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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아기 사망, 방치, 고함...미신고아동시설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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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아기 사망, 방치, 고함...미신고아동시설의 실상

[미신고 아동시설의 아이들] B목사 "학대는 일부 봉사자들의 주장"

첫 돌 전에 교회에 맡겨진 아기. 이 교회는 미신고시설이다. 공적 감시와 관리를 받지 않는 미신고시설이기에 일상적인 위험도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이 교회는 아동학대로 고발당했고 폐쇄됐다. 이 아기는 앞으로 어디에서 살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미신고시설에 왜 아이들이 왔을까', '미신고시설에는 어떤 위험이 있는가'. <프레시안>은 <셜록>에서 보내온 '미신고시설'을 중심으로 위기 아동들의 처우와 삶을 되짚어보는 기획을 싣는다.

A교회 문을 열고 들어간 서초구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 경찰은 눈앞 풍경을 보고 당혹스러워했다.

"여기에 아이들이 사는 게 맞나요?"

한 경찰은 잘 믿기지 않는다는 듯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는 사실 그대로 답했다.

"네, 아이들이 살고 있어요."

"여기서 산다고요? 24시간을?"

경찰은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서초구청 직원은 교회 간판을 보고 혼잣말을 했다.

"이렇게 교회라고 되어 있으니, 누가 아이들이 산다고 상상할까. 참…"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 구청 직원들은 양재동 A교회의 실상을 보고 모두가 놀란 듯했다. 교회에서 24시간 살던 다섯 아이도 놀라긴 마찬가지. 서초구청 측은 곧바로 아동일시보호시설로 아이들을 보냈다.

미신고 불법아동 시설인 서울 양재동 A교회 내부 모습.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과 예배를 위한 교회 의자가 ‘임시 펜스’로 나뉘어 있다. ⓒ셜록

십자가를 단 미신고아동시설 A교회는 폐쇄됐다. 10일 오후의 일이다.

10일 당일까지, A교회에는 생후 4개월 남아, 8개월 여아, 세 살 아이 셋, 총 5명이 24시간 먹고 자며 생활했다. 아이가 많은 땐 7명이 생활하기도 했다.

부모가 있지만,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아이들. 법과 원칙에 따라, 한국의 모든 아동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A교회는 신고된 아동보호 시설이 아니다. 관리도 감시도 받지 않는 미신고시설인 교회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아래는 교회의 아동학대를 고발한 이들의 주장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갓 백일이 된 아기가 30분째 목이 쉬도록 운다. 아기 침대 옆에는 기저귀, 안 쓰는 장난감, 각종 육아 물품들이 쌓여 있다. 방보다는 창고에 더 가까운 곳이다.

"너 운다고 달래주지 않아!"

'엄마'의 한 마디는 아이를 둘러싼 공기만큼이나 차갑다.

지후(생후 4개월, 가명)의 울음소리는 계속 이어진다. 그 소리에 다른 방에서 자던 정민(생후 8개월, 가명)이도 잠에서 깨어나 칭얼댄다. 정민이도 예외는 아니다.

'엄마'는 달래주지 않는다.

'엄마'는 또 다른 아이들을 보기에 바쁘다. 지후와 정민을 제쳐두고 돌봐야 하는 아이들은 세 살 먹은 아이들 세 명. '엄마' 바람과 달리 아기들은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한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입에 가져가고, 침대 위에 올라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엄마'의 고함이 터진다.

"요즘 들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지! 참 지랄을 한다, 지랄해요!"

때론 엉덩이를 세게 때리기도 한다.

A교회는 아기 위탁을 해주는 교회로 2019년에 설립됐다. 교회를 만든 B 목사는 여러 사정으로 아이 키우기가 어려운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을 돌본다며 봉사자를 모집하고 후원금을 받는다. B 목사는 자신을 "아이들의 엄마"라고 칭한다.

일하는 사람 세 명도 있다. '아기 돌봄 선생님'이라고 칭하는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목사의 지인이다. 세 명이 돌아가며 하루씩 일한다. 정식 일과 시간은 아이들이 깨는 오전부터 아이들을 재우는 저녁 7시까지다. 저녁 식사 준비, 목욕시키기, 세탁하기, 청소하기 모두 돌보미의 몫이다.

A교회는 손이 부족해 날마다 봉사자를 모집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립’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받는다. 아이들은 계속해 달라지는 새 봉사자들을 만나며 지낸다.

A 교회에서 꾸준히 봉사하던 봉사자 6명은 목사의 양육방식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목사는 자주 소리를 질렀고, 아이들은 고함에 익숙해져갔다.

'이거 아동학대 아닌가?'

이상한 구석이 여럿이었다. 아이들이 칭얼대면, B 목사는 달래주지 않았다. 고함을 지르며 혼냈다.

"운다고 달래줄 것 같아!?"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 정말!"

B 목사는 혼을 내면 아이를 때리기도 했다. B 목사와 돌보미 C가 아이 때리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주로 엉덩이, 등, 허벅지를 때렸다.

묵직한 '찰싹' 소리가 연이어 세 번 이어지자 아이의 울음소리도 커졌다. 때린다고 이제 옹알이를 하는 아이들이 말을 들을 리 없다.

▲ 서울 양재동 A교회는 미신고 불법 상태로 아이들을 돌봤다. 이 교회 B목사는 우는 아이를 텐트에 넣고 문을 잠그기도 했다. ⓒ셜록

아이들이 크게 울면 목사와 돌보미 근로자들은 난방 텐트에 강제로 넣고 지퍼를 잠갔다. 아이들은 텐트를 밀고 치면서 혼자 울었다. 목사는 놀랄 만한 말을 하기도 했다.

"너 이러면 입양 가서 파양 당한다."

돌보미 C는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며 혼잣말을 했다.

"너는 000가 너무 까매서 남자들이 좋아하지 않겠다."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일 때에 '셀프 수유'를 하기도 한다. 아기가 혼자 젖병을 빨 수 있게 ‘셀프 수유 쿠션’을 아이 목에 끼운다. 아이가 젖병에 손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래 사진처럼 몸을 신생아 속싸개로 묶어 못 움직이게 한다. 그 상태에서 젖꼭지를 아이 입에 물린다.

아이가 분유를 마시는 동안 돌보미 근로자들은 제대로 지켜보지 않는다. 다들 일이 많다. 그동안 아이는 쉴 틈 없이 분유를 삼켜야 한다. 질식사의 위험이 있다.

봉사자들이 있는 낮은 그나마 낫다. A교회에 사는 아이들은 오후 6~7시 사이에 자야 한다. B 목사와 돌보미 근로자들은 그 시각에 아이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불을 끈다. 다소 이른 시각에 세 살 아이들이 금방 잠이 들 리 없다.

"자! 안 자?!"

자지 않고 칭얼거리는 아이들에게 B 목사는 고함을 지르고 심할 땐 엉덩이를 때렸다.

큰 사고도 있었다. 2020년 4월생 하늘(가명)이는 그해 6월께 이 교회에서 사망했다. 생후 2개월 만에 벌어진 일, 경찰은 질식사로 결론 냈다. 사건은 A목사의 과실치사에 대해서 기소유예로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한 일은 뒤에 벌어졌다. 미신고 불법시설에서 아이가 죽었는데, 경찰 조사 이후에도 교회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데에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 목사와 한 돌보미는 하늘이가 죽었을 때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늘이 죽었다는 거, 주변 사람들에게 절대로 말하지 마."

이 교회에서 지내다 나간 뒤 사망한 아이도 있다.

생후 1개월 때 교회에 맡겨진 준호(가명)는 미혼모인 엄마에게 돌아간 지 약 1개월 뒤인 2020년 2월, 엄마의 학대로 사망했다. 공적인 아동복지시설에선 아이를 원가정으로 보낼 때 평가를 진행한다. 아이를 제대로 보살필 수 있는 따져보는 일이다. 미신고시설인 이 교회에선 어떤 절차를 거쳐 아이를 엄마에게 돌려보냈는지 알 수 없다.

목사는 "아이들의 영혼이 악하다"는 말도 했다. "영이 악해 사고 칠 궁리를 하고 이상한 짓을 한다"며 잘 가르쳐야 한다고 아이들을 혼냈다. 그러면서 성경 구절을 훈육의 근거로 들었다.

"초달을 차마 못 하는 자는 그 자식을 미워함이라 자식을 사랑하는 자는 근실히 징계하느니라" (잠언, 13장 24절)

초달은 '어버이나 스승이 자식이나 제자의 잘못을 징계하기 위하여 회초리로 볼기나 종아리를 때린다'는 의미다. 성경 번역본에 따라 회초리로 해석되기도 한다.

봉사자들의 학대 의심 고발에 대해 B 목사는 '일부 봉사자들의 주장'이라고 밝혔다.

"아이를 마냥 부드럽게 훈육하기는 어렵지 않나요? 셀프 수유는 아이가 분유를 오랫동안 먹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돌봐야 하는 다른 아이도 많으니까요. 불법인 줄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B 목사는 미신고 상태로 아이를 맡은 이유에 대해 "신고 시설에 가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과 부모를 돕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공적 시설에서 아이 돌봄을 거부당한 부모들이 교회를 찾았다는 것이다.

▲ 서울 양재동 A교회는 미신고 불법 상태로 아이들을 돌봤다. 이 교회 B목사는 우는 아이를 텐트에 넣고 문을 잠그기도 했다. ⓒ셜록

A교회에서 벌어지는 일을 문제제기 한 자원봉사자가 기자를 찾아온 건 지난 4월 초다. 교회에서 아이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직접 보기 위해 기자는 약 한 달간 A교회에서 봉사를 했다.

기자가 교회를 처음 찾았을 때, 한 톤 높은 목소리를 내며 가장 먼저 달려온 아이는 현진(3세, 가명)이다. 현진이는 낯가림 없이 안아달라고 손짓했다. 현진이를 품에 안았다. 기획 '미신고아동시설의 아이들'은 바로 그 순간부터 시작한다.

취재를 하며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이 기획의 목표는 자극적인 폭로가 아니다. 미신고 시설의 아이들이 더욱 좋은 여건에서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궁극의 목표다.

아동보호 사각지대, 미신고시설을 조명하는 이 기획의 중심은 당연히 아동이다. '왜 아이들은 이곳 미신고시설에 있을까' '아이들이 누려야 하는 돌봄과 인권은 어떠해야 할까' 등을 자세히 말하려고 한다.

지금부터 알려지지 않은 미신고 아동시설과 아이들을 세상에 알린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의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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