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에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즉각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강병원 최고위원이 강력하게 폐지를 주장하며 이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중이다. 반가운 현상이다.
이 세금특혜 정책 때문에 집값이 폭등했다는 자체 진단도 여당 내에서 늘고 있다. 당대표에 출마했던 우원식 의원,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와 이규민 의원 등 10명이 넘는 여당 의원들이 "부동산정책이 실패하고 집값이 폭등한 핵심 이유가 임대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 것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여당의 이런 목소리가 반갑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만시지탄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박근혜정부의 세금특혜 정책을 계승한 것은 2017년 12월 13일 발표한 '임대주택등록 활성화방안'에 의해서였다. 이 방안에 의해 재산세 100% 감면, 종부세 0원, 양도세 최대 100% 감면, 임대소득에 대해 60% 감면한 다음 산출한 세액의 75% 감면, 건강보험료 80% 감면 등의 특혜를 임대사업자들에게 베풀었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정부가 무슨 이유로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도 없는 세금특혜 정책을 시행했는지 불가사의하다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믿기지 않는 사실이 있다. 많은 국민이 오랫동안 이런 세금특혜 정책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정책을 시행한 지 3년 4개월이 지나서야 여당에서 폐지를 논의하고 있는 셈이다.
여당의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 논의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무엇보다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이다. 그 동안 보수 언론은 물론 진보 언론도 이 세금특혜 정책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경실련과 '집값정상화 시민행동' 등이 세금특혜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즉각적인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했는데도 이 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지적한 언론은 사실상 소수에 불과했다.
마침내 여당에서 집값 폭등의 핵심 원인인 주택임대사업자 세금특혜의 폐지를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언론은 이번에도 폐지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보도를 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이 집부자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특혜를 옹호하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겨레 신문의 5월 17일자 "최근 8개월간 주택 50만호 등록임대 자동 말소…여당 검토 중인 '전면 폐지' 실효성 의문"이란 기사는 놀라웠다. (바로가기)
제목이 말해주듯 이 기사는 여당의원들이 주장하는 세금특혜 폐지를 반대하는 논조를 편다. 그 근거가 그건 세금특혜를 받아온 임대사업자의 주장 판박이다. 기사는 "지난해 8월 이후 자동 등록말소 50만708호"인데, "더불어민주당이 등록임대 제도의 전면 폐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이와 가까운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임대사업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은 셈이다.
사실 작년에 만기 도래하여 자동말소된 약 50만채는 2016년 혹은 그 이전에 등록된 것들로 대부분 다가구나 원룸들이다. 그러나 남아있는 100만 채 이상의 임대주택 중에는 아파트 비중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추정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국토부가 임대주택 자료의 공개를 거부하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통계만 선별적으로 내놓기 때문이다.
진보 언론의 "전면 폐지 실효성 의문" 주장, 정말?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회사무처의 용역의뢰를 받아 서울 아파트단지 4곳의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2018년 아파트단지들에서 임대주택이 대거 등록되었다.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대표격인 은마아파트의 경우 2018년 한 해에만 무려 162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었다. 강북의 대표아파트 중 하나인 마포래미안아파트는 127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었다.
임대주택 등록수요의 영향으로 은마아파트 31평형은 그해 29% 폭등했고, 마포래미안아파트 34평형은 무려 43.4%나 폭등했다.
만약 국토부가 전체 자료를 공개한다면, 서울의 거의 모든 아파트단지에서 2018년 엄청난 물량의 임대주택이 등록된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은마아파트와 마포래미안아파트의 임대주택의 약 80%가 8년 만기하고 밝혔다. 이 물량은 2026년까지 자동말소되지 않는다.
여당에서 논의 중인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가 이루어지면, 은마아파트와 마포래미안아파트를 비롯한 서울 대부분의 아파트단지에서 매도물량이 쏟아지고 아파트가격은 급락할 것이 자명하다.
이 기사는 임대사업자들이 공적 의무를 수행한다면서 그들에게 베푸는 세금특혜를 옹호하는 논조로 흐른다. 그러나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명예교수는 "주택임대사업자제도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 효과는 거의 0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한발 더 나아가 "정부가 임대사업자들에게 최대 10조원이 넘을 수도 있는 종합부동산세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택임대사업자제도의 긍정 효과는 거의 0"
하지만 이 기사는 임대사업자에게 제공되는 엄청난 세금특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이 세금특혜가 문재인정부의 '공정'을 밑둥까지 무너뜨린 사실에도 입을 다문다. 무엇보다 이 세금특혜로 집값이 폭등하여 무주택 서민과 20~30세대가 내집마련의 꿈을 빼앗기고 극심한 고통을 받는 사실을 철저히 외면한다.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무주택 서민과 20~30세대는 집값폭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여당을 심판했다. 뒤늦게 여당이 집값폭등의 핵심 원인인 임대사업자 세금특혜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선거 참패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구상에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불공정 조세'를 바꾸지 않으면 내년 대선도 참패를 못 면할 거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실로 착잡하다. 문재인정부 4년간 이런 세금특혜 정책이 폐지되지 않고 유지된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솟는다. '단군 이래 최대의 집값부양책'에 대해 입을 다물었던 이른바 '진보 언론'이 여당의 세금특혜 폐지 주장을 반대하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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