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통의 포항 죽도시장에 작은 이색 카페가 최근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3월의 따뜻한 오후 죽도시장에서 지인들과 식사를 마친 50대 A씨는 지인들을 이끌고 죽도시장 안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을 돌고 돌아 한복거리 한 모퉁이에 위치한 작은 카페를 소개했다.
7평 남짓한 이 작은 카페에 들어선 지인들은 모두 “죽도시장에 이런 공간이 있었나?”며 의아해했다. 포항에서 50년을 넘게 산 이들에게도 이 카페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무엇보다 작은 카페의 아기자기한 모습과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에 추억을 회상케 했다.
잠시 뒤 젊은 손님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그들은 인스타그램 등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고 했다. 커피 맛도 좋아 벌써 일부 젊은이들 사이엔 입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특히 손님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작은 카페에 진열되어 있는 인형을 비롯한 빛바랜 액자, 낡은 책, 오래된 가구, 다양한 미술작품 등 이색적인 분위기였다. 여기에 ‘죽도소년’이란 이름의 주인장을 꼭 닮은 마스코트 또한 한몫을 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 또 다른 단골은 카페에 담긴 재미난 사연도 공개했다. 1층에 흩어져 있는 인형을 비롯한 많은 물건들은 각각의 사연이 있다고 했다. 헤어진 연인의 선물을 비롯해 단골들이 하나 둘씩 이곳에 기증한 것이라 한다.
2층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미술작품들 또한 예술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의 작품들로, 카페 주인이 학생들에게 꿈을 이어가라며 수년간 조금씩 돈을 모아 구입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작품은 이곳을 방문했던 작가들이 단골이 되며, 카페의 성공을 위해 기증한 것이라고 했다.
이와 더불어 3층으로 들어가는 문 입구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메모지와 함께 웨딩드레스 한 벌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주인이 쓴 것으로 보이는 메모지엔 "이곳에서 처음 만난 단골남녀가 첫 만남 장소인 이곳에서 작은 결혼식을 올렸으며,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이곳에 그 날 입었던 웨딩드레스를 걸어 놓고 갔다"고 적혀 있었다.
카페 주인인 B씨(50)는 “오랫동안 카페업을 해오다 5년 전 포항 시내에서 있던 매장을 정리하고 친구 집인 이곳에 나만의 인생공간을 만들기 위해 옮겨오게 됐다.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에 사람의 왕래도 많지 않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마음에 들었다. 50년 된 낡은 이 건물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어 “단골들의 입소문을 타고 어느 날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은 있지만 그래도 단골이 늘고 특히 죽도시장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미로 같은 좁은 골목길을 돌며, 물어물어 이곳을 찾아오며 나름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한편 이곳을 방문한 일부 손님들은 "죽도시장의 역사와 잘 어울리는 카페인 것 같다"며 "좋은 전망에 넓고 화려한 카페와는 달리 이 곳을 찾기 위해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걸으며, 죽도시장의 현재와 과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소중한 추억과 함께 포항의 명소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며 응원도 함께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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