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또 한 번 '윤석열 공방'이 벌어졌다. 나경원, 주호영 전 원내대표는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발언에 집중 포화를 퍼부으며 경선 막판 주도권 장악에 총력을 기울이면서다.
나 전 원내대표는 8일 국민의힘 유튜브 방송이 자체 주관한 4차 방송토론에서 윤 전 총장의 의사를 "직접 확인했다"고 2회나 강조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윤 전 총장은) 경선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우리가) 계속 '이준석 리스크'를 말하는 것이, (이 전 최고위원은) 윤 전 총장에 대해 보호하는 듯하지만 민주당과 똑같다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 측에서 입당에 대해 주저하는 쪽으로 발언과 입장이 나왔고, 결국 오늘 아침 우리 당 의원들 행사에 윤 전 총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가 취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전당대회 과정에서 보인 태도를 보면 '버스 정시출발론을 제기했더니 윤석열이 입당하기로 바로 화답했다'고 가볍게 대선후보를 깎아내리는 듯한 태도, 또 윤 전 총장의 네거티브에 대해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태도 등이 문제"라고 공격했다.
나 전 원대대표가 말한 '윤석열 네거티브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부분은, 이 전 최고위원이 지난 6일 MBN 방송 인터뷰에서 이른바 '장모 10원 한 장' 논란에 대해 "아무리 봐도 지금까지는 전언에 가까운 것"이라고 하면서도 "검사의 전문적인 식견으로 사안을 들여다보고 판단을 했다면 나중에 그 결과까지 책임을 져야 할 것", "최고의 검사라는 분이 만약 문제 있는 사람을 문제가 없다고 옹호한 것이라면 공사 구분에 대해 정치인의 자질로서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고 한 것을 말한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방어해 주는 게 아니라 민주당 네거티브에 호응해주는 것", "(말로는) 꼭 들어와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 이런 방법으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비슷한 취지의 비판을 제기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지금 벌써 '국민의당과 합당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 '윤 전 총장 입당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무엇 때문에 그런 우려가 나는지 잘 판단해 달라"고 모두발언에서부터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했다.
주 전 원내대표 역시 이 전 최고위원의 MBN 방송 인터뷰를 문제 삼았다. 그는 "최근 당 안팎에서 윤 전 총장을 '디스'하는 듯한 발언이 많다"며 "이 전 최고위원이 (방송에서) '형사적 문제가 되면 어쩔 수 없다'고 한 것은 민주당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주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것도 우려스런 부분"이라며 "이런 것들이 '이준석 당 대표' 가능성 때문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다른 사람을 비난하고 다른 사람은 못 하느니 마느니 할 게 아니라 대안을 설명해야 한다"며 "'누구는 할 수 있다, 없다' 이런 구호에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오히려 "저같은 경우 김어준 씨 라디오 방송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의혹에 적극 방어도 하고, 윤 전 총장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할 TK(대구·경북) 당원들과의 결헙에 대해서도 대구(합동연설회) 연설에서 '탄핵의 강을 넘자'는 연설을 해서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문제가 된 자신의 방송 인터뷰 발언에 대해서는 "전제가 '10원 한 장' 발언은 전언한 분(정진석 의원)이 가미한 발언이라는 것"이라며 "전언이 잘못된 것이고, 윤 전 총장은 법률가이기 때문에 지금 왜곡된 검찰이라고 해도 검찰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냈을 때 비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마음에서 드린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석, 나경원에 2차례나 "비열하다" 직격…눈물 보인 나경원
당권 주자들 간의 감정 대립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윤석열 공방'에 앞서 주도권 토론에서 나 전 원내대표에게 먼저 칼을 뽑은 것은 선두를 달리는 이 전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TK지역의) 전통적 당원들이 안철수·윤석열 등 다른 생각을 가졌던 후보들과 결합하는 데 있어서 장애물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나 전 원내대표를 겨냥해 "'박정희 공항', 이런 게 도움이 됩니까?"라고 도발하듯 물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또 이날 수 차례 나 전 원내대표가 자신에 대해 '윤석열 배제론' 공격을 펴는 것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대선을 하는 데 이런 식으로 곡해해서 전투에 돌입하면 지금까지처럼 프레임 전쟁에서 백전백패할 것"이라거나 "제가 윤 전 총장에 대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결탁했다는 것은 음모론이고 유튜버들이 하는 것이지 정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이 하시는 전략으로는 비열하다"고 면전에서 강도 높게 비난했다.
나 전 원내대표가 '비열하다'는 표현에 발끈한 듯 입을 열려 하자 이 전 최고위원은 "질문이 아니었다"며 발언 기회를 차단했다.
설전은 '윤석열 공방'을 넘어 '이준석 설화론'으로까지 이어졌다. 나 전 원내대표는 돌아온 발언 기회에 "이 전 최고위원에 대해 거침없는 말, 사이다 같은 말이라고 환호하기도 하지만 당 대표 입장에서는 부적절하다고 했는데 어제 토론회에서도 또 '호들갑', '망상', '가짜뉴스'(등의 표현을 했다)"며 "오늘도 저에게 하는 말을 보면, 2위 후보니까 위협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매우 적대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물러서지 않고 "저에 대해 막말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고 추가 반박을 하면서 "이준석 리스크는 나 전 원내대표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이고, 원내대표 때 '우리 지지하지 않는 국민은 문빠·달창'이라고 한 분은 누구냐. 그런 리스크는 본인이 더 우려받고 있다"고 맹반격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달창' 발언에 대해 "제가 그 부분은 즉각 사과했는데 민주당이 프레임 전쟁을 했던 것"이라며 "그런 민주당 사람들이 하는 것 같은 공격은 하지 말아달라"고 언성을 높여 불쾌감을 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그러나 "경험·경륜을 얘기하며 네거티브를 계속 제기하는 방식이 보수 유튜버들 방식과 유사하다"며 "민주당에 공격당할 빌미를 줘서 공격을 당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공격이 들어오면 다 '민주당이 하는 공격'이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이 전 최고위원은 오히려 "당내 인사에 대한 프레임 씌우기, 보수 유튜버들이 좋아하는 '모든 것은 김무성·유승민이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것이 얼마나 비열하고 당대 화합을 저해하는 요소인지 안다면 중단하라"고 '비열하다'는 표현을 나 전 원내대표에게만 2번째로 사용했다. 주 전 원내대표가 마찬가지로 '윤석열 배제론'을 편 데 대해서는 "지적한 부분, 예를 들어 윤 전 총장에 대한 표현이 미흡했다는 부분은 잘 살피고 보완 노력을 하겠다"고 답한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이) 말씀은 잘 하는데, 정치는 머리로만,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정치는 가슴으로 하는것이라는 점을 새겨 달라"고 재차 불쾌감을 표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이 전 최고위원이 청년할당제 폐지를 주장하는 데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최고위원·비대위원이 되고 공천을 받은 게 모두 청년할당제 덕이고 사실상 그 결과였다. 그런데 지금 와서 폐지하겠다는 게 정말이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퓨처메이커로 (서울 노원갑 총선) 공천을 받았는데 거기서 2년 넘게 고생한 청년은 남양주로 밀려났다"고도 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왜곡"이라며 "공정하게 면접 봐서 제가 비교우위를 갖고 공천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주 전 원내대표와 패스트트랙 재판 책임론 공방을 벌이면서는 감정이 격해진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주 전 원내대표가 자신을 '강경 보수'라고 비판하자 "제가 원내대표일 때는 보수조차 분열돼 있었고 그것을 하나로 한 게 저와 황교안 대표 리더십이었다"라면서 "그 책임을 다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에 무한한 핍박을 받았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주 전 원내대표는 앞서 이날 <한겨레> 인터뷰에서 나 전 원내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나 전 원내대표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거절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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