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궐선거로 서울시와 부산시가 야당시장으로 바뀌면서 먼저 오세훈 서울시장이 코로나 방역에서 지자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자영업자들이 그동안 많은 불만을 토로했던 영업제한 등과 관련해 기존 케이(K)방역과는 다른 에스(S)방역, 즉 ‘서울형 거리두기’ 방안을 밝히면서 코로나 방역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등에 ‘유흥시설·식당 등 형태별 분류 및 맞춤형 방역수칙 의견제출 요청’ 공문을 발송해 이들 협회의 의견을 취합한 뒤 유흥시설을 △유흥·단란·감성주점, 헌팅포차 △콜라텍 △홀덤펍 등 3개로 분류하고, 음식점도 △일반식당 및 카페 △주점 등으로 나눠, 각 업종에 따라 영업 제한 시간을 차등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초안을 마련했다.
서울 유흥업소 심야 영업이 '상생 방역'?
이 안을 보면 서울·경기·인천과 부산에서는 12일부터 금지된 유흥·단란·감성주점과 헌팅포차의 영업을 오후 5시에서 밤 12시까지 허용하고, 홀덤펍과 주점은 오후 4시에서 밤 11시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오 시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규제 방역’ 대신 동네 상권을 지키는 ‘상생 방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수도권과 부산 등에서 유흥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자, 이들 시설에 3주간 집합을 제한하되 자체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진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지자체장 권한에 따라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조치를 제대로 시행해보기도 전에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방침에 일종의 ‘반기’를 든 것이어서 이를 두고 시민들 사이에서 찬반 설전이 오가고 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가 서로 다른 원칙을 내세우며 대립하는 것을 계기로 코로나 방역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톺아보고 다시금 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지침을 무조건 따르는 것이 바람직한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충분한 협의나 논의를 거치지 않고, 또 유흥시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새로운 방역 조치를 서두르는 것이 방역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를 차분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감염병과의 방역 전쟁에서 질병관리청과 같은 중앙정부는 전략사령부 구실을 한다. 지자체는 일선 전투 현장에서 무기를 들고 싸우는 역할을 한다. 일선 현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싸우더라도 전략 자체가 잘못됐다면 결코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 아군의 피해(즉 시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지역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략은 분명 필요
상처뿐인 승리는 전쟁이 끝나더라도 그 사회에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상흔을 남긴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특성에 따라, 지자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유연한 전략과 맞춤형 전략을 세워야 한다. 농어촌과 중소도시, 대도시의 코로나 방역이 서로 달라야 하고, 지역별 유행 정도에 따라, 지역의 특성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다.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지역민이고 지자체장이다. 질병관리청장이나 중앙정부 관료가 아니다. 중앙정부가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시할 때나,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의 평가를 할 때 지역의 목소리,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지역민들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그 어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든 수용성이 높아지고 그 결과 방역 전략이 효과를 거두게 된다.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역민과 지역사회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눈 앞 이익과 그들의 불만에만 신경을 곤두세우면 비과학적이거나 비현실적인 논리나 근거를 바탕으로 보여주기 식 방역과 혹세무민 방역의 길로 빠져들 위험성이 다분하다. 특히 정치인이 지자체장은 그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결함 있는 신속항원검사 도입, 조급증의 산물이 아닌지
오 시장은 코로나 확진 여부를 15~30분 만에 알 수 있는 ‘신속 항원 검사’를 시범 사용하겠다고 했다. 유흥업소 등에 손님이 입장하기 전에 신속 항원 진단도구를 사용해 검사를 하고 그 결과 음성이 나오면 출입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하면 자영업자의 손실도 최소화하고, 코로나19 확산도 막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혹은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어떻게 해서든 하려는 이들은 번뜩이는 것처럼 보이는 새로운 방안을 한 손에 들고 ‘유레카’를 외친다. 전 국민 항체 검사 또는 전 국민 코로나 감염 여부 조사를 주장했던 정치인들이 한때 우리 사회에 있었다. 또 자신의 지역구민 모두 또는 가족 중 한 명을 전수 조사하자던 지자체장도 있었다. 아무 의미 없는 주장들이었다.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고 오아시스를 찾았다고 하는 격이었다.
지난해 총선 때는 지도자급 정치인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이 살균제 분무기를 짊어지고 거리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죽이겠다며 열심히 마구 뿌려댔다. 코로나 유행으로 유권자를 직접 만나기가 어려워지자 전국 곳곳에서 하루에도 수백 명의 ‘선량’ 후보자들이 코로나 방역 봉사 활동이라며 이런 이벤트를 벌였다. 이들은 당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 것이 아니라 우리의 환경과 생태계를 유해한 살균제로 오염시키고 있었다. 효과적이고 과학적 방역과 건강한 환경 보호 측면에서 보자면 이들은 ‘불량’ 후보자들이었다.
오세훈 시장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니지만 그 또한 과거 많은 여야 정치인과 일부 지자체장이 보여주었던 엉터리 방역의 길을 답습하는 것은 아닌가싶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혹 누군가가 ‘방역의 과학’ 또는 ‘진단검사의 과학’을 잘 모르는 그에게 엉터리 아이디어를 주입해 속은 것인지도 모른다.
신속항원검사는 아직 방역에서 개운한 맛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정확도가 매우 낮은 등 결함이 상당한 진단도구이기 때문이다. 진단도구는 결과의 신속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정확성이 훨씬 더 중요하다. 과학적 방역은 개운한 맛을 지니고 있다. 신속항원검사는 과학적 방역 진단도구라기엔 부족한 부분이 많다.
4차 대유행의 길목, 갈등 삼가고 손발 맞출 때
지금까지 역전사PCR법 검사가 말썽을 부린 적은 없다. 매우 과학적인 진단도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하는 순간, 그리고 이를 보편적으로 사용하려는 순간 혼란과 잡음과 말썽은 불 보듯 뻔하다. 오 시장은 이를 시범도입 하겠다고 하지만 시범도입도 할 만할 때 해야 효용이 있는 것이다.
무언가 한 방을 보여주려는 조급증에 감염되면 말썽이 일어난다. 비과학적이고 설익은 전략과 도구임이 분명함에도 그런 사람의 눈에는 묘수로 보인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결코 분리할 수 없는 하나다. 중앙정부가 두뇌라면 지자체는 손발이다. 뇌가 없는 손발은 움직일 수 없다. 또한 손발이 잘린 사람은 아무 일도 못한다. 건강한 방역, 건강한 케이방역은 과학적 사실과 신뢰의 소통으로 유지되고 완성된다. 일 내기 전에 소통이 먼저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손발을 잘 맞추어야 할 때이다. 연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600명대를 오르내린다. 한순간에 1천명을 찍고 1천5백 명을 넘을지 모를 위기의 순간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서는 결코 위기라고 할 수 없지만 코로나를 잘 넘기고 있는 편인 우리 사회에서는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위기 때 (코로나 신속항원검사)시범사업이나 중앙정부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는 유흥업소 심야영업 조치 등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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