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혈단신으로 외롭게 홀로 살아온 80대 할머니가 길바닥에 몸을 맡기고 평생 모은 돈을 고향에 기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잔잔한 감동의 여운을 가시지 않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전북 정읍시 칠보면사무소에 작고 갸냘픈 체구의 한 할머니가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해 왔다.
금방이라도 바닥에 넘어질 것만 같은 할머니의 모습에 면사무소 관계자들은 할머니가 단지 민원 업무로 찾아온 것으로 알았을 뿐 전 재산을 모두 기부할 분으로는 눈치를 전혀 채지 못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박순덕(86) 할머니는 재산 기부를 되려 부끄럽게 생각하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
칠보가 고향인 박 할머니는 여느 할머니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시절 어려운 형편에 배우지 못한 그 한을 재산 기부를 통해 조금이라도 성취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정읍까지 온 이유였다.
박 할머니가 이날 칠보면사무소에 기부한 금액은 총 3550만 원이나 되는 그야말로 할머니에게는 거금이자 전 재산이었다.
3550만 원을 박 할머니가 어떻게 모았는지를 알게 된 순간 면사무소 직원들의 눈가엔 눈물이 글썽거리며 할머니의 모습만 아른거렸다는 후문이다.
왜. 기부한 전액은 박 할머니가 평생토록 폐지 등을 모아온 돈이기에 그 값어치는 단순하게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할머니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돈이다.
그런 돈을 아낌없이 고향까지 내려와 기부한 것은 이렇다.
박 할머니는 "어린 시절 어려운 형편에 공부를 포기했던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렇게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박 할머니는 기부한 돈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정이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정관 칠보면장은 "거동이 불편하신데도 불구하고 직접 고향으로 내려와 평생 모은 돈을 전달해 주신 그 깊은 뜻이 헛되지 않도록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소중히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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