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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미·중 전략 경쟁과 한국의 외교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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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바이든 시대 미·중 전략 경쟁과 한국의 외교 전략

[기고] '패키지딜 능력'이 필요하다

"바이든 시대 미·중 경쟁은 무역불공정을 넘어 화폐, 기술, 체제와 이념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하면서 포용적 접근방식을 버렸고, 중국도 신중한 대응 속에서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데이터 플랫폼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 경쟁의 전개 방식은 미·중 관계와 세계 질서의 성격을 규정할 것이다. 그러나 체제 전환까지 언급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부상한 중국의 반발, 미국 경제의 취약성, 동맹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의 차이로 인해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일정한 힘겨루기가 끝난 후 제한적 협력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미·중 전략경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을 균형적으로 인식하면서 한국외교의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즉 민주주의, 인권, 개방 등을 한국외교에 반영해 외교적 자산을 축적하는 한편 탈중국화, 동맹환원론은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고려해 사안별로 선택과 지지를 선택하는 유연한 외교가 필요하다."(요약)

키신저 질서의 해체

"중국이 변하기 전에는 세상이 안전할 수 없다"는 미국의 인식은 두 가지 차원이 있다. 하나는 미·중 수교 당시 건설적 관여를 통해 중국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이른바 '키신저 질서'이고 다른 하나는 경쟁적 접근을 통해 중국을 '강제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선교 이상주의이다. 후자는 '힘을 통한 평화'를 표방한 트럼프 정부에 이어 '동맹과 다자의 방식'이라는 외교적 형식(manner)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도 계승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체제 경쟁이라는 냉전적 언어를 구사하면서 홍콩의 민주주의, 신장-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 글로벌 가치사슬체계의 디커플링 등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한편 중국은 패권을 추구할 의지와 능력이 없고, 중국 모델과 사회주의 이념도 중국 현실에 적용될 뿐 수출용이 아니며, 여전히 개발도상국의 대국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내총생산의 70% 수준까지 추격하는 등 체제에 대한 자신감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방주의에 대한 순응을 거부하고 신형 국제 질서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 외교로 전환하면서 지구전(持久戰)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을 계기로 '백년대변국'이라는 위기의식을 주입하면서 공산당의 지배와 마르크스주의를 다시 호명하는 등 '정체성의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처럼 미·중 갈등이 적어도 사건(accident)의 차원이 아니라 국면과 구조에 영향을 주고 있고, 국제 질서의 불확실성, 불안정성, 예측 불가능성도 증가하면서 전망과 중국의 대응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등장했다. 독자적 이데올로기와 경제체제 그리고 군비경쟁에 따른 안보 딜레마가 나타나면서 신냉전, 신냉전 2.0 출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냉전과는 달리 무기화된 상호의존이 작용하고 있고, 중국의 국력이 현상(status quo) 변경을 시도할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첫째, 미국 내에서 미·중 경쟁을 보는 시각은 민주당 내 진보파의 탈패권, 오바마 정부와 같은 전통적 관여, 전략적 경쟁론,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전면적 대결론이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바이든 정부의 외교적 수사에도 불구하고 체제경쟁의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경쟁론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와 기술 영역에서의 경쟁, 글로벌 이슈에서의 협력, 군사와 이념 영역의 적대로 구성했다.

둘째, 미·중 갈등에 대한 중국의 대응 담론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전방위적으로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강경론, 바이든 정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동맹 연합을 통한 대중국 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신중론, 미국의 도전에 맞서 기술 자주화 등 내부정비가 필요하다는 준비론, '미국이 때려도 중국을 동정하는 나라가 없는' 상황에서 주변 지역에 대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를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론 등이 혼재해 있다. 시진핑 정부는 신중론을 유지하면서 중국의 체제, 이념, 발전권에는 강경한 대응을 결합하고 있다.

'정체성 정치'의 대충돌

미국은 중국을 자유화, 민주화하고자 하는 오랜 꿈이 있었고 자본주의 국제 질서에 편입시켜 협력적인 국가로 만드는 것이 효과적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2001년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9.11 사건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 외교의 중점을 중동에 두었고 국내 경기회복에 집중하는 동안 소극적 개방과 적극적 경기 부양을 통해 폭발적으로 부상한 중국을 제어할 기회를 놓쳤다. 이런 점에서 2018년부터 시작된 무역 전쟁은 대중국 견제를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더구나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과 반중 정서가 미·중 수교 이후 최대치로 높아진 상황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중국 때리기(China Bashing)에 편승하면서 '민주주의와 독재'의 프레임을 설정했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대중국 정책을 계승하면서도 포용적 접근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고, 오히려 트럼프 정부의 미·중 무역 전쟁과 대중국 정책을 선택적으로 수용하면서 경쟁적 접근 노선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미·중 관계는 무역 불공정, 화폐, 기술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 제도와 이데올로기를 문제 삼는 등 전방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 잠정지침>에서는 중국을 세계를 위협하는 유일한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고, 55개의 동맹과 동류 국가(like minded countries) 국가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세계적 차원으로 확산시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주변'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을 투사했다. 비록 제1차 쿼드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쿼드의 정신>에서 중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 안보와 번영을 증진하고 위협에 맞서기 위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규범에 기초하고 국제법에 기반한 질서의 증진에 전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것은 중국 주도의 지역 협력체와 일대일로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중국도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2022년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의 가치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본주의, 민주주의, 거버넌스 위기를 활용해 이를 체제 정당성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정치사회 영역 전반에서 공산당의 지배력을 확대하고 애국주의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중국의 길을 걷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중국의 부상에 따른 대중의 민족적 자부심(national pride)이 대외정책에도 투사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순응과 적응전략을 버리고 사안에 따라 '대응'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체인저, 데이터플랫폼 경쟁

특히 이것은 새로운 게임체인저로 등장한 데이터플랫폼의 표준경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미국도 <국가안보전략 잠정지침>에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과 같은 신흥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세계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점을 적시했다. 특히 미국은 디지털 권위주의를 활용해 거대한 데이터를 여과 없이 수집하고 이를 기술과 산업에 응용하는 중국의 '기술독재'를 문제 삼았다. 실제로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 화웨이사의 통신장비와 반도체 사용을 규제하고 이에 대한 동맹국의 참여를 요구했다. 한편 중국도 "10년 동안 하나의 칼을 간다(十年磨一劍)"는 정신으로 과학기술의 도약을 독려하고 있고, <제14차 5개년 규획>에서는 '제조중국 2025'를 발전시킨 '과학기술혁신 2030 중점 프로젝트'를 제시하는 한편 군민융합을 통해 정책 시너지를 제고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향후 미·중 관계는 갈등의 피로가 누적되기 전까지 전선이 확대되면서 동아시아 균열대(fault line)에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문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가 빠른 회복력(resilience)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은 패권의 쇠퇴를 부분적으로 늦출 수는 있지만, 이를 온전하게 복원하기는 쉽지 않으며, '동맹국과 함께'라는 것도 역설적으로 '미국 홀로서기'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세계에 대한 위협이 권위주의와 독재 체제에 있다는 미국식 접근법에 많은 국가가 공감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으나, 중국에 대한 위협과 국가이익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고, 미국도 대중국 견제에 참여한 국가들에 구체적인 클럽 이익(club goods)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미국이 기후변화, 핵 비확산, 글로벌 보건안보, 군비축소 등의 영역에서 실용적이고 성과지향적(result oriented)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더구나 바이든의 지지기반은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가 아니라, 중국과의 교역과 투자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리콘 밸리라는 점에서도 미·중 전략경쟁의 장기화는 중산층을 위한 외교정책을 관철하는 데도 부담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을 계기로 중국이 기획된 정치적 동원 기제를 완화할 경우 '갈등 속 협력'의 국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국 외교의 유연성 확보

바이든 정부의 가치외교가 체제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의 전략적 모호성의 공간이 좁아지면서 새로운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등장했다. 우선 한국 외교의 가치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제한적 손상(limited damage)을 감수해야 한다는 편승론이 있다. 구체적으로 한·미 동맹 강화, 쿼드협력체 참여,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 축소, 한·중 관계의 위상 격하 방안을 제시한다. 이것은 한·미 동맹을 강화할수록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주목할 것이라는 보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최대한 분리하고 역내 진영 구도를 완화하며, 다자주의를 통해 위험을 분산하고 한반도 문제의 중심성(centrality)을 확보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있다. 한국 외교는 이러한 정책 공간의 범위에서 실사구시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

첫째, 가치외교의 문제이다. 한국은 민주주의, 인권, 시장경제, 자유무역, 다자주의를 존중하는 국가 정체성을 발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정학, 지경학, 지문화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중 관계의 핵심사안을 가치와 동맹으로 환원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한반도 평화관리를 위한 중국 역할론의 필요성, 대체시장 없는 탈중국화의 위험, 한·중 간 교역과 투자 규모를 고려할 때 편승의 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주권과 가치문제를 구분하고, 동류 국가와 함께 다자주의를 적극 활용하며, 사안별로 선택적으로 지지와 반대를 표명하고 공개와 비공개 방식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새로운 지역 질서 개편에 대한 참여의 수준과 범위이다. 미국은 중국을 포위 압박하기 위해 인도 태평양 전략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중국도 자국이 주도하는 AIIB 설치와 RCEP 체결을 주도했으며 심지어 타국이 주도하는 CPTPP에도 가입 의사를 밝히는 등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개방적 다자협력에 모두 참여하는 확대균형을 모색하는 한편 다른 국가를 자연적으로 배제하는 협력체 참여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인도 태평양 구상이 군사전략인지 보편적 가치와 지역 협력을 추구하는가에 따라 선택의 범위와 강도를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중국의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도 양해각서(MOU), 제3국 진출, 공동 협력 사업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고, 경제번영구상(EPN) 가입 문제도 세계무역기구(WTO) 같은 다자체제 방식과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같은 배타적 방식인가에 따라 정책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셋째, 탈중국화와 대중국 의존도의 축소 문제이다. 한국의 대중국 교역의존도는 25%로 미국과 일본의 교역량의 합보다 많다. 더구나 문제는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혁신하고 생존하지 못하는 한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더욱이 미국이 한국의 리쇼어링과 니어쇼어링을 요구하면서도 이에 따른 반대급부를 제공해 주기도 어렵다. 근본적으로 미·중 간 완전한 디커플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미·중 관계도 협력과 갈등을 반복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의 범위와 방식을 탄력적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넷째,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대한 입장이다. 미국이 전략적 안보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사드 추가배치와 미사일 및 핵 전략자산 배치를 요구하고 중국은 다양한 보복수단을 동원해 이를 저지하는 구도가 작동하고 있다. 즉 미국은 동맹의 신뢰를 문제 삼고 있고 중국도 한·중 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의미를 묻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를 최대한 분리하면서 한반도의 안보 민감도를 낮추면서 평화의 제도화를 공고화할 필요가 있다.

미·중 전략경쟁은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면서 경향적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을 어떻게 파악하는가에 따라 한국 외교의 공간이 결정된다. 비관적 전망과 과도한 위협인식에 빠질수록 편승의 유혹, 외교의 경직성, 진영선택의 압력에 빠진다. 따라서 사안을 얼마나 잘게 쪼개 조합하는 패키지딜(package deal) 능력이 미·중 전략 경쟁에서 선택을 강요당하지 않고 능동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만들 수 있게 한다.

* 이 글은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제 157호에 실린 글입니다. 재단의 허락으로 프레시안에 게재합니다. 이 기고문의 견해는 필자의 개인 의견이지 동아시아 재단의 공식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바로 가기 : 동아시아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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