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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 연결과 한반도 평화 기원하며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걷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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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 연결과 한반도 평화 기원하며 부산에서 임진각까지 걷는 사람들

[기고] 노근리에서 대전충청 구간 걷기 시작한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

남북철도를 연결한 한반도 조형물을 밀고 끌며 지난 4월 27일 부산역을 출발한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단은 5월 26일에 충북 영동 노근리에 도착했다. 행진을 시작한 지 26일차가 되는 날이다.

이 날은 대전충청 구간 행진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한국전쟁 기간에 발생한 미군에 의한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지인 노근리 쌍굴 앞에서 대전충청 구간 행진을 시작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노근리 선 행진단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 안 돼"

노근리 사건은 피난 중이던 한국인을 향해 미군이 전투기와 기관총 등으로 무차별 공격을 가하여 수백 명의 한국인을 학살한 사건이다(아래 사건 개요 서술은 <노근리에서 매향리까지> (노근리에서 매향리까지 발간위원회 엮음, 깊은자유)에서 인용함).

1950년 7월 26일 정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주곡리, 임계리 등지의 주민 500~600명이 미군의 인솔에 따라 경부선 철도를 따라 피난하던 중 노근리에 이르자 미군이 전투기로 폭탄과 기총사격을 가했다. 수많은 사람이 즉사했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철로 아래 쌍굴과 배수로, 철로변 아카시아나무 숲 속에 숨었다. 미군은 총격을 가하여 흩어진 생존자들을 모두 모아 큰 쌍굴 안으로 몰아넣었다. 미군은 이날 오후 3시께부터 29일 새벽까지 무려 60시간 동안 터널 속을 향해 기관총 사격을 했다. 청장년 남자들은 밤을 틈타 도망하기도 했지만 아녀자와 노인들은 그럴 수 없었다.

몇 명이 사살당했는지, 왜 이런 학살이 일어났는지, 정확한 진상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다. 1999년 미국 AP통신 보도로 알려진 이 사건의 사상자 수에 대해서도 영동군청은 248명, 노근리 사건 직후 학살 현장을 점령한 북한 종군기자는 400명이라고 한다. 미국 <AP통신> 보도 이후 2001년 한미 양국 정부는 공식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공동발표문과 각각의 상세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한국 측 보고에 따르면 살해된 피난민의 83%가 부녀자와 노약자였다.

한미 공동발표문은 미 제7기갑사단이 낙동강으로 후퇴하는 동안 동 사단 제7연대 제2대대는 노근리 주변 지역으로 무질서한 후퇴를 하였고, 피난민이 있던 곳으로부터 "소화기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격을 했다고 쓰고 있다. 사격명령 여부에 대해서는 "사격지침은 발견할 수 없었으며 … 사격명령 하달여부는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였다"고 결론내렸다. 사격명령이 없는데도 미군들이 자의적으로 민간인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는 주장이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결론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7월 25일자 미 제5공군 전방지휘소 터너 로저스(Turner C. Rogers) 대령의 메모에는 "북한군에 의해 조직되거나 북한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많은 민간인이 미군 진지로 침투한다는 내용이 보고되었음. 육군은 미군 진지로 접근하고 있는 모든 민간 피난인들을 항공기로 기총 공격할 것을 요청하였음. 현재까지 공군은 육군의 이러한 요청에 응해왔음"이라고 적혀있다. 한미 공동발표문에도 "노근리 주변지역에서 1950년 7월 26일 공중공격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미 제1기갑사단 제7기갑연대 2대대 소속 미군 병사들도 당시 "미 공군이 공중 폭격을 해서 우리를 구해주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미군 대위가 상관에게 무전 보고를 한 뒤, "쌍굴다리 근처에 자리를 잡고 공격하라", "다 죽여 버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곳(노근리)에 북한군은 아무도 없었다."

이처럼 미군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무고한 한국 민간인을 학살했다. 미국 <AP통신>도 비밀 해제된 당시 미군 작전명령 원문과 참전 미군 병사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당시 미군은 노근리 부근에서 발견되는 민간인을 적으로 간주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따라서 노근리 사건은 고의적인 학살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노근리에 도착한 남북철도잇기 대행진단은 쌍굴 앞에 "억울하게 짓밟힌 님들의 원혼 남북철도 연결되는 날 평화로 부활하소서!"라고 쓴 현수막을 세우고 추모제를 치렀다.

땅끝 해남에서 온 한국무용가 김영자 선생이 위령의 춤을 추었다. 김영자 선생은 "소품으로 사용했던 지전(紙田)은 저승돈이라하여 영혼들의 안식을 기원하는 의미였다. 춤을 추며 지전을 한줌씩 뜯어 뿌렸던 것도 진혼무 의식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사진을 보니 남북철도잇기한반도 조형물에 묶어 뒀던 지전이 마치 쌍굴다리를 지키는 수호천사처럼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났더라. 남녀 평화의 수호천사가 서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행진단은 노근리 쌍굴다리 현장에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는 총알자국을 보며 "다시는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 이 같은 처참한 희생도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기어이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이루어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남북철도잇기는 그 첫걸음이다"고 한목소리로 얘기했다. 노근리평화공원의 해설사도 "여러분들이 남북철도잇기 행진을 하는 이유를 노근리 사건은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철도노조에서 참가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기찻길이 완성되면 한국전쟁에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영혼들이 함께 평화로운 한반도의 북녘 땅을 밟으면 좋겠어요."

▲ 민간인 학살의 슬픔이 서린 노근리 쌍굴다리를 지나는 남북철도 잇기 한반도 평화 대행진단. ⓒ평통사

시민들이 행진 나선 이유, 남북교류협력 강화

남북철도연결 등을 합의한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평양공동선언'은 온 민족에게 희망과 감격을 안겨주고 평화와 번영, 통일의 메시지를 전해 주었다. 그러나 두 선언은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한 채 사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제재에 밟히고 문재인 정부의 무소신과 무기력에 치여서 그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안보리 결의와 미국 대북 제재 법령은 산업용 기계류, 운송수단,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의 대북 직간접 공급‧판매·이전과 장비운용에 필요한 유류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이행을 위한 철도분과회의 합의에 따라 실시된 북한 철도·도로 실태 공동조사와 관련 장비, 유류 반입마저 안보리의 제재 면제를 받고서야 가능했다.

하지만 '안보리 결의 2395호 18조'는 비상업적이고 이윤을 내지 않는 공공인프라 사업은 제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 추진할 수 있도록 제재 면제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중·러가 2019년 12월 16일 공동 발의한 남북 철도·도로 사업 제재 면제안의 승인을 거부하며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을 불허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역시 남북철도연결을 비롯한 남북경제협력을 허용할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유엔 안보리 제재 면제나 미국의 호의를 기다려 남북철도 연결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안에라도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을 살려낼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미국의 제재에 맞서 과감히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남북 경협이 본 궤도에 오른다면 이것이 가져올 중·장기적 편익은 한미동맹의 굴레 속에서 기존의 국제시장 질서에 안주할 경우와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남북경협이 동북아, 유라시아 경제와 결합했을 때 에너지, 시장, 물류, 노동력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확보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렇게 남북 교류협력이 확대되어 남북관계가 개선된다면 교착상태의 북미대화의 길도 열릴 것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결렬됐던 '영변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교환하는 잠정합의안도 다시 살려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나섰다." 남북철도잇기 대행진을 통해 국민들의 염원을 모아내고 미국 눈치보기로 꿈적도 않는 문재인 정부가 결단할 것을 촉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행진단, 이를 보는 시민들의 응원도

4월 27일 부산역을 출발하여 부산 시내와 양산, 진해, 마산, 창원을 거쳐 밀양, 경산, 대구, 왜관, 성주 소성리와 김천을 걸어온 대행진단은 5월 31일 대전역에 도착했다. 하루 평균 20여 명이었던 대행진단의 규모는 5월을 거치면서 평균 30~40명으로 늘어났다. 7월 27일 임진각까지 가는 행진의 1/3을 마친 지금까지 연 인원 약 1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 행진을 처음 구상하고 제안한 단체는 평통사(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지만 (사)평화철도, 철도노조,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궤도노동자협의체가 적극 받아안고 함께 나서주어 남북철도잇기 한반도 평화대행진 추진위원회에 조직적으로 참가하는 단체도 114개에 이른다(5월 31일 기준). 부산에서 이 행진을 시작할 때는 참가자들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었는데 날이 갈수록 행진 대열이 늘어나니 신기하고 놀랍다.

그냥 걷는 것도 힘든데 이번 행진은 남의 '평화' 열차와 북의 '통일' 열차가 만나 민족의 혈맥을 잇고, 평화와 번영을 향해 나아가자는 꿈을 담은 조형물을 밀고 끌며 행진한다. 약 250kg이나 되는 조형물이 훼손될까봐 밤을 새며 지키기도 한다.

남북철도가 이어진 한반도 평화조형물을 밀고 끌며 가는 동안 만나는 시민들은 대부분 "환영한다"는 인사를 보낸다. "수고한다", "남북철도가 연결되어 꼭 유라시아로 여행을 가면 좋겠다."고 한다. 보수적인 시골의 노인들도 "남북이 싸우지 않고 같이 잘 살면 좋지"하신다.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협력"한다고 했으니 우리 정부가 잘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시민도 있다. 기차를 만드는 현대로템 노동자들은 "우리가 만드는 기차가 꼭 북녘 땅을 달리면 좋겠다"며 행진단을 회사 안으로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어린이들은 한반도 조형물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며 "남북통일"을 외치기도 한다.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런 행진은 처음 본다"며 행진 참가 일수를 늘리기도 한다. 한 번 참가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참가하겠다"고 약속한다. 시민들과 호흡하며 행진하는 건 "놀라운 경험"이라고 소감을 말하는 노동자도 있다. 행진을 하면 할수록 남북철도연결에 대한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을 만나기 때문이다. 그 열기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 교사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하고 좌절하여 무기력하게 지냈는데 행진을 하면서 가슴이 뛰는 걸 느꼈다. 행진을 추진해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한다. 한 여성은 "오랜만에 살아있는 걸 느낀다"고 고백한다. 행진단은 매일 매일 경이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 남북철도 연결과 한반도 평화를 형상화한 조형물을 밀며 걷는 행진단 ⓒ평통사

경기권에 진입할 때는 더 많은 시민이 함께 걷길

행진단은 6월 중순까지 대전충청 구간을 마치고 경기권으로 넘어간다. 소망하건대, 경기, 수도권으로 들어가면서 행진 대열이 100명 규모가 되면 좋겠다. 7월 초에는 서울로 입성하는데, 참가 규모가 몇 배로 늘어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임진각에 다다를 즈음에는 1000명 이상의 규모가 되기를. 그렇게만 된다면 남북철도잇기 대행진은 정세변화를 일구어낼 진원이 될 것이다.

미국의 이익이 아닌 국가와 민족의 이익에 맞게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남북 공동의 번영을 위해, 미래세대가 분단과 대결이 아닌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를 살 수 있기를 바란다면 가만히 손 놓고 미국이 제재해제 하기를 기다리지 말자.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한 걸음을 한 걸음을 보태 남북철도잇기 행진에 참여하길 바란다.

분단과 전쟁을 끝내도 평화와 통일로 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이 남북철도 잇기 대행진에 나서준다면 이 소망은 허망한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 행진이 전 국민의 마음을 울리고 또 미국의 심장을 울리고 정치권의 마음을 바꾸어 철도도 잇고 평화 통일도 빨리 오게 하는 밑거름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많이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고속철도를 제작하는 현대로템 김상합 지회장의 소망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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