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독재자 전두환, 인간으로서 반쪽도 안되는 남루한 삶"

5·18 계엄군의 사죄 소식 전하며 전두환 비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두환 씨를 향해 "사죄는커녕 진실을 가리고 호의호식하고 있는 독재자"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이 자신의 사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유족에게 사죄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종일 먹먹했다"는 말과 함께 "전두환 씨는 끝끝내 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 지사는 "유족 앞에 엎드려 오열하고, 서로 얼싸안고 펑펑 우는 모습을 보며 모질었던 우리 근현대사를 책망하게 된다"면서 "눈물로 용서를 구한 이는 '저의 사죄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았다'고 했지만 유족께서는 '늦게라도 사과해줘 고맙다'며 서럽게 울었다"고 했다.

이어 "저 넓은 품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무려 41년의 나이테다. 매해 고인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며 보내온 세월,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라며 "사죄와 용서, 그리고 치유의 길이 얼마나 아득한 길인지 새삼 절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 그리고 당시 발포했던 공수부대원들. 또 얼마나 많은 국가폭력의 희생자들이 오늘도 숨죽여 지난날의 악몽을 마주하고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전두환 씨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지사는 "사죄는커녕 진실을 가리고 호의호식하고 있는 독재자. 전 씨는 끝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사죄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저 숭고한 삶의 장면들을 끝끝내 이해도 느끼지도 못할 것"이라며 "한평생 떵떵거리며 살았을지 몰라도 인간으로서는 반쪽도 안되는 남루한 삶"이라고 했다.

▲16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참여했던 공수부대원(왼쪽)이 자신의 총격으로 사망한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에게 사죄하고 있다. 가해자가 특정인을 숨지게 했다고 고백하며 유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이날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지난 16일 계엄군 출신 A 씨는 광주 북구 5·18민주묘지에서 희생자 고(故) 박병현 씨의 유족을 만나 사죄와 용서를 구했다. 계엄군들이 당시 진압 작전을 증언한 경우는 많았으나 가해자가 직접 발포해 특정인을 가해한 사실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사과 의사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A 씨는 유족에게 큰절을 하며 "어떤 말로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드려 죄송하다. 저의 사과가 또 다른 아픔을 줄 것 같아 망설였다"면서 "40년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이제라도 용서를 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오열했다.

이어 고인의 형 박종수 씨는 A 씨를 향해 "늦게라도 사과해줘 고맙다. 죽은 동생을 다시 만났다고 생각하겠다"며 "용기 있게 나서줘 참으로 다행이고 고맙다. 과거의 아픔을 다 잊어버리고 떳덧하게 마음 편히 살아달라"면서 A 씨를 안았다.

한편 전두환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무력탄압, 12·12 쿠데타, 비자금 은닉 등을 이유로 1996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으나 2년 후 특별사면을 받았다. 5·18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증언에도 여전히 "안했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두환은 2017년 펴낸 <전두환 회고록>에서도 5·18을 왜곡하고,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묘사해 5·18단체로부터 고소당했으며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