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창우 씨의 딸 A씨는 25일 저녁식사 중 아버지에게 '요즘 사고가 많은 것 같으니 조심하시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장 씨는 '아빠도 뉴스를 봐 알고 있다'고 했다. 장 씨는 평소에도 가족들에게 현장의 위험한 노동에 대해 말하며 '회사에 이야기해도 바뀌는 게 없다'고 토로하곤 했다.
다음날인 26일, 장 씨는 세종시 쌍용C&B공장에서 하차 작업을 위해 화물차에 실린 컨테이너 문을 열다 300kg 파지더미에 깔렸다. 이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7일 숨졌다. 장 씨는 경사로에서 별도 안전장비 없이 하차 업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현재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에 임시 빈소를 차리고 있다. 유족은 쌍용C&B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있을 때까지 정식 장례를 치르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유족에 따르면, 임시 빈소가 마련된지 8일이 지났지만 회사 관계자의 방문이나 사과는 없었다.
갑작스러운 산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장 씨의 유족이 고인이 생전 가입했던 화물연대본부와 함께 2일 쌍용C&B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 씨 산재사고와 회사의 후속 대응에 대해 울분을 토로했다.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유족 "사고 책임 인정하고 사과, 재발방지대책 마련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화물연대와 유족은 '쌍용C&B가 사고 현장을 훼손했고, 유족에게 사과 없이 사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족과 화물연대에 따르면, 사고 직후 가족이 현장을 찾았을 때 사고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쌍용C&B측은 이에 대해 "경찰의 확인을 받고 현장을 정리했다"고 했지만, 화물연대는 "담당 경찰이 '산재처리 등 안내를 했다. 현장정리 하라고 언급 안 했다. 내게는 권한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쌍용C&B는 사고 책임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의 위임장을 받아 회사와 교섭을 하고 있는 화물연대 소속의 정종배 교육선전부장은 "회사는 처음에는 잘못했다더니 지금은 하청업체 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쌍용C&B가 운송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를 통해 운송업무를 수행하던 특수고용노동자였다.
장 씨의 딸인 A씨는 "쌍용C&B는 누가 봐도 본인들의 잘못인데 왜 발뺌하고 책임을 전가하는지 모르겠다"며 "본인의 가족과 지인이 (아버지와 같은) 사고를 당해도 끝까지 책임을 전가할 건가"라고 물었다.
A씨는 "아무리 회사가 고개를 숙여도 용서할 수 없겠지만 양심있는 인간이라면 책임자가 나와 고인에게 사과해야 한다"며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뻔뻔하게 사고 현장을 훼손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크고 대단한 일이 아닌 지켜야 할 것을 지키라고 말하는 것"이라며 회사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장 씨와 같은 사고가 더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화물연대 "쌍용C&B 규탄, 상하차 업무 별도 인력 배치 요구 경고파업할 것"
화물연대는 오는 18일 쌍용C&B를 규탄하고 장 씨 사고의 원인이 된 상하차 업무에 별도 안전인력을 배치하는 것 등을 요구하기 위해 하루 경고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회사의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이 나올 때까지 코디, 모나리자 등 쌍용C&B 물품을 불매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은 "화물운수사업법에는 화물노동자(화물차 기사)의 업무를 화물차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도 안전운임 고시의 차주 업무범위를 유권해석하며 안전사고가 날 수 있는 경우라면 화물노동자에게 컨테이너 문 개방 등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럼에도 쌍용C&B는 경사로에서 화물노동자에게 위험한 노동을 강제했다"며 "더이상 화물노동자가 불안하게 살지 않도록, 안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쌍용C&B측은 현장훼손 의혹에 대해 "경찰의 확인을 받고 현장을 정리한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책임회피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 책임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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