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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혐오'엔 분노하면서 코로나 검사 '외국인 차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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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혐오'엔 분노하면서 코로나 검사 '외국인 차별'은?

[안종주의 안전사회] 잇단 코로나 전수·강제 검사 무리수 멈춰야

최근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 발생이 400명대를 계속 유지하면서 정부가 ‘이건 아니다’ 싶은 방역 전략·행정 조치를 잇달아 내놓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는 인권을 무시한 것도 있다. 또 눈앞에 보이는 것만 좆은 채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2일부터 전국 목욕업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 전수검사에 들어갔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0월부터 3월 15일까지 전국 43개 목욕장에서 1,200여 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고 목욕장을 통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목욕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감염 전파를 잠시 줄일 수는 있지만 목욕탕 내 확산과 집단감염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조치가 아니다. 목욕장 내 확산은 종사자뿐만 아니라 이용객에 의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온 종사자가 있더라도 검사 한두 시간 뒤 얼마든지 감염자가 될 수 있고 또 타인에게 전파할 수 있다.

목욕업 종사자 전수검사는 일시적 효과뿐

이런 조치의 효과는 매우 일시적이며 목욕업 종사자들에게 경각심을 단기적으로 갖게 만드는 긍정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자칫 목욕장 종사자들이 음성으로 판정받았기 때문에 이들이 계속 음성일 것으로 착각하고 목욕장 이용객들이 방심할 위험성도 상존한다.

목욕업소 종사자 전수조사뿐만 아니라 최근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결코 그렇게 볼 수 없는 무리한 방역 정책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강제 검사 조치였다. 이는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감염병 전문가, 외국(주한외국대사관)으로부터 질타가 쏟아졌다. 한국이 인권 후진국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국내외에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중앙사고수습본부까지 나서 철회를 요청하자 서울시는 이를 즉각 철회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22일까지 검사를 계속했다. 전남, 전북 등 일부 광역단체는 아직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손발이 맞지 않은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인권을 무시해도 좋다는 사고가 발현된 나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검사 뒤 감염되지 않고 또 전파하지 않는 걸까.

예를 하나 들어보자. 몇몇 지자체에서 잇따라 집단감염이 일어나는 일이 벌어졌다고 하자. 이 때문에 여론이 나빠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전국 모든 공무원들에 대해 낙인을 찍어 강제검사 명령을 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외국인 노동자 강제검사는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하지 않은 반인권, 비과학적 방역 조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 노동자 강제 검사 발상·승인자 가려내고 사과해야

문제는 누가 이런 발상을 했고 또 누가 이를 최종 승인해 실행에 옮겼는지를 소상하게 드러내고 관련 책임자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단체장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치열한 반성과 성찰이 없으면 언제 또 이와 유사한 일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벌어질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슬그머니 그냥 넘어갈 성격이 전혀 아니다. 힘없고 자신의 이익을 대놓고 대변하기 어려운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이성적인 혐오 행위에 가깝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아시아계 혐오성 총기 난사 범죄에 대해서는 우리가 무한 분노하면서 한국에서 함께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이렇게 다루어도 된다는 말인가.

일부 지자체가 벌이고 있는 주민 전수검사 또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비롯한 방역 행정의 무리수라고 할 수 있다. 속초시는 지난 18일부터 전 시민을 대상으로 1주일간 코로나 검사를 벌이고 있다. 지역의 코로나 확산세가 멈추지 않자 이를 막아보기 위한 조치였다.

이에 앞서 포항시는 1월26일부터 가구당 1명 전수검사를 시행했다. 주민 전수검사의 깃발을 처음 들어 올린 곳은 서울 서초구였다. 서초구는 지난해 말 전 구민 전수검사 카드를 꺼냈으나 총리까지 나서 기초단체 자체 검사 추진에는 협의가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시하자 이를 접었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는 일부 정치인과 코로나 치료제 개발 제약회사 회장 등이 나서 전 국민 일제 검사 주장까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그때마다 질병관리청은 이런 방식으로는 엄청난 인력과 비용만 들어가고 코로나 확산을 막기는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강력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주민 전수검사는 조급증이 빚은 비과학적 방역 행정

하지만 지자체들은 전수검사를 통한 무증상 감염자 확진 등 양성반응 사례를 발표하고 언론은 이를 마치 지자체의 치적처럼 다루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 전수검사 방역 행정이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역 언론을 포함해 대다수 언론은 지역 주민 일제 전수검사의 문제점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피상적인 접근을 한 것이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동시 일제검사는 동부구치소나 요양병원처럼 순식간에 코로나가 확산할 소지가 크고 외부와 교류가 사실상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공간에 대해서 해야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전국이나 수십만 명의 공동체, 그리고 특정 업종 등은 열린 공간이어서 전체 주민이나 종사자에 대해서는 검사를 일시에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

특정 업종 종사자 전수 검사, 외국인 노동자 강제 검사, 지역 주민 전수 검사와 같은 무리수는 왜 나오는 걸까? 하루 신규확진자가 400명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코로나 감염 확산을 다잡아보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다 보니 그 부작용과 효과성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목표 달성이 최우선이고 수단과 방법은 그 다음이라는 발상 또한 한몫했을 수 있다.

중앙방역당국이든 지자체든 조급증은 코로나 방역에 걸림돌만 될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새로운 방역 전략을 내놓을 때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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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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