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이 당선 연설에서 "(박원순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가 오늘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업무에 복귀하도록 잘 챙기겠다"라고 밝힌 데 대해 피해자가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에서 "피해자가 (오 시장의) 당선 확실 연설 때 그동안의 힘든 시간이 떠올라 가족들과 함께 울었다"라며 이같이 전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오 시장이 당선돼 (기뻐서) 울었다는 게 아니라 (오 시장이) 사건을 언급하자 그간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서 울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휴직 중인 피해자는 박 전 시장의 측근들과 지지자들로부터 신상이 털리는 등 2차 가해를 겪어왔다.
오 시장은 당선이 확실해진 이날 새벽,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소감을 전하며 이번 재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의 원인이 전임 시장의 성희롱이었다. 피해자분이 우리 모두의 아들·딸일 수 있다"라면서 피해자가 복귀해 업무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한편 성폭력으로 치러진 이번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오 시장에게, 시민단체가 성평등 정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피해자의 안전한 복귀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서 '서울시장 당선자에게 성평등을 대차게, 집요하게, 끝까지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조직 내 성폭력 피해자가 일상으로, 일로 잘 복귀하는 것은 반성폭력 법과 정책 제도의 목표이자 제대로 된 가동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며 기관장의 책무와 의지를 강조했다.
김 소장은 "조직 내 2차 피해와 잘못된 소문, 부당한 위계질서, 남성중심문화가 방치되면 피해자 보호는 불가능하다"라며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것에서 사회변화가 시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아들 같아서 딸 같아서는 아니어야 하고 노동자이고 동료이고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어야 한다"고 했다.
선거 기간 동안 직장 내 성폭력 및 성차별 문제 해결 정책이 사라진 점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오 시장의 성평등 공약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원이라고 밝힌 김은화 씨는 "이번 보궐선거는 지자체장의 성추행으로 치러진 선거다. 그러나 서울시의 두 유력 후보는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에 대해 제대로 토론 한번 벌인 적 없다"면서 "거대 양당의 후보는 박원순 성추행 사건을 정쟁의 도구로만 활용하고 실질적 해결방안은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오세훈 당선인은 이렇다 할 성평등 공약조차 내놓지 않았다. 청년활동가네트워크가 보낸 성평등 관련 질의서에 오세훈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은 '시대착오적인 페미니즘을 강요하지 말라'고 밝히기도 했다"면서 "그랬던 오 당선인이 '박원순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이지만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길 바란다"라고 했다.
공동행동은 오 시장과의 면담 요청 등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