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마감 시한인 19일을 나흘 앞두고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막판 신경전이 격렬해지고 있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모두 양자대결 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는 데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확연해지자 야권 단일화를 둘러싼 기세 싸움이 거세졌다.
오 후보는 '야권 분열론'으로 안철수 후보를 몰아붙였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오 후보를 지원사격했다. 국민의당 대표 겸 시장 후보로 나서 1인 2역을 하고 있는 안 후보도 "단일화 진정성이 있느냐"며 거세게 반격하고 있지만 시간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김종인 "단일화는 상식대로"…오세훈 "安으로 단일화되면 야권 분열"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15일 오전 선대위 회의에서 "최근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를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얘기가 많다"며 "단일화 문제는 정치 상도(常道)를 벗어나서는 할 수 없다. 정치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기준에 의해 이룩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 과정에서 후보들 간 일정한 토론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토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시장 후보가 될 수 없다. 이것을 피하는 협상은 이뤄질 수 없다"고 안 후보를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미국에선 나이먹은 바이든, 트럼프 같은 사람들도 스탠딩 토론을 하는데 이 사람은 스탠딩 토론도 못 하겠다는 거 아니냐"고 노골적인 지적을 했다.
김 위원장은 또 "우리 당은 오 후보를 '기호 2번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로 정한 것이지 '자연인 오세훈 후보'가 아니다"라며 "상대방 쪽도 마찬가지다. 자기 당 이름, 기호를 내건 후보지 자연인 후보가 아니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딴짓을 하자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라고 여론조사 문항에 대해 사실상 직접적인 언급을 하기도 했다.
오 후보도 선대위 회의에서 "단일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돼야 한다. 19일 시한을 어떤 일이 있어도 넘기지 않겠다"고 단일화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만약 안 후보로 단일화가 되고 거기에 더해 당 외곽의 유력 대권주자가 결합하게 되면 내년 대선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치라지는 최악의 대선이 될 수 있다. 이 점을 깊이 우려한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이는 전날 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 후보로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연립시정과 함께 야권 전체의 통합을 적극 추진하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포함한 더 큰 통합을 통해 '더 큰 2번'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한 데 대한 비판인 셈이다.
오 후보는 전날 SNS에 쓴 글에서도 "늘 야권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로의 단일화는 내년 대선에서도 분열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한 데 이어, 이날 발언에서도 "안 후보가 시장이 되고 다른 유력 주자가 결합하는 형태가 되면 야권은 100% 분열한다. 그러면 다시 한 번 (대선에서) 험난한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그간 안 후보 쪽으로 (여론 흐름이) 상당히 가는 것으로 보이다가 지금 우리가 후보 확정한 다음에 그래도 제1야당 후보라고 하니까 민심이 제1야당 쪽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안 후보) 본인 스스로 거기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것"이라며 "그 사람이 윤 전 총장하고 어떤 교감을 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런 교감도 없이 단일화 막판에 불리한 여건에 처하니까 자기 나름대로 힘을 좀 발휘해보려고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고 일축했다.
오 후보는 또 "극히 일부지만 우리 당 일부에서도 '단일화만 되면, 야권 후보만 당선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아직도 조금 계신 것 같다. 특히 당 외곽에 분포해 있는 정치권 몇몇 분들이 그런 안일한 생각들을 하고 계시는 게 확인되고 있어 정말 걱정"이라고 당내 단속에도 나섰다.
오 후보 선대위의 명예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단일화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 각 정당은 협상에서 손을 떼고, 두 후보가 직접 만나 단일화를 이루는 결단을 하라"고 촉구했는데, 특히 김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관계없다. 단일화만 해 달라"고 했었다.
오 후보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어제 오후 안 후보의 입장문을 보고 놀라고 실망했다"며 "그간 안 후보와 저는 서로 간 비판을 자제하고 하고싶은 말도 참았는데, 어제 오후에 저에 대해서 상당히 공격적인 입장문을 내놔서 저도 그간 하고 있던 상황 인식을 일단 말한 갓"이라고 '분열론' 공세의 배경을 설명했다.
오 후보는 다만 단일화가 목표 시한인 19일을 넘길 가능성이나 최종 불발돼 3자 구도로 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런 상황까지 생각해본 적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반드시 후보등록일 전까지 단일화를 하겠다", "3자 대결은 필패한다는 마음으로 단일화에 임하겠다"고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다만 "누가 3자 구도를 한다고 했느냐? 이제 와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없다"면서도 "(19일 시한은) 약속했으면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지만, 가급적이면 금주 안에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자꾸 시비를 걸고 단일화 협상을 끌고갈 것 같으면 시간이 더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진흙탕 싸움으로 안철수 죽이기…단일화 진정성 있나"
안 후보는 이날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야권 일각에서는 저와 국민의힘 지지층을 떼어 놓으려는 분들, 야권 전체의 승리보다는 자기 계파의 이익이 먼저인 분들이 있다"며 "저를 폄훼하고 비판하는 것은 물론, 저의 진심까지 왜곡하고 단일화 협상을 진흙탕 싸움으로 몰고 가려는 분들"이라고 비난했다.
안 후보는 "한 마디로 '안철수 단일후보'를 막아야 본인들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사실상 김 위원장 등을 겨냥하면서 "저는 그 동안 이런 분들에게 싫은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저 안철수가 죽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도 정권교체 교두보도 다 물 건너간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또 여론조사 내용에 대한 협상 내용을 상기시키듯 "조직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저는 야권이 취약한 20·30대, 중도층, 무당층에서 민주당 후보보다 더 지지가 높은 유일한 야권 후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어 "안철수를 야권 단일후보로 선택해 주시면, 야권의 지지층을 20·30대, 중도층, 무당층까지 넓혀갈 수 있다"며 "정권교체가 가능한 '더 큰 2번'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 안철수를 선택하시는 것이 더 큰 국민의힘을 만드는 길이자, 국민의힘을 정권교체의 중심에 설 수 있게 만드는 길"이라고 전날 기자회견 내용을 재강조했다.
오 후보의 '분열론'에 대해 날선 반격도 가했다. 그는 "어제 야권의 모든 분들이 참여하는 대통합 추진을 통해 '더 큰 2번'을 만들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오 후보는 그 화답으로 '분열'을 말했다.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제가 '늘 분열의 중심에 서 있었고 앞으로도 분열을 잉태할 후보'라고 말했다. 이것이 과연 단일화 협상 상대에게 할 수 있는 말인가? 그렇다면 저와 단일화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안 후보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오 후보는 단일화의 진정성은 갖고 있느냐? 어제 제가 약속한 범야권 대통합 추진에 반대하시나?"라고 정치 공세를 펴면서 "요즘 LH 사태 덕분에 지지율이 좀 올라간다 싶으니까 3자 구도로 가겠다는 밑자락을 까는 것인가?"라고 오 후보를 몰아붙이기도 했다.
안 후보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여론조사에서 기호·당명을 빼자는 것은 무식한 소리라고 비판했다'는 말을 전해듣고도 "어제 오 후보의 발언, 오늘 김 위원장 발언을 들어보면 정말 단일화를 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3자 대결을 말씀하셨던 분이 다시 또 걸림돌이 되는 말씀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단일화 판을 깨려는 것이냐'고 국민의힘 지도부·후보를 압박하는 것이 안 후보의 전략적 의도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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