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농업의 비중이 높아 제조업 성장이 지체된 전라북도는 노동운동의 성장 역시 다소 느리게 진행됐다. 이와 같은 사회경제적 특징은 전북지역 특유의 성장 이데올로기를 강화시키면서 노동배제적 성장연합이 발호하는 배경이 됐다.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은 전국적 흐름과 맥을 같이하는 동시에 전북지역 특유의 여건에 대립하는 특수성을 지닌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전북 민주노조운동의 흐름을 계승한 민주노총전북본부 역시 이와 같은 보편성과 특수성의 교차점 위를 걸어왔다.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민주노조를 지향하는 노동조합은 익산에 많았다. 1988년 8월, 익산지역 노조를 중심으로 민주노조의 지역 구심체인 전북노련이 결성됐고, 후레아패션·아세아스와니·태창메리야스 등 섬유공장 노동조합의 투쟁이 있었으며, 화학·자동차 등 제조업 노동자의 노조 결성이 계속됐다. 1993년에는 전북노련 소속의 노동조합 위원장들과 전북노련에 소속되지 않은 지역의보를 비롯한, 사무직 노동조합 위원장 등 20여 명을 구성원으로 하는 '전북지역 노조대표자회의'가 구성돼 사업에 대한 교류가 진행됐다.
전북지역 노조대표자회의를 통한 연대활동의 성과는 1994년 '민주노총 건설 전국노동자대회 참가를 위한 전북지역 추진위' 구성으로 이어졌고, 전북지역에서 200여 명의 노동자들이 함께 노동자대회에 참가했다. 이 모임이 '민주노총 건설을 위한 전북지역 추진위원회'에서 민주노총전북본부로 발전했다. 이렇듯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의 정신과 조직을 계승하는 단체이다.
34개 노조 8461명으로 시작했던 전북본부는 조합원 4만 5000명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자그마치 5배가 넘는 양적인 성장이다. 질적인 면에서도 대정부·대자본과의 수많은 투쟁과 조직 확대를 통해 지역 내 강력한 사회단체로 위상을 확립했다.
1996~97총파업에서 2016~17촛불에 이르기까지, 민주노총전북본부는 전북지역 노동·사회운동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
이 책은 민주노총전북본부 20년 활동의 결실이다. 민주노총전북본부 20년사 발간을 계기로 시작한 이번 연구는 향후 전북지역 노동운동사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민주노총전북본부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봄으로써 앞으로 한국 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은 20년사와 연표 총 2권으로 구성했. 20년사는 크게 2부로 나뉜다. 1부는 민주노총전북본부 활동을 시기별로 서술해 민주노총전북본부가 걸어온 발자취를 정리했고, 2부는 사회운동, 한일노동자연대, 투쟁사업장 등 주제별로 전북지역 노동운동사를 개괄했다. 덧붙여 민주노총전북본부의 일자별 주요 활동을 담은 연표도 함께 제작했다. 전북지역뿐만 아니라 지역 노동운동사 연구를 위한 의미있는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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