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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박현채의 사상을 잇는 '농민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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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박현채의 사상을 잇는 '농민 기본소득'

[김상돈의 기본소득세상] 다산의 三農 사상과 박현채의 민족 경제론을 잇는 농촌(농민) 기본소득

왜! 우리나라 농업(GDP 비중의 2.3%), 농촌(외딴섬 또는 소멸 위기), 농민(평균연령 66.1세)의 삼농(三農)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까? 삼농(三農)은 사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주창한 이른바 편농/후농/상농을 말한다. 힘들고 고단한 농사일을 편하고 쉽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농촌을 만들어야 한다는 편농(便農), 착취체제의 온갖 불합리한 제도를 개혁해 농업 소득을 늘리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후농(厚農),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제 사회에서 선비 못지않은 신분으로 농민들의 지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상농(上農)이 다산의 三農 사상이다.

우리의 선배이자 큰 스승 ‘다산 정약용 선생’이 주창한 '三農(편농/후농/상농) 사상'을 잘 구현한 나라가 뜻밖에도 우리나라가 아니라 '농부의 나라' 독일을 비롯한 EU 국가라는 사실이 참 슬플 수 없다.

독일이 ‘농부의 나라’를 이룬 핵심은 직불금이다. 직불금이란, 소득안정과 품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일정 규모(1천㎡) 이상의 농지를 소유하거나 임대하여 농사를 지으면 정부에서 정해진 금액을 지원해주는 제도이다. 독일의 직불금은 기본소득에 상응하는 수준이고, 그 효과 또한 상당하다. 그 직불금의 규모는 농가소득의 60%가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기껏해야 20%에 불과하고, 유럽은 평균 경작면적이 몇십 헥타르(㏊)이기 때문에 농업직불금으로 농부들이 대략 살아갈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농가 평균 경작면적이 1.5㏊(15,000㎡)이기 때문에 농가소득 대비 농업직불금 비중이 4%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직불금만으로는 도저히 살아가기가 어렵다.

독일 등 유럽의 농민 지원금은 균형 보조금 성격으로서 농업과 타 산업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보조금이다. 지원금과 농업 소득만으로는 생활이 충분치 않은 독일 등 유럽의 농가가 많다. 이 때문에 독일 농민은 농·축산물 가공식품, 민박 등의 부업으로 소득을 더 충당한다. 직불금을 포함한 농업 소득에, 가공식품, 민박, 바이오가스로 전기를 생산하여 만든 수익 등이 독일 농가의 소득이 된다. 독일 농민의 연간평균 소득은 도시 노동자의 소득 수준에 가깝다. 독일 등 EU 농정의 핵심기조와 추구 가치는 ‘사람 사는 농촌공동체’다. 독일에서 농부가 되려면, 중학교부터 농업학교에 들어가 농업전문대학을 졸업하고 농업 마이스터과정을 수료하고 농부 자격고시에 합격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농부가 될 수 있다. 국민의 2% 남짓 되는 독일의 농부들은 아무나 될 수 없다. 우리나라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람이 사는 한국농촌’을 위한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은 농촌(농민) 기본소득으로의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학문에서 언제나 항상 백성이 빠지지 않았듯이, 특히 三農 사상이 그렇다. 한국 현대사에서도 민중의 삶에 시선을 맞춘 민족경제학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시대모순과 정면으로 맞대결한 진보적 경제학자 박현채(1934-1995) 선생이다.

그는 민족 경제론을 제창한 경제학자이자 학술체제 안팎을 넘나드는 사회운동가다. 그의 민족 경제론은 자본주의 파행적 질주에 정면으로 맞서 민족적 자주성과 민주적 의사 결정, 민중적 삶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창한 대한민국 경제사상이다. 대표적인 저작은 ‘한국농업의 구상', ‘한국경제와 농업', ‘한국경제구조론', ‘민족경제와 민중운동' 등이다. 박현채 선생의 민족 경제론은 1960년대 이후 냉전적 분단체제 유지와 박정희 군사정권의 재벌 권력 중심 압축성장정책에 저항하는 대항 담론이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박정희 정부가 “소농경영 청산을 위해 대농경영을 통한 확대재생산의 경제단위로 발전시키려고 했고, 농어촌 고리채의 정리 사업이 시행되었고, 농산물가격유지법과 농업협동조합법 제정 등의 중농정책이 추진되었다. 이 결과 소농과 소작인에게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소농의 몰락이요, 소농정책의 부재요, 살농 정책의 시작이었다.

박현채 선생은 평생을 일관되게, ‘자립경제’와 ‘자립의 공동체’를 주창했다. 그는 ‘민족경제’의 완성된 형태를 ‘자립경제’로 명확히 설정하고 있었다. 박현채에게 경제란 ‘경세제민’이었으며, 협업이었고, 평등과 분배였고, 민중의 삶의 개선이었다. 그는 민중들의 협업과 농업협동조합을 통한 식량 자립 및 그것을 중심으로 한 ‘자립경제-민중 경제’만이 민중들의 삶을 개선하는 지름길이자 진정한 민주주의의 확실한 기초라는 믿음이 강한 민족경제학자였다. 박현채 선생은 현실 문제 중심으로 세상을 보았고, 민중 생활상의 요구에 따라 사회운동이 이루어져야 하고, 노동자, 농민이 역사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언제나 항상 주창하였다. 민중이 핵심이 되는 민족경제를 이룩하자는 것이 박현채 민족 경제론의 사상이자 실천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삼농' 사상과 박현채 선생이 주창한 민족 경제론을 이어가고 '삼농'의 위험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경기도는 농민 기본소득 관련 조례안을 제안하였고 경기도의회는 2021년 4월 29일 통과시켰다. 반면에, 농촌 기본소득은 관련 절차 미이행으로 안건상정 자체를 일단 보류시킨 상태다. 사실상 많이 늦었지만, 경기도 농민 기본소득이 통과된 것은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농민 기본소득은 경기도 농민으로 등록된 개개인 모두에게 무조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농민 기본소득의 대상과 규모는 2021년 하반기부터 경기도 농민 모두에게 연간 60만원(매월 5만원)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농촌 기본소득도 경기도 농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계획이다. 농민 기본소득과 농촌 기본소득은 농업(GDP 비중의 2.3%), 농촌(외딴섬 또는 소멸 위기), 농민(평균연령 66.1세)의 三農 위험에 처해 있는 농촌에서 사람 사는 농촌으로의 새로운 거대한 전환이며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면, 2015년 1월, 프레시안 새해 칼럼에서,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농가 단위로 기본소득 직불금을 지급하자”고 제안하였다. 법정 최저임금소득의 50%를 농가에 보충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농가 호당 약 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을 지급하면 된다. 이 기본소득을 ‘농가 직불금’ 개념으로 전국 농가 110만 호에 일괄 지급한다면 연간 총 6조 6천억 정도가 소요된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이렇게 말한다. “농촌은 우리 마음의 고향이자 정신사적인 모든 가치를 담보하고 있는 가치체계다. 우리가 미래사회를 상상할 때 빈부격차 해소, 자연과의 공생, 공동체적 삶 등 모든 미래 가치의 모델도 농촌일 수밖에 없다. 농촌은 한국 역사에서 출발이자 영원한 종착지다”라고 주창한 “도올 김용옥은 옳았다”고 제시하며 마무리하려 한다.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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