는 분들의 지적입니다. 단적으로 이노그룹의 주력사업인 이노시티는 미얀마 국방부의 부지에 건설되었다고 이노그룹은 밝히고 있습니다.(☞ 바로 가기) 실제로 이노시티의 건설 준공식에는 MEHL의 고위 관계자뿐만 아니라 미얀마 정부 관계자들도 참여하였고, MEHL 경영책임자는 이 사업이 MEHL과 함께하는 사업이라고 준공식에서 밝혔습니다.(☞ 바로 가기)

▲ '미얀마 양곤 이노시티 공식사이트'에 올라온 2016년 5월 3일 자 '이노시티 뉴스레터 4호'.

미얀마 군부의 토지 위에서 미얀마 군부의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노시티 사업이 왜 군부 쿠데타 이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지 그 의문은 쉽게 해소되었습니다.

군부와 유착한 이노그룹의 사업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이노그룹은 UN에서 MEHL과의 연계가 지적 받은 2019년 이후에도, '미얀마 이노그룹 양곤 사업장 방문' 행사를 기획하여 한국 투자가들을 양곤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이노그룹의 미얀마 사업을 홍보하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기획된 이 행사는 적어도 이노그룹이 로힝야 학살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적에 대해 별다른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이노그룹이 군복 생산 의혹을 해명하지 않고 이미 제기된 군부와의 유착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군부의 학살에 분노한 미얀마 시민들의 마음을 결코 얻지 못할 것입니다. 시민들을 학살하고 잔인하게 고문한 군부와 협력한 기업이라면 군부의 쿠데타가 설사 성공한다 할지라도 이노그룹의 미얀마 사업은 미얀마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계속 비판받거나 제재의 대상이 될 것입니다.

이노그룹이 지금 할 일은, 제기되고 있는 군부와의 유착에 대해 해명하고 사실이라면 응분의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MEHL에 배당을 하지 않더라도 군부와 연결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국 기업에게 부여된 인권 존중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노그룹은 미얀마를 '기회의 땅'이라고 홍보해왔습니다. 미얀마가 기회의 땅이었던 것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고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에 이와 상관없는 중국과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진출이 용이했던 측면도 있습니다. 군부와의 유착을 통해 미얀마에서 사업을 벌여온 이노그룹에게 지금의 미얀마 상황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이노그룹에게 미얀마는 여전히 기회의 땅입니까?

* 덧붙이는 글 : 국제민주연대를 비롯하여 110개가 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있는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모임은 6월 10일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강남 포스코 센터 앞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한 연대의 밤 행사를 개최합니다. '미얀마에서 온 편지, 한국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이뤄지는 이번 행사에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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