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의 사촌들(안심 소득, 공정소득)이 기본소득에 말을 계속 걸어와 이번 주 내내 티격태격하면서 한창 정책 토론 중이다. 매우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기본소득이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며 국민의 권리이자,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라는 사실에 기본소득의 그 사촌들도 수용하는 듯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짠하다. 기본소득의 사촌들도 고삐 풀린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한국 사회가 전방위적으로 불평등하게 구조화되었다는 사실을 뒤늦게라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얼마나 다행히 아닐 수 없다. 또, 인공지능(AI) 발달과 4차 산업으로 무려 7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소멸 되어 그 자리에 불안정한 일자리가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사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앞장서 온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이 제기한 노동 없는 미래에 대한 전망, 그리고, 탈 상품에서 탈 노동에 연계한 소득보장정책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임박했다는 사실 또한 기본소득의 사촌들이 늦게나마 인식하고 공감한 것이다.
기본소득의 사촌들을 주장하는 분들이 사회적 양극화와 4차산업에 따른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이 기본소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공감하고 있어 정말 다행한 일이다. 다만, 기본소득을 먼저 선점해서 주장하고 싶었지만 이미 기본소득을 선점한 분이 있어 뒷걸음치다 걸린 것이 기본소득의 사촌격인 안심 소득과 공정소득이 아닌가 싶다. 아니면, 기본소득이라고 말하고 싶은데 자꾸 헛말이 나와 말이 꼬이는 것일 수 있겠다 싶다. 기본소득의 사촌들을 주창하시는 대표적인 분이 누구인가? 2011년 ‘초등생들에게 밥 못 주겠다’며 무릎까지 꿇으며 ‘무조건 무상급식 절대 반대’하며 서울시장직까지 내려놓으신 ‘반 보편적 복지 정책’의 당당한 지지자가 아니었던가? 이 분이 기본소득의 사촌 격인 안심 소득을 주장하는 그 자체가 사실은 거대한 전환이다. 그런데, 이 분은 언제나 항상 정통이 아니라 ‘인 듯, 아닌 듯’ 한 것만 주장하시고 보편성보다는 배제를 주창하셔서 그것이 아쉽다. 여기서, 사촌이란 아버지의 친형제 자매의 아들이나 딸과의 촌수를 뜻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이 속담은 남이 잘 되는 꼴을 못 보고 질투하며 시기하는 것으로서, 배가 아프다. 또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속담이기도 하다.
이 지점에서 기본소득의 그 사촌들을 주장하는 진영에게 도움이 될 듯하여 기본소득의 가계(家系)를 짚어 주려 한다. 기본소득은 무조건 기본소득과 범주별 기본소득으로 분류된다. 범주형 기본소득은 청년·농민·예술인 등과 같은 특정범주에 속한 집단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의미한다면, 무조건 기본소득은 “자산심사나 노동에 대한 요구 없이 무조건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개별적으로 주어지는 경제적 기본권이자 소득의 밑거름을 뜻한다. 무조건 기본소득은 완전한 기본소득과 부분 기본소득으로 다시 나뉜다. 부분 기본소득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가장 유망한 방법이다. 그 이유는 작은 규모로 한낱 1%부터 시작하고 이 시스템이 일단 제도화되면 점차 확대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이 기본소득의 개념 중 가장 핵심적인 원리이다. 또, 베이직 인컴(Basic Income)의 책에서 필리프 판 파레이스가 제시한 기본소득의 사촌들이란 기본재산, 마이너스 소득세, 근로소득 세액 공제, 각종 임금 보조금, 고용보장, 노동시장 단축이다. 마이너스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는 소득이 일정한 수준을 넘는 사람에게는 세금을 내도록 하고 이 수준에 미달하는 경우 미달하는 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제도이다. 신자유주의를 창시한 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정책이기도 하다. 마이너스 소득세는 기본소득이 아니고 그 사촌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의 소득세 급여대상 및 그 수준이 결정되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보편성과 무조건성의 원칙에 위배 되는 것이다.
안심 소득과 공정소득이 마이너스 소득세인 듯 복지정책 인 듯 아닌 듯 한 것이다. 일종의 ‘듣보잡 형태에 기반한 경제복지정책’ 쯤 이라고 억지로 이해하려 한다. 그 이유는 기본소득의 사촌격인 안심 소득의 주창자는 “안심 소득은 평균 소득수준 밑에 있는 사람이 대상이긴 하지만, 다 주는 게 아니다. 이 중 80%가 될지 50%가 될지는 자문단에서 정할 것"이라며 "서울시 복지재원이 감당 못 할 정도면 그 수준을 낮출 것이므로 재원 문제도 해결되는 것" 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 주창자는 ‘안심소득’과 ‘공정소득’에 대해 “이솝우화 속 두루미 놀리는 여우 같은 차별소득”이라고 했다. 자신의 대표 브랜드인 ‘기본소득’은 경제정책인 반면, 소득 수준에 따라 선별 지급하는 안심소득과 공정소득은 재원 마련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복지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소득 주창자의 논의는 미셸 푸코의 논의와 연결된다. 푸코는 마이너스 소득세라는 것은 저 옛날 영국의 구빈법과 마찬가지로 가난한 이들과 가난하지 않은 이들을 구별하고 보조를 받는 이들과 받지 않는 이들로 나누어 구별 짓기 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가난한 이들을 대상으로 삼는 세련된 정책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이들이 굳건히 자기 발로 설 수 있도록 튼튼한 발판을 모두에게 제공하는 것이 기본소득의 철학과 본질이다. 끝으로 기본소득과 그 사촌들이 기본소득의 철학과 방법 관계없이 오랜만에 기본소득이 시대정신이라는 것에 동의하는 듯 하여 매우 흐뭇하였다. 비록 안심 소득과 공정소득이 마이너스 소득세인 듯 아닌 듯 복지정책인 듯 아닌 듯 하나, 모처럼 사회 불평등과 4차산업에 대비하는 사회문제의 해법을 위한 정책 토론의 장을 슬금슬금 열려고 하는 사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이! 참에, 기본소득과 그 사촌들이 오랜만에 의견을 모아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방안과 기본소득 재원의 필요조건인 안정성과 지속가능성, 충분성, 부담의 공평성, 국민적 수용성 등에 대해 서로 머리를 맞대어 한국 사회에 당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실한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뒷걸음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마무리하려 한다.
김상돈 고려대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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