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부터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백신의 부작용이나(☞ 관련 기사 : <머니투데이> 4월 28일 자 '50대 경찰공무직, AZ 접종 후 15분만에 실신…'강제접종' 논란') 접종 후 코로나 확진 사례(☞ 관련 기사 : <프레시안> 5월 21일 자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돌파 감염' 확인')가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고 있다. 60~74세 고령층의 백신 접종 예약률이 50% 내외로 저조한 상황에서 방역당국은 백신 접종률을 올리기 위해 백신 접종에 대한 인센티브를 발표했다.(☞ 관련 기사 : <TBS뉴스> 5월 20일 자 '백신 접종 일주일 앞둔 60∼74세 예약률 50%…"주저말고 접종"', <메디게이트뉴스> 5월 26일 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자들, 6월부터 '인센티브' 받는다')
그러나 정말 인센티브를 도입하면 접종률이 올라갈까? 백신이 효과가 있으니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의 반대편에 부작용과 돌파감염으로 인한 불안감, 백신 부작용에 대한 보상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 인센티브보다는 불안감 해소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분분한 상황에서 인센티브보다는 오히려 다른 것이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이렇게까지 사회적인 이슈가 된 적이 드물지만, 해외에서는 일찍이 백신반대운동이라는 집단적 거부 반응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하여 임상시험 단계에서부터 정책 의사결정 단계까지 커뮤니티의 참여와 신뢰 구축이 강조되어 왔다.(☞ 바로 가기 : 'A qualitative analysis of vaccine decision makers’ conceptualization and fostering of ‘community engagement’ in India', '“You need to be an advocate for yourself”: Factors associated with decision-making regarding influenza and pneumococcal vaccine use among US older adults from within a large metropolitan health system', 'The importance of the patient voice in vaccination and vaccine safety—are we listening?')
백신은 특히 보통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기술과 지식에 속하여 전문가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니만큼 임상시험에서의 커뮤니티 참여는 백신 접종에 대한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오늘 소개하는 비핀 애드히커리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국제의료윤리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윤리적인 건강 연구에 커뮤니티 참여가 기여할 수 있는 7가지 영역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바로 가기 : '지역사회의 참여와 윤리적인 국제보건연구')
그 7가지 영역은 1) 개인, 커뮤니티, 이해 관계자에 대한 존중 2) 신뢰와 사회적 관계 구축 3) 적절한 혜택 결정 및 위험, 부담, 착취의 최소화 4) 동의 절차 지원 5) 취약성과 연구자의 의무 이해 6) 허가, 승인 및 적법성 7) 모집과 유지 목표 달성이다. 하나씩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커뮤니티에 대한 존중
연구팀은 커뮤니티(연구참여자 집단)를 존중하는 것은 우선 연구팀을 커뮤니티에 소개하는 것부터라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연구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정보를 제공하며, 연구에 대하여 커뮤니티 구성원의 의견을 듣는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또한 커뮤니티와 연구에 대해 협업하는 과정은 커뮤니티가 연구의 파트너로 참여하고 연구 프로토콜을 공동으로 개발하며 연구 수행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때로는 연구비 재원에 따라 우선순위나 목표에 제약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커뮤니티와의 협업이 방해받을 수 있으며, 또한 권력 관계를 섬세하게 고려해서 때로는 정부 기관의 참여를 배제해야 할 때도 있다.
2) 신뢰와 사회적 관계 구축
신뢰는 연구 참여자 모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소득층에서는 연구 설계를 뒷받침하는 과학에 대한 교육이나 친숙도 측면에서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 간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연구자나 연구에서 혜택받는 사람에 대한 의혹이 생길 수 있으며, 분노와 반대가 생길 수 있다. 식민주의 및 착취의 경험이 있는 참여자 집단에서 이런 반응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연구팀은 연구 참여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서 연구 참여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의미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혹은 연구진과 커뮤니티 구성원들 사이의 일상적 상호작용, 지역 행사 참여 등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편 이런 관계 형성을 위한 신뢰가 오히려 연구 참여의 자발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3) 적절한 혜택 결정 및 위험, 부담, 착취의 최소화
커뮤니티가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연구팀이나 연구윤리심의위원회가 인식하지 못하는, 커뮤니티에 적절한 보상 결정이나 혹은 그 커뮤니티 내부의 이해 관계나 맥락에 따라 위험, 부담, 착취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요소들을 사전에 조정할 수 있다.
4) 동의 절차 지원
유효한 사전 동의는 윤리적 건강연구의 중요한 요소로서, △잠재적 참여자에게 연구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고 △ 잠재적 참여자들이 제안된 내용을 이해하도록 하며 △ 자발적으로 참여를 결정하는 것들을 포함한다. 참여자의 동의를 유효하게 만들기 위해서 연구 개념과 근거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고 구성원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글자보다는 그림을 통해서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시도 등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 참여자의 자발성과 외부 요인으로부터의 영향도 중요한 고려 요인인데, 커뮤니티 참여를 통해서 참여자의 자발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요인을 고려할 수 있다.
5) 취약성과 연구자의 의무 이해
전통적으로는 임산부, 아동, 소수민족 등을 취약한 집단으로 선정하고 연구 참여에서 제외해왔으나, 이는 취약성이 정치 및 사회경제적 조건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런 커뮤니티의 참여를 통해서 참여자들을 취약하게 만드는 조건에 대해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으며, 필요한 보호조치와 연구자의 의무를 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6) 허가, 승인 및 적법성
연구를 시작하기 위해서 지방정부의 허가를 공식적으로 얻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지방정부 외에도 해당 커뮤니티의 주요 이해 관계자의 승인과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또한, 커뮤니티의 맥락에 따라서 정부와 커뮤니티 사이의 갈등이 있는 경우, 정부의 승인을 획득한 것이 커뮤니티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관련 이해 관계자들의 승인을 얻는 과정은 신중하고 섬세하게 진행되어야 하며, 이해 관계자들 간 권력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준비,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또한 이 과정은 모든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토론이나 의사결정 과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진행되어야 한다.
7) 모집과 유지 목표 달성
연구참여자를 충분히 모집하고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 참여하도록 유지하는 것은 연구가 사회적 가치를 지니도록 하는 데에 중요하며, 커뮤니티 참여는 이런 모집과 유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연구팀이 제시한 7가지 내용에 비춰보면, 낮은 백신 접종 예약률에 대응하여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백신의 개발 과정과 정책결정과정에서 시민들의 신뢰를 얻었는지 성찰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비이성적 시민들의 과도한 불안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그 불안감의 근원이 어디이고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것이 필요하다. 이 연구에서도 제시하는 것처럼 전문가와 시민의 지식의 차이와 지식에 대한 친숙함의 차이, 당국이나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 등은 모두 백신과 관련된 사람들의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러므로 백신에 대한 정보를 시민들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방식으로 제공하고, 의사결정과정에 시민들의 유효한 참여를 보장하여 신뢰를 쌓는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신뢰를 잃은 홍콩 정부에 대하여 홍콩 시민들의 접종 거부는(☞ 관련 기사 : <JTBC뉴스> 5월 26일 자 '낮은 접종률에 백신 쌓인 홍콩…3개월 뒤 버려야 할 수도') 과학적 근거와 정치 공동체의 신뢰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서지정보
- Bipin Adhikari, Christopher Pell & Phaik Yeong Cheah (2020) Community engagement and ethical global health research, Global Bioethics, 31:1, 1-12, DOI:10.1080/11287462.2019.170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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