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LG트윈타워에서 간접고용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청소노동자들은 관리자 갑질 중단, 최저임금 수준이던 임금의 인상, 회사가 구두로 이야기해온 정년 연장 명문화 등을 요구하며 LG트윈타워 청소용역 재하청 업체 지수아이앤씨(지수)와 교섭했다.
첫 교섭이 끝나기도 전 사달이 났다. 지난해 11월 LG측은 지수와의 청소 용역계약 종료를 발표했다. 지수는 지난 1월까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두 고모 구훤미, 구미정 씨가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LG의 '친족회사'로 근 10년간 LG트윈타워의 청소 업무를 맡아왔다.
용역계약 종료 발표 직후 지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위로금을 줄 테니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종용하며 집단해고를 시도했다. 새로 선정된 용역업체 백상기업(백상)도 청소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지난해 12월 16일 LG트윈타워 1층 로비 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1월에는 LG트윈타워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주)LG 100% 출자 자회사), 지수, 백상을 고용노동부 남부지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집단해고 시도에 대한 반발이 일자 지수는 지난 1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를 다른 건물에 분산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청소노동자들은 '지수의 제안은 노조원을 흩어놓아 노조를 파괴하려는 것'이라며 거부했다.
지난 2월 지수는 청소노동자들에게 LG마포빌딩으로의 이동을 제안했다. 청소노동자들은 '구 회장이 출근하는 LG트윈타워에서 비정규직이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은 못 보겠다는 것이냐'며 LG측에 '원래 일하던 곳에서 일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구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22일 LG트윈타워 인근에 100여 개의 텐트를 설치했다.
LG측은 지수와의 계약종료가 '노조 결성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주장하지만, LG그룹에서 노동조합을 만든 뒤 어려움을 겪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만이 아니다. LG헬로비전 통신 설치‧점검 기사와 LG 하이케어솔루션의 가전제품 방문 매니저도 노조를 만든 뒤 어려움을 겪었다.
비조합원 기본급은 250만 원, 조합원 기본급은 200만 원
LG유플러스의 케이블방송 인터넷 서비스 자회사인 LG헬로비전에서는 하청업체 소속 통신 설치·점검 기사들이 희망연대노조에 가입한 뒤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에 차별 대우가 발생했다.
대표적인 곳이 LG헬로비전 경남양산센터다. 이곳에서는 비조합원과 조합원의 임금체계가 다르다. 노조 결성 뒤 경력직으로 입사한 비조합원의 기본급은 250만 원인 반면, 조합원의 기본급은 199만1875원이다. 비조합원에게는 야간근무나 초과근무 수당이 실제 일한대로 지급되는 반면, 조합원들에게는 포괄임금제가 적용돼 실제 일한대로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지난 1월에는 경남양산센터를 운영하는 하청업체 임원 A씨가 노조에 가입한 신입 기사 B씨에게 전화로 '사장이 탈퇴시킬 수 있으면 탈퇴시켜 보랬다', '노조 때문에 회사 골이 이상해졌다', '사장이 노조라면 경기를 한다', '노조원이라는 건 일단 색안경 끼고 본다'는 등의 말을 하며 노조 가입을 방해한 일도 있었다.
또다른 하청업체가 운영하는 속초센터에서도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차별 대우 시도가 있었다. 직원들이 들어가 있는 SNS 단체방에 "비노조원 2021년 연차 1개씩 추가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노조가 이에 항의하자 해당 하청업체는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한발 뺐다.
김정배 희망연대노조 LG헬로비전비정규직지회 정책국장은 "노동자가 노조활동을 하는 건 기본권인데도 노조 가입을 막고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차별한 하청업체는 형식적 사과조차 없다"며 "원청인 LG헬로비전도 지도하겠다며 업체에 공문을 보내기는 했으나 정작 경남양산센터에서의 차별 대우에 대한 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조 가입하자 조합원 일감 빼앗은 LG하이케어솔루션
LG전자의 자회사인 LG하이케어솔루션 소속 가전제품 방문 점검 매니저도 금속노조에 가입한 뒤 차별 대우를 받았다.
LG하이케어솔루션은 4000여 명의 매니저를 특수고용 형태로 고용하고 있다. 매니저들은 방문 점검을 담당하는 가구 수에 따라 보수를 받는다.
노조가 만들어진 뒤 LG하이케어솔루션 지역사무소 몇 곳에서 노조에 가입한 매니저들의 일감을 빼는 일이 일어났다. 매니저 C씨는 "조합에 가입한 뒤 보통 200~300개 정도의 가구를 관리하던 노조원들의 아파트 가구 일감을 60~70개씩 빼는 일이 있었다"며 "매니저들 사이에서 불만이 일자 그제야 다시 돌려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노조에 가입한 매니저들이 보유조사를 거부하자 안양사무소 소장이 그 중 한 명에게 전화를 걸어 '매니저들하고 노조에 관계된 이야기 안 했으면 좋겠다'와 같은 말을 한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정수기 닦으러 다니죠? (관리자가 아닌) 딱새 하시고 싶으세요?', '더러우면 나가면 되잖아' 등의 막말도 했다.
보유조사는 매니저들이 고객의 집을 방문했을 때 정보제공 동의 절차를 밟은 뒤 고객이 갖고 있는 전자제품을 확인하는 업무다. 매니저들이 작성한 계약서에는 보유조사가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한 수당도 지급되지 않는다.
사태가 불거지자 LG하이케어솔루션은 해당 소장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재발방지 교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행위를 한 소장에 대한 징계 조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LG는 비정규직 노조 무력화할 수 있다는 생각 버려야"
LG그룹이 노조를 탄압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강하지 않다. 지난 18일에는 LG전자 노사가 생산직 직원의 임금을 역대 최고 수준인 9% 인상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도 전해졌다. 해당 사실을 보도하는 기사에는 생산직 노조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 같은 합의가 나왔다는 관측이 붙기도 했다.
그럼에도 LG그룹의 자회사, 하청업체 등에서는 노조를 만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가입해있는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의 류한승 조직부장은 "LG그룹은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했던 삼성 등과 비교하면 노조 배제적인 기업은 아니라고 인식되어 있지만 그 범위는 정규직에게 한정된 게 아닌가 싶다"며 "반면 하청업체나 자회사 등의 간접고용 노동자가 만든 노조는 쉽게 무력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류 부장은 "LG트윈타워에서도 저임금 청소노동자를 해고하려 하면서 300만 원이니 500만 원이니 하는 위로금을 주면 쉽게 회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비정규직에게 차별적 태도로 노사관계에 접근해 큰 문제를 겪고 있는 LG그룹이 지금이라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만든 노조를 회유나 탄압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LG가 '인간존중'과 같은 말을 쓰며 정도경영을 강조하면서 간접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조 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LG가 지금이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그들이 말하는 대로 '존중'하고 정상적인 노사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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