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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만드는 '대동세상'은?

[김상돈의 기본소득세상] 이제 기본소득이 대동 세상을 만나려 한다

우리는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서 대동 세상을 봤다. 사실은 동학혁명, 1919년 3·1혁명에서도 대동 세상의 꿈을 봤으나 참! 슬픈 우리의 자화상이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100년도 더 훨씬 전부터 우리 ‘선배들이 소망하던 꿈’ 대동 세상을 올곧이 계승한 아픈 현대사가 있다. 바로 1980년 5·18 민주화 운동이다. 항쟁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폭행, 범죄, 도난, 사재기 등이 전혀 없었고, 오로지 한마음 한뜻으로 죽음과 두려움을 넘어 두 주먹 불끈 쥐고 함께 나눈 주먹밥과 두 팔 걷어붙이고 피를 함께 나누었던 대동공동체였다. 거리의 넝마주이, 구두닦이, 매춘여성 등 광주시민 모두가 전두환 계엄군에 항거한 진정한 의미의 평화와 정의였다. 그래서 우리는 5·18 민주화운동을 영웅의 역사가 아니라 민중의 역사라고 부른다.

5·18민주화운동이 섬광처럼 1987년 6월항쟁을 만났고 또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며, 모두에게 자유와 평등, 인권과 민주주의가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사회이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 노릇하며 사는 사회이다. 도리를 다하는 인간,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 노무현은 이를 사람 노릇이라고 하였다. 이것은 시장경제를 강조하지만, 시장 만능주의, 경제 우선주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자는 뜻이다. 시장은 사람을 위한 시장이어야 하고, 경쟁은 사람을 위한 경쟁이어야 한다. 노무현은 공동체의 근본적인 지향점을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그 나름의 특이하고 고유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오월은 대동 세상을 소망하는 역사의 달력이다.

이제 우리는 기본소득을 통해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을 만나려 한다. 그러나 사실 기본소득은 2016년 1월에 시행한 성남시 청년 배당에서 첫 만남이 시작됐고 그것이 기본소득일 수 있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교감하고 만나게 된 것은 코로나 19의 팬데믹이 몰아치고 나서다. 재난지원금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모든 국민과 경기도민에게 현금을 무조건(자산조사 없이) 즉시 지급되는 것을 직접 체험한 후 비로소 이것이 기본소득이구나!. 기본소득이 적어도 2010년부터 있었더라면 생활고로 죽음을 선택하는 분들(예: 송파 세 모녀와 증평 세 모녀 등)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아 가슴이 아프다. 아! 그럼 기본소득은 자선이 아니라 권리였고 베풂이 아니라 정의였다는 사실 또한 이제 깨닫게 된 것이다. 기본소득은 복지 사각지대와 낙인찍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모두의 몫을 모두가 누리는 분배체계의 공정성이자 공공성이다. 공공성을 실현하는 실천원리는 共, 通, 愛(공·통·애)다. 共(공)은 ‘함께 하는 것’으로서 참여, 협력, 연대해가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通(통)은 공감으로서 ‘고통과 기쁨을’ 함께 감정을 나누는 것이다. 愛(애)는 돌봄, 복지, 위로, 애도 등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관통하는 핵심개념은 함께 나눔이다. 함께 나눔은 모두가 함께 사는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이다.

억강부약(抑强扶弱)의 대동 세상(大同世上)에서 억강부약이란 횡포한 강자를 제어하고 선량한 약자를 북돋아 줌을 뜻하는 것으로서 사회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도출된 어깨동무를 의미한다. 대동 세상은 요순(堯舜)임금이 다스리는 사회라는 점에서 중국 유학자들이 소망하는 무위이치(無爲而治)의 사회로 자리매김해 지금까지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도 김육의 대동법과 정여립의 대동 계에서 대동 세상을 엿볼 수 있다. 조선건국 이후 200년 넘게 작동해 온 법과 관행을 일거에 바꿔놓은 것이 대동법이다. 대동법은 1608년에 경기도에서 최초로 시행된 이후 광해군, 인조, 효종, 현종 시대를 거쳐 100년이 지난 1708년이 되어서야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대동법추진에 따른 정치적 저항에 굴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서 대동법을 입법화한 분이 조선 최고의 관료 경제이론가 김육이다. 그는 경제정책의 핵심을 소수의 부유 계층이 아닌 다수의 가난하고 곤궁한 백성들에게 두어야 한다는 조선 최초의 ‘조세 정의를 주창한 분배론자’였다. 국가보다는 백성의 삶이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先분배 後성장의 시작인 셈이다. “백성이 편안해야 나라가 이롭다”라는 안민익국론(安民益國論)이다. 김육의 안민익국론 사상은 조선 후기 북학 실학자들에 의해 고스란히 계승되었다.

조선 중기 가장 위험한 사상가 정여립은 “천하는 공물(公物)인데 어찌 일정한 주인이 있으랴”라는 천하공물설(天下公物說)과 “누구를 섬긴들 임금이 아니겠는가?”라는 하사비군론(何事非君論)을 구체적으로 설파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으로서 대동계(大同契)를 결성하였다. 조선 후기 이긍익이 펴낸 연려실기술(練藜室記述)에 따르면 대동계 구성원들은 매달 15일(보름) 한 차례 회합해 글을 배우고 활쏘기, 말 타는 법, 칼과 창 쓰는 법도 익혔다. 대동계 구성원들은 반상(班常)과 공사천예(公私賤隸)의 차별 없이 신분의 귀천을 전혀 따지지 않았다. 정여립의 대동사상은 허균의 호민론(천하에 두려워할 만한 자는 오직 백성뿐이라는 사상), 다산 정약용의 탕무혁명론(탕왕과 무왕이 왕조를 교체한 사례), 근대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동학혁명의 인내천(사람이 곧 하늘)사상으로 계승됐다.

결론적으로, 억강부약의 대동 세상은 보편적 인류애와 더불어 모두에게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고, 각자의 덕성과 재능이 온전히 실현되는 모두를 위한 실질적 민주주의이다. 자 이제! 우리는 기본소득으로 동학혁명, 3·1혁명, 5·18민주화운동, 노무현의 사람 사는 세상 등이 소망하던 그 꿈,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탈영토화 이자 사회적 양극화의 탈주선, 모두가 행복한 억강부약(어깨동무)의 대동 세상을 한국사회에서 실현해보자!!

김상돈 고려대 교육대학원 겸임교수는 기본소득 국민운동 경기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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