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하던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논의와 관련,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저녁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많은 부분에서 의견 일치"(주호영)를 이뤘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주 권한대행은 29일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안 대표와 전날 회동을 가진 사실을 공개하며 "원칙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의견 일치를 봤지만 세부적 조율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서 후임 당 대표(권한대행. 즉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주 대행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 회동 내용에 대해 "주로 국민의당 쪽 상황 이야기를 들었다"며 "(국민의당은) 당대당 합당, 당대당 통합을 바라고 있고, 당대당 통합에 필요한 요소들인 당명·로고·정강정책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주 대행은 회동에서 안 대표가 "중도실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강정책이 됐으면 좋겠다", "청년과 여성들의 정치 진출을 활발하게 하기 위한 의무할당제 등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자신은 "우리 정강정책에 그런 것이 많다. 우리 정강정책을 넘겨드릴 테니 의견을 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두 사람 모두 신설합당 방식을 부인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정당법은 '정당의 합당'을 "정당이 새로운 당명으로 합당(신설합당)하거나 다른 정당에 합당(흡수합당)될 때"로 정하고 있다. 흡수합당의 경우, 흡수하는 쪽의 당명·로고·정강정책을 그대로 쓰면 되기에 이런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 대행은 "어제 만나서 합당에 대해 (국민의당이) 확고한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실무선에서 논의를 이어가면 합당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합당 방법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합당 과정에서 당명 교체가 있을 예정이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을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적절치 않다"고 피해갔고, "국민의당이 요청하는 최종 요건들이 제시되면 우리가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판단하겠다)"고 여지를 두기도 했다.
안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많은 부분 의견 일치를 봤다"고 주 대행과 같은 말을 하면서도 "세부적 내용은 실무선에서 서로 논의가 시작되면 거기서 자세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만 했다.
다만 안 대표는 "큰 틀에서 여러 가지 필요한 부분들, 노선이라든지 당헌 및 정강정책, 필요한 위원회 등 대부분의 취지에 동의한다고 하셨다"며 "당대당 통합에 대한 원칙을 말씀드렸고, 야권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당대당 통합이라는 생각을 전달했다"며 신설합당 방식을 선호한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당대당 통합'은 정당법상 용어는 아니지만, 통상 정치권에서 신설합당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안 대표는 그러면서 "통합 방법론에 대해서 당대당 통합이라는 큰 틀에서 서로 공감대는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가 '국민의당은 당대당 통합을 바라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한 것과는 온도차가 있다.
주 원내대표는 '안 대표가 주장하는 당대당 통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니, 당대당 통합이 아니면 뭐가 있느냐? 당대당 통합 아니면 개별 입당인데, 생각해 보라"고 답했다. 통합 실무를 맡게 될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옆에서 "개별입당이면 의원직이 상실되지 않느냐"고 거들고 나섰다.
'당대당 통합'을 '신설합당'으로 본 것이 통상 정치권의 문법이면서 동시에 안 대표의 입장이라면, 주 대행과 정 총장은 '신설합당이나 흡수합당도 정당과 정당 간에 일어나는 일이지 않느냐'는 취지로 반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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