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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불법 처방받아 ‘대체마약’ 유통‧흡입 10대 42명 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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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진통제 불법 처방받아 ‘대체마약’ 유통‧흡입 10대 42명 검거

본인‧병력 확인 않는 병‧의원 허점 악용…경남경찰청, “더 있다” 진술 확보 수사확대

헤로인보다 100배, 모르핀보다 1만배 중독성이 강한 마약성 진통제가 학교뿐만 아니라 공원이나 상가 화장실 등에서 10대들 사이에 ‘대체 마약’으로 유통되고 흡입되다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구입해 유통‧흡입한 의약품 ‘펜타닐 패치’는 말기 암환자나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통증완화를 위해 사용되는 마약성 진통제이다. 중독에 따른 부작용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 명의로 불법 처방을 받는 과정에서 본인 신분이나 과거의 병력 확인조차 없이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의료시스템의 허점이 악용됐다는 것이다.

▲경남경찰청이 압수해 20일 공개한 마약성 진통제. 검거된 10대 청소년들은 불법으로 처방받아 구입한 '펜타닐 패치'를 학교와 공원, 상가 화장실 등에서 '대체마약'으로 유통하고 흡입해왔다. ⓒ경남경찰청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 마약범죄수사계는 지난해 6월 초부터 올해 4월 말까지 부산과 경남지역 병원과 약국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구입해 판매‧흡입한 19살 A 군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같은 또래들에게 판매하고 흡입한 고등학생 등 10대 41명도 함께 검거됐다.

경찰에 따르면 A 군은 허리 디스크 등으로 치료를 받은 뒤 병원에서 통증을 호소하는 수법 등으로 펜타닐 패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한 뒤 투약하거나 유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41명도 동일한 수법을 공유하고 사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펜타닐 패치가 18세 미만의 경우 투여해서는 안 되는 약물로 규정돼 있지만, 이번 사건처럼 별다른 제재 없이 처방과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서 펜타닐 패치를 검색하면 ‘18세 미만의 소아나 청소년은 투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약을 투여한 일부 어린이 환자들에게서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호흡억제가 나타나 안전성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일부에서 별다른 경고 없이 처방이 이뤄지는 탓에 중독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과 함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끊이지 않았다.

A 군을 포함해 이번에 검거된 42명을 연령별로 보면 범행이 시작된 지난해 기준으로 16세 6명, 17세 12명, 18세 24명이다. 즉, 18세 24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8명은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거나 구입 또는 투여할 수 없는 나이였다.

이에 대해 김대규 경남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장은 “수사과정에서 불법으로 처방받은 펜타닐 패치 27장과 흡입도구를 압수했다”며 “투여 연령 제한이 있지만 특별한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과 약국 구입이 가능한 점을 악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의사회와 약사회 등에 청소년을 상대로 한 마약성 의약품 처방에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요청했다. 또 식약처에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본인 여부와 과거 병력 확인 의무화를 비롯해 특정 연령대 처방과 판매 금지 내용의 제도 개선도 제안했다.

수사도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들어 경남지역 청소년들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흡입하는 사례가 더 있다는 진술도 확보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수사 결과에 따라 펜타닐 패치 관련 청소년 마약류 범죄 피의자들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전망이다.

현행 마약류관리법에 따르면 매매의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투약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김대규 계장은 “청소년들이 단순한 호기심에 마약류에 접촉하는 경우라도 처벌될 수 있다”며 “관련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학교나 가정에서 마약성 의약품 오용과 남용 방지에 대한 예방교육도 반드시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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