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신임 지도부가 7일 일제히 광주를 방문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이뤄진 일정이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변화', 야당인 국민의힘은 '사죄'가 열쇳말이었다.
특히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작년 8월 김종인 당시 비대위원장에 이어 또 한 번 '희생자에 대한 사죄'를 공식 석상에서 천명했다. 국민의힘과 그 전신 정당들을 통틀어 나온 2번째 사과였다.
김 권한대행은 이날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희생당한 모든 분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이는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세력을 대표해서 한 말이었다. 김 대행은 개인적으로는 "(나도) 1980년대 군사 독재정권에 대한 항거를 했다"며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같은 동지로서의 고통과 아픔을 느낀다"고 했다.
김 대행은 "참혹했고 다시 반복돼선 안 될 역사를 잘 치유하고 민주 영령의 뜻을 승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역사적 책임"이라고 했다. 이날 광주 방문 일정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쏟고 노력을 배가해야 할 분야·지역·계층에 대한 관심도를 키우기 위한 첫 행보"라고 답했다.
호남 지역에서 당 지지세가 한 지릿수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에는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해야 할 역사적 책임·과제에 더 많은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행에 앞서 송영길 대표가 이끄는 여당 지도부도 5.18 묘역을 참배하고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열었다. 송 대표는 국민의힘의 묘역 방문에 대해 "지난번에 김종인 위원장이 참배하고, 오늘 또 김 대행과 지도부가 참배한 것에 대해서 대단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환영한다"며 "여야가 모두 하나가 되어서 5.18 정신을 기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송 대표는 다만 "5.18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하는법도 여야가 같이 통과시켜서 5.18 정신이 대한민국의 헌법적 정신으로 승화될 수 있도록 여야가 함께 노력하자"고도 했다. 국회는 이미 지난해 12월 8일 본회의에서 5.18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하도록 하는 5.18 역사왜곡 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송 대표는 방명록에 "인순고식 구차미봉(因循姑息 苟且彌縫). 인습을 고치고 편안함을 버리고 당당하게 유능한 개혁 민주당을 만들어가겠다"는 글을 남겼다.
송 대표는 그 의미에 대해 "(이는) 연암 박지원이 스스로 경계하기 위해 쓴 내용으로, 인습에 얽매여 편안함을 추구하고 개혁을 시도하다 구차하게 미봉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나아가 "모든 사람들이 계엄군의 언론통제 따라 '광주 폭동'으로 오해하고 있을 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뛰었던 젊은 변호사가 바로 문재인이었고, 정치적으로 광주를 고립시킨 1990년 3당 야합에 '이의 있습니다'를 외쳤던 청년 정치인이 노무현이었다"며 "두 분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냉전적 지역주의에 맞서 단호하게 광주의 편, 정의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두 대통령을 배출한 힘이 광주에서 같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가 이날 최고위에서 "광주 정신을 계승해 민주당을 발전시켜나가고 4기 민주정부 수립에 헌신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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