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동부 검찰은 우크라이나 관료들이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이용해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줄리아니 전 시장(이하 직함 생략)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를 맡았었다.
앞서 뉴욕 남부 검찰은 지난 4월 줄리아니의 아파트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가 검찰과 FBI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줄리아니에 대한 수사가 트럼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욕 검찰이 줄리아니를 상대로 우선 살펴보고 있는 지점은 외국 요원 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 이하 FARA) 위반 여부다.
미국 정치, 100여년 만의 정당 재편성기에 돌입
<뉴욕타임스>는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줄리아니가 당시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경쟁 후보로 여겨지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대한 정보를 우크라이나 정계 인사들을 통해 얻으려고 접촉하던 정황에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줄리아니는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바이든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안드리 데르카트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등을 만났다. 이 과정에서 줄리아니의 '파라' 위반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줄리아니는 뉴욕 검찰의 수사가 정략적이라며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호소하고 있지만, 그의 우크라이나 활동과 관련된 의심스러운 정황은 이미 트럼프 정부에서 드러났고, 트럼프의 첫번째 탄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외국 세력이 미국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치려고 하고 있고 이는 미국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우려는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선거캠프의 공모 여부와 관련된 특검 수사를 진행한 로버트 뮬러 특검 때부터 본격화됐다. 당시 트럼프의 개입 여부와 이를 근거로 한 탄핵 가능성에 정치권과 대중들의 관심은 집중됐지만, 법 집행기관과 수사기관의 관심은 외국 세력의 선거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는 문제에 집중됐다.
그 결과로 '파라'가 강화됐고 줄리아니에 대한 수사가 이런 정황을 보여준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27일(현지시간) 밤 민주평통 앵커리지 지회에서 주최한 온라인 강연에서 이런 변화를 한국 정부를 포함한 외국 정부가 어떻게 읽어야할 지에 대해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100여년 만에 거대한 정치적 변화에 직면했다. 정당 재편성기에 돌입했다고 보여진다. 이전에는 미국 정치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흐름을 읽고 전망이나 예측을 했고 크게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현장에 없으면 잘 모른다. 전망이 불가능하다. 유권자 운동을 하는 입장에서 참 답답한데 파라법이 또 다른 측면에서 활동을 제약하고 있다. 이 법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외국 세력의 개입이 모두 트럼프의 당선을 돕고자 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바이든 정부는 '파라'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민주평통은 대통령이 의장인 정부 조직이다. 때문에 공공외교라는 관점으로 활동을 고민할 때 정치적인 이슈는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한국계 미국인들이 유권자 등록을 많이 하고 인종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공적인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는 등 미국 시민으로서 기여할 때 모국을 위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와 달리 인권과 평화 문제를 주요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목소리를 내는 게 궁극적으로 한국이 바이든 정부와 신뢰를 쌓고 국제적 위상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싱가포르 합의'가 포함된 의미는...
김 대표는 두 번째 주제로 지난 5월 21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간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말했다. 한국에서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다양한 지점에서 평가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 한국계 미국인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운동가이자 해외 민주평통 운영위원 입장에서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치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서 했던 싱가포르 합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왔었다.
이런 주장과 관련해 저와 가까운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정부에 싱가포르 합의를 자꾸 얘기하는 것은 한국으로 치면 문재인 정권에 박근혜 정권의 정책을 얘기하는 것과 똑같다. 그런 점에서 한국 쪽에서 먼저 싱가포르 회담의 성과를 자꾸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전략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지난 4월말 대북정책에 대한 리뷰를 통해 오바마 정권의 '전략적 인내'도 아니고, 트럼프 정권의 '그랜드 바겐'도 아닌, 바이든표 대북정책에 대한 검토를 끝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한미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의 기초 위에서 향후 북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회담을 앞두고 정치권의 의견 조율 과정을 잘 아는 입장에서 이는 분명히 문재인 대통령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또 21일 백악관에서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특별대표(special envoy to DPRK)'로 임명했다. 성 김 대표는 트럼프 정부의 싱가포르 회담 당시 실무 대표자 격이었다.
양국 외교관계에서 양국 정상간의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잘 이끌어냈다. 단독 정상회담이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서 진행된 사실, 공동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 등이 이를 보여준다."
한국 국민들이 아쉬워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미국에서 볼 때 코로나 백신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코로나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인도나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한국만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백신 문제로 제안을 해서 미국 정부에 명분을 줬다고 생각한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문 대통령을 칭찬하면서 '두 국가가 세계인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백신 생신에 있어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김 대표는 대북정책 관련 한미간 정책 공조에 있어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엇갈려서 문제가 장기화된 측면도 존재한다면서 비록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밖에 남지 않았지만 이번 정상회담이 바이든 정부와 인식과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이 한국계 하원의원 4명(앤디 김, 메릴린 스트릭랜드, 영 김, 미셀 박 스틸)을 만난 일을 언급했다.
"4년 전에 정상회담 차 미국을 찾은 문 대통령께 '지금 의회에 한국계 의원이 없죠?'라는 질문을 직접 들었었는데, 이번에 20일 하원 지도부와 간담회장에 한국계 의원이 4명이 참석했다. 미주 동포들에겐 이 이상 감동을 주는 장면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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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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