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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캠페인과 깜빠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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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캠페인과 깜빠니아

오랜만에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우리 남한의 표준어와 북한의 문화어는 태생적으로 차이가 있다. 표준어는 ‘서울에 사는 교양있는 사람이 두루 쓰는 말’을 기준으로 하고,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쓰되 어법에 맞도록함을 원칙으로 하고,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하며,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는다.

한편 문화어(북한의 표준어에 해당함)는 지역적으로는 평양말, 계층적으로는 노동 계급의 말을 기본으로 하여 주체적, 혁명적, 문화적으로 조성한 북한의 표준어이다. 1966년 김일성 담화 “조선어의 민족적 특성을 옳게 살려 나갈 데 대하여”에 의해 제정된 것으로, 그 기본 발상은 지금까지 서울말을 바탕으로 하는 남한의 표준어로부터 독립된 공용어를 가져 독자성을 확립(<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 재인용)하고자 만들었다. 표준어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던 모양이다.

남한의 표준어는 자유주의 사상을 근간으로 하고 북한의 문화어는 주체사상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점차로 이질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남한에서는 1970년대 들어 언론계, 교육계, 민간단체 등 사회 각 분야에서 국어순화운동이 활발히 일어났다. 그리하여 각 기관·단체별로 서구어 계통 중심의 상호·상품명과 스포츠 용어, 일본어 계통 중심의 영화·연극·음악·건축 분야 등의 용어들을 정리하여 새로운 단어로 만들었다. 1976년에는 문교부 안에 ‘국어순화운동협의회’를 정부 각 부처 실장 및 국장 11명과 학계 및 언론계 인사 9명으로 발족하고, 이어 국어심의회 속에 ‘국어순화분과위원회’를 위원 28명으로 발족하기에 이르렀다.(<한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 요약함) 북한의 문화어는 1966년 5월 김일성이 주창한 '문화어 정책'에 따라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이 운동은 외래어를 배격하고 순수 우리말 어휘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다음백과> 참조)

문제는 이후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거 한때는 남북한 공동사전편찬사업을 하는 등 언어의 이질화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정권이 계속 바뀌면서 공동사전편찬사업은 예산이 점차로 줄어들어 유명무실하게 되어 가고 있다. 현재 2018년 12월 24일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사업회법' 개정(2022년 4월까지 사업기간 3년 연장)되어 있는 상태나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정권의 변화와 사전의 편찬은 상관관계가 없어야 한다. 남한에서는 외래어를 차용할 때 영어를 주로 사용했지만, 북한에서는 러시아어를 사용한 것이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캠페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북한에서는 ‘깜빠니아’라는 러시아어를 적용하였다. 같은 의미를 가지고 다른 용어를 사용하게 되면 민족 간에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 그러므로 서로 상호보완하고 용납해 가면서 공통적인 단어를 사용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 )안의 것이 북한의 말이다. 나이테(해돌이), 계단논(다락논), 주먹밥(줴기밥) 등과 같이 순우리말에도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외국어가 포함된 단어는 더욱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볼펜(원주필), 리듬체조(률동체조), 립스틱(입연지), 헬리콥터(직승기), 악세서리(치레걸이), 프라이팬(붂음판) 등과 같이 북한에서는 순우리말을 중심으로 새로운 단어를 형성하기도 했고, 직승기와 같이 한자어를 활용하여 영어를 배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말이라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것도 있다. 우리말로 서명(흔히 싸인한다고 표현하는 것)을 북한에서는 ‘수표’라고 한다. 아마도 손으로 표기한다고 해서 한자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흔히 ‘수표’라고 하면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지만, 고액의 돈다발 대신 한 장의 수표를 가지고 다녔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은행 계좌를 북한에서는 ‘돈자리’라고 하니 남•북한의 사람이 만나서 한 사람은 계좌를 개설하자고 하고, 한 사람은 돈자리를 만들자고 하면 누가 알아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언어는 시대를 반영하며 늘 변하는 것이기에 신중하게 만들고 정리해야 한다. 더 이상 이질화되기 전에 표준어와 문화어를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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