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의 봄은 마늘과 함께 시작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벚꽃이 지고 봄을 시샘하며 간간이 불어오던 꽃샘 바람이 잦아들고 나면 맑은 녹색의 기운이 온 천지에 가득해지는데 그 중심에는 싱싱한 생명력을 상징하듯 쑥쑥 자라는 마늘이 자리 잡고 있다.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이며 어디가 마늘밭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남해군 전역에는 푸른 가지를 뻗어 올리는 마늘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남해의 산과 들과 하늘, 그리고 해풍을 머금은 청량한 봄 공기와 어우러진 마늘밭은 남해를 상징하는 풍경이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거치든 창선~삼천표 대교를 건너든 남해에 입도하는 순간 다른 공기와 다른 풍경을 접하게 된다. 여느 해안 절경에서도 접할 수 없는 남해 특유의 바다 풍경을 접할 수 있다.
세세한 바다의 물결을 느끼면서도 뻥 뚫린 바다 조망의 시원함 모두를 접할 수 있는 위치가 해발 50미터 지점이라고 한다. 여기에 바다로부터 50미터 이격된 곳이라면 더 금상첨화다. 남해의 거의 모든 해안도로가 바로 해발 50미터, 바다로 부터 50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드라이브 자체만으로도 남해의 황홀한 풍경을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 때문에 남해를 방문한 많은 사람들은“어디로 가든 명소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남해를 방문했으면 필수적으로 가야 하는 곳이 있다. 가천다랭이마을은 남해의 대표 관광지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남해군 전체의 관광 산업을 바꿔 놓았을 정도다. 다랭이 마을로 인근에는 펜션만 200개에 이른다. 다랭이 마을로 향하는 길에는 이색 카페와 상점이 속속 들어섰으며 모두 ‘핫 플레이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관광=개발’이라는 등식이 당연한 듯하지만 가천 다랭이 마을은 개발을 하지 않았기에 관광 명소로 부상한 케이스다. 20여년 전 다랭이 마을이 품고 있는 아름다운 해안 경관은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니 ‘개발’을 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랭이 마을의 인기가 시들해졌을 때도 재도약을 위한 ‘개발’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끈질기게 ‘보존’의 길로 나아갔다.
가천 다랭이 마을에 있는 다랑이 논은 하나의 예술품을 연상케 한다. 산비탈을 깍아 만든 논과 자연의 조화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설흘산과 응봉산 아래에서 깍아지르는 듯이 바다로 향하는 산비탈이 ‘논’이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다랭이 논이 이룬 곡선은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 속에는 조금이라도 논 면적을 넓히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와 땀이 녹아 있다. 노동, 인간, 자연이 빚어낸 풍경은 그 어떤 ‘개발’로도 흉내낼 수 없는 ‘비경’이 됐다. 가천 다랭이 마을은 2002년 농촌 전통테마마을에 선정된데 이어 2005년 1월 3일 국가 지정 명승으로 지정 보존돼 있다.
가천 다랭이 마을의 다랭이 논은 벼농사를 짓기 위해 산비탈을 깎아 논을 만들어 농사를 짓던 주민의 역사·생활·문화와 산·바다의 경관 조화가 가치를 인정받아 명승으로 지정됐다.
다랑이 논의 특성상 지속적인 농업활동이 이어져야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의 고령화와 농업 기반 시설 부족으로 경작지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경작지 감소로 문화재적인 가치(경관, 농업활동)가 떨어지고 있어 이를 보존·관리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비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들 역시 사단법인인 ‘다랭이 논 보존회’를 결성해 농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 휴경답을 방치해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이었다. ‘보존’에 대한 의지는 수십년이 지난 후 그 가치를 인정 받았고 또 수십년이 지나면 그 가치는 더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들은 ‘달빛 걷기’ 등 다양한 소규모 행사를 자체적으로 개최해 왔다. 주민들은 마을을 ‘보존’하면서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산물 온라인 판매에 나서고 있으며 특산물 상품 자체도 최근 젊은 층들에게 인기가 높은 소포장 고품질 디자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청년도시 남해’의 위상을 더 높이기 위해 청년들의 마을 유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주해오는 청년은 물론 청년들에게 마을 가게 운영을 맡겨 새로운 문화 관광자원을 창출해 갈 계획이다.
‘보존’과 ‘변화’의 균형을 잡으며 주민들은 가천 다랭이 마을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부상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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