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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4개 절단' 강제집행이 정당하다는 법원…민변 "폭력 정당화"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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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 4개 절단' 강제집행이 정당하다는 법원…민변 "폭력 정당화" 비판

항소심, "명확한 규정 없다"라며 불법성 인정한 1심 뒤집어

2017년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의 시발점이 된 '궁중족발 사건'과 관련해, 최근 법원이 "강제집행 중 폭력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9일 논평을 내고 "강제집행 과정에서 폭력행위를 정당화한 법원의 판단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2-1부(노태헌 부장판사)는 궁중족발 사장 김우식 씨가 국가와 건물주 이모 씨, 용역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 측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강제집행 중 손가락 4개가 부분절단되는 상해를 입은 김 씨는 2018년 이 강제집행이 불법적이었다며 국가배상을 청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집행보조자의 강제력 행사가 가능한지, 가능할 경우 신체 어느 부위까지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법령상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라며 "강제력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강제집행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민변은 이에 대해 "1심은 지금까지 관례적으로 집행관이 동원한 용역 직원들이 행하던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폭력행사가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선언으로, 인권침해적인 강제집행 현장에 종지부를 찍는 기념비적 판결이었다"면서 "이를 뒤집은 항소심 판결은 강제집행 과정에서 용역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할 여지를 남겨두는 등, 원심 판결이 보여준 집행에 대한 법원의 진전된 인식을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신체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와 그 강제력 행사 범위는 법률의 규정에 의해 엄격하게 정해지는 것인데 현행 민사집행법상 집행관이 동원한 노무자(용역회사 및 직원)가 그러한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라는 점을 짚었다.

민변은 "집행관이 동원한 용역 직원이 궁중족발 사장 김 씨에게 대인적 유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잘못됐다"라며 "이 논리에 의한다면 경찰이나 군인이 진압, 체포 및 저항 배제를 위하여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소심 재판부가 '김 씨가 용역 직원들에게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당한 상해에 집행관과 용역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에도 "사실과 다르다"라며 "당시 김 씨는 용역들에게 저항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단순히 쫓겨나지 않기 위하여 지지물을 붙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4~5명의 젊고 건장한 남성들이 김 씨의 팔과 다리 등을 무리하게 잡아끄는 과정에서, 지지물을 붙들고 있던 김 씨의 손가락 일부가 잘려나갈 뻔한 상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민변은 "이러한 김 씨의 상해에 용역직원들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집행관 역시 집행에 참여하는 용역에게 안전교육을 시키지 않았으며, 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도 제대로 하지 않았으므로 원고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점은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궁중족발 김 씨 측은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궁중족발 사건은 2016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촉발됐다. 새 건물주 이 씨는 계약을 해지할 목적으로 월 임대료를 4배 가까이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을 5년만 보장했는데 궁중족발은 5년을 막 넘기고 있었다.

1심 재판부는 민사집행법과 집행관규칙 등의 취지를 고려해 "용역회사의 직원은 집행보조자"라며 "집행관이 사용하는 집행보조자가 사람을 끌어내는 적극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은 권한을 벗어나 위법하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가에는 국가배상책임을, 강제집행에 동원된 용역회사와 직원에게는 각각 사용자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을, 그리고 강제집행에 불법적으로 참여한 건물주에게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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