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메갈의 손가락'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메갈의 손가락'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분석] 실패한 정치와 일부 언론의 합작품...'백래시'가 오고 있다

때아닌 '손가락 상징' 논란이 온라인을 휩쓸었다.

논란이 터져나온 건 지난 1일 GS25의 이벤트 홍보 포스터부터였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포스터 속 소시지를 집으려는 듯한 손 모양이 '남성 혐오'의 의미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엄지와 검지로 물건을 집는 모양이며 '조금'의 의미를 나타낼 때 사용하는 동작. 남성들은 이 이미지가 "한국 남성의 성기는 작다"라는 비하의 뜻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GS25는 즉각 사과하고 포스터를 수정했다. 그러나 수정한 포스터에서도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포스터 하단의 달 이미지가 서울대 페미니즘 학회의 상징과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스터 속 영어 문구도 논란이 됐다. '감성 캠핑 필수템'이라는 의미의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마지막 글자를 조합하면 '남성 혐오'를 주도하는 '메갈(megal)'이 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은 사라진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는 '페미니즘 리부트'가 시작될 즈음인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메갈리아는 당시 만연한 여성혐오 표현을 그대로 따라한 '미러링' 방식으로 공론화했다. 메갈은 메갈리아 이용자를 의미하며 동시에 과거 '꼴페미'처럼 페미니스트를 향한 멸칭으로 사용된다.

논란이 이어지며 불매운동으로 번지자 GS25는 결국 해당 포스터를 삭제하고 2일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GS25는 남성 혐오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해명과 함께 "앞으로 논란이 될 만한 내용에 더욱 철저히 주의하겠다"고 했다.

남성 혐오 논란은 다른 기업으로 향하다 공공기관에도 튀었다. 경찰청의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홍보물에 등장하는 손 모양이 남성 혐오의 의미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찰은 남성 혐오는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즉각 홍보물을 수정하겠다고 공지했다.

문제제기를 주도한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남성 혐오도 여성혐오처럼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여성들을 중심으로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이미지에 억지 주장을 펼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기업과 공공기관이 과잉 대응하며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언론이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포항공대에서 예정됐던 디지털 성범죄 강의가 남학생들의 항의로 결국 취소되는 일이 발생했다. 강의를 맡기로 했던 하예나 전 DSO 대표가 남성 혐오 사상을 가진 인물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강의 취소 후 강의를 기획한 총여학생회 폐지 요구 목소리는 더 높아졌다. 이같은 '남혐 매카시즘'에 휘말린 하예나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불법촬영물 제작 유통 사이트였던 '소라넷'을 폐쇄하는데 여론을 만든 인물로, 2018년에는 BBC '올해의 100인의 여성'에 선정됐던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남성 혐오 논란을 '백래시'로 설명했다. 백래시는 정치·사회적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날 때 기존의 기득권 집단이 나타내는 반발을 뜻한다. 이번에 불붙은 남성 혐오 논란이 페미니즘 리부트와 미투운동으로 상징되는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발, 즉 '안티페미'라는 것이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온라인상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공격하고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건 새로운 일은 아니"라면서도 이번 논란을 두고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의 미러링 방식을 그대로 다시 미러링했다. 불매운동의 형식을 띠고 민원정치를 하며, 여기저기 숨어있는 '메갈'의 도상을 찾아 이를 해석하고 공유하며 여론을 형성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메갈'의 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남성 혐오가 실제로 어떤 위협을 가져오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 안티페미 정서의 성취감, 효능감, 이것이 하나의 담론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현상"에 주목했다.

손 교수는 비슷한 논란이 일어난 최근의 사건이 하나의 흐름 속에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거세진 백래시의 배경에 무책임한 정치권이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GS편의점의 포스터. 일각에서 '손가락이 남혐을 뜻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GS편의점 측이 사과하는 일이 발생했다.

약자인 20대 남성, 더 약자인 20대 여성에 분노...'정치의 실패' 숨기는 이는 누구?

지난달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특히 보수 언론은 '이대남' 현상에 주목했다. 20대 남성의 70% 이상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했다는 것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특정 연령대의 특정 성별의 투표성향을 자극적으로 부각시킨 것이다. 그러나 '20대남성'은 연령층으로만 따져도 10대 남녀부터 70대 이상 남녀까지 다양한 유권자 층위에서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그러나 언론들이 이들의 '분노'를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며 정치권이 이른바 '이대남 달래기'에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김남국 의원은 군 가산점제 부활, 채용 시 군 경력 인정 등 군 복무 보상 방안 들고 나왔다. 심지어 재보선 선거 패배가 '친여성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까지도 일각에서 나왔다. 김남국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론화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정책을 포함한 사회 경제 개혁 실패, 자당 소속 지자체장의 성추행 등, 집권 5년차를 앞둔 '정권에 대한 피로감'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보궐선거 참패의 원인을 '여성'에게 돌린 셈이다.

재보선에서 승리한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20대 남성 높은 국민의힘 지지율을 두고 그동안 자신이 20대 남성을 대변해왔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분석을 내놓으며 정부의 여성 정책 때리기에 가속 패달을 밟고 있다. '반여성 논란'에 적극적으로 편승하며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다. 20대 남성을 정치적 자원으로, 안티페미를 정치세력화하려는 정치인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라는 책은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을 분석한다. 이 책은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보다 공화당이 집권했을 때 자살률과 살인율이 증가했다고 지적하며, '개인 간의 경쟁'을 강조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무능력한 사람은 죽어 마땅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정부가 집권했을 때, 자기 파괴 성향과 남을 파괴하는 성향이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지만, 손 교수는 큰 틀에서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하며 "'나만이 당신들을 대변할 수 있고 당신들의 억울함에 귀 기울이겠다'는 메시지 전략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했던 방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이 지난 4년동안 어떤 일을 겪었는지 모두 알고 있다.

'20대 남성' 안에는 다양한 성향이 존재하는데, 적극적 행동에 나서는 '안티 페미니즘'의 일부 성향에 의해 '20대 남성'이 과잉대표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메갈 손모양' 논란처럼 맥카시즘적 추론을 통한 '허수아비 때리기', '셰도우 복싱' 등이 실제 20대 남성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0대 남성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정치인들이 20대 남성의 어려움에 정말 관심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취업난, 경제적 양극화, 주거 불안, 불안정한 일자리 등이 '청년 문제'로 호명된 게 10년이 넘었다. 20대 남성의 삶이 어려운 게 과연 여성, 페미니즘 때문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오히려 20대 여성은 취업난, 경제적 양극화, 주거 불안, 불안정한 일자리에 성차별과 젠더폭력의 위험까지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이 모두 인정하는 현실이다.

20대 남성이 남성 유권자 집단 안에서 약자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20대 남성의 분노를 그보다 더 약자인 여성에게 돌렸을 때 가장 이득을 얻는 게 누구인지, 이 갈등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런 현상은 '정치의 실패'를 숨긴다. 20대 남성을 핑계삼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하는 세력을 경계해야 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