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 안철수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같은 분이 결합하면 야권이 분열될 수 있다.
안철수 :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가진 고민과 우려를 누구보다 잘 안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저와 함께 한다고 제안을 해주면 저는 국민의힘과 다같이 함께하는, 통합된 야당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
오세훈 : 저희 쪽도 간접적으로 윤 전 총장 쪽과 모종의 대화가 있었는데, 제가 확인한 바로는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어느 쪽도 돕지 않을 것이라는 그 분의 입장을 전달받았다.
안철수 : 윤 전 총장이 야권 단일후보는 누구든 지원할 수 있다는 뜻 아니냐. 그러니까 (윤 전 총장도) '큰 야권'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15일 오전 양당 지도부와 후보들이 서로를 겨냥해 날선 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관련 기사 : 오세훈 "안철수로 단일화? 야권 분열" vs. 안철수 "나 아니면 대선도 물건너"), 단일화 과정의 일환으로 진행된 '비전 발표회'에서도 두 후보가 직접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비전 발표회'는 후보 간 1대1 토론 방식이 아니라 두 후보가 각자 공약을 프리젠테이션 형식으로 발표하고 기자들 질문만 함께 받는 형식이어서 당초에는 직접적 의견 충돌보다 언론을 사이에 둔 간접 공방이 예상됐다.
게다가 오 후보는 자신의 비전 발표 시간을 할애해 "제가 서먹서먹한 걸 못 견디는 성격이라서, 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의 상황에 대해 간단히 소회를 밝히겠다"며 "국민들 보기에 걱정할 만한 상황이 빚어졌는데 안 후보님, 죄송하다. 제가 사과드리겠다"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오 후보는 "오해가 좀 있는 것 같다"며 "어제 오후에 안 후보가 본인이 야권 단일후보가 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길래 균형을 맞춘다는 취지에서 길이를 좀 짧게 헤서 (글을 썼는데) 표현이 좀 직설적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하고는 "국민 여러분 믿어달라. 저희 단일화 의지는 굳다. 더 이상의 날선 공방은 적어도 후보들 사이에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까지 두었다.
오 후보의 사과는, 안 후보 측에서 보면 순수한 의도라기보다는 오 후보가 넓은 도량을 드러내 보이려는 이미지 정치 제스처로 볼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확실히 누그러졌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해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정오께 SNS에 글을 올려 "김 위원장 발언은 정말 모욕적이다. 저는 단일화 일정에 맞춰 토론을 하자고 했을 뿐, 토론을 피한 사실이 없다"면서 "어디서 엉뚱한 소리를 듣고 엉뚱한 말씀을 하시는지 도대체 의도가 뭔지 알 수가 없다", "많은 야권 지지자들이 김 위원장의 옹고집과 감정적 발언에 한숨을 쉬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던 차였다.
그러나 잠시 누그러진 듯헀던 두 후보 간의 긴장은, 야권 잠룡으로 떠오른 윤석열 전 총장 관련 문제를 두고 다시금 치솟았다. 안 후보는 "윤 총장에 대해 제가 야권에서 유일하게 처음부터 우호적 시각을 유지해 왔다"며 "반드시 야권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저도 정치권 밖에 있다가 들어오면서 여러 시행착오를 한 경험이 있다. 윤 전 총장이 자리를 잡을 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자부했다.
반면 오 후보는 자신이 안 후보를 겨냥해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고 표현했던 데 대한 질문을 받고 "해프닝", "직설적 표현이 들어가서 상황이 불편해졌다"고 해명하면서도 한편 "만에 하나 안 후보가 시장이 되고 거기에 윤 전 총장 같은 분이 결합하면 야권이 커지는 게 아니라 분열될 수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 후보와) 의견을 달리한다"고 자신의 주장을 다시 전개했다.
오 후보는 "의원 100명 이상의 제1야당이 그 당과 완전히 합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고, 그러면 야권 분열 상태에서 대선을 맞이할 확률이 높고 분열이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런 가능성을 염려했기 때문에 그것을 짚는 과정에서 직설적 표현으로 서먹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오 후보의 답변이 끝나자 자신의 답변 순서가 아님에도 "저도 그 우려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발언 기회를 요청한 뒤 "(오 후보의) 설명을 들어보니 그 내용이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정면 반박했다.
안 후보는 "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고 시장에 당선된다면 '큰 2번'을 만들겠다고 했다. 야권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만에 하나 윤 전 총장이 저와 함께한다고 제안을 주면 저는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과 다같이 함께하자고 설득하는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더 큰 야권, 반드시 정권교체를 할 수 있는 통합된 야당을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오 후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회자는 다음 질문을 받으려 했지만, 오 후보는 추가 발언에 나서 "안 후보가 말씀한 부분에 대해 제가 반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혹시 오해가 있을 것 같아 제가 아는 바를 말씀드리면, 저희 쪽도 간접적으로 윤 전 총장 쪽과 모종의 대화가 있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단일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느 쪽도 도와주는 모습은 없을 거라는 그 분의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재차 반박성 발언을 했다. 안 후보 측에서 윤 전 총장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안 후보도 한 차례 더 답변을 자청하고 나서서 "그 내용 그대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면 윤 전 총장이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다는 뜻 아니냐"며 "그런까 '큰 야권'이 되는 데에 (윤 전 총장) 본인도 찬성하는 입장인 것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이날 오전 발언을 두고도 안 후보는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재차 "후보 간 합의한 게 없다고 한 말씀은 사실이 아니다. 그것은 후보단일화에 (당 지도부가)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말인데, 그렇게 되면 단일화가 어려워짐은 물론 선거 승리 후 통합에 큰 걸림돌을 만드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오 후보는 "김 위원장이 (두 후보 간 합의한 게 없다고) 한 말은 기본적 원칙 외에 구체적 협상 방식, 여론조사 문구 등을 언급한 게 아닌가 미루어 짐작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두 후보는 모두 단일화 결렬로 선거가 3자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강력히 부인했다. 오 후보는 "시민들 지지는 감사하지만 3자 구도는 제 머릿속에 없다"며 "그런 조사는 의식적으로 보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고 했다. 안 후보도 "절대로 3자 구도로 가서는 안 된다"고 재강조했다. 오 후보는 "협상 상황을 파악하고 이 자리에 왔는데, 오늘은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며 "상당 부분이 합의됐고 막바지 몇 개 남았다고 한다. 절대 단일화 실패는 없다는 굳은 의지를 확인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양측 단일화 협상팀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회 본청에서 3차 협상을 진행한 결과, 단일화 TV토론을 16일 오후 5시 30분에 한 차례만 실시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단일화 여론조사는 이전에 합의한 대로 17~18일에 진행한다. 다만 토론 형식과 여론조사 문항은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TV토론 당일인 다음날까지 협상을 추가로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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