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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공무원, 유튜버, 주린이의 공통점은?

[기고] 대학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매년 10월이 되면 세계가 주목하는 수상자 후보들이 발표되고, 지구상 가장 권위 있는 수상식이 진행된다. 노벨상이다. 한국 국민들 역시 희망어린 관심을 갖고 한국인 최초의 과학계 노벨상 수상자를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매년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하는 성토와 비난이 이어진다. 뭐가 부족해 한국은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하나도 없는데, 일본은 10명이나 될까? 일본인 수상자 10명은 물리학 1명, 화학 2명, 의학 3명, 수학 3명, 그리고 건축 분야 1명이다. 그야말로 과학 강국이다.

한국의 대부분 언론과 주류 학계와 정치가들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에 대한 투자를 역설하고, 온갖 관련 정책들을 앞 다투어 제시한다. 그러나 결국 공허한 탁생 정책과 현실성 없는 공론에 그치고 만다. 어째서 동일한 상항이 반복될까? 수학과 과학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입상자가 거의 매년 배출되고, 세계에서 고등교육 이수자가 가장 많은 국가의 하나인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에서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악순환은 충분히 예견되고,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국에서 이미 검증된 이공계 수재들과 학력 우수자들은 대학 입시에서 의대와 치대 한의대 등의 보건계열을 우선 선택하고, 문과계의 외고나 특목고 출신들 역시 가장 취업이 잘 되는 경영학과나 로스쿨 진학을 염두하고 대학 진학을 결정한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초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희망 직업이 이 글의 제목대로 건물주, 공무원, 유투버 및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 등이다. 특히 최근에는 훌륭한 주식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조기교육까지 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수학, 물리, 화학 등 분야에서 기초과학자가 되거나 이들 분야의 취업이 한국 사회에서는 의사나 변호사보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직업이기에 수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첫 번째는 ‘돈’이 가장 우선시되는 사회 인식일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죄악이 될 수는 없지만, 인간 삶의 목적이 돈이 될 수는 없다. 두 번째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주요 고등교육기관의 학력과 학벌일 것이다. 국가와 사회가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학벌위주의 사회구조 안에서 어쩌면 소비자인 학생들과 부모들이 SKY로 대변되는 이들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이를 해소하고자 하는 국가의 노력이나 정책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최근 악화되고 있는 LH 사태나 수도권 집중 정책의 심화는 지방과 지방대의 소멸을 가속화할 뿐이다. 세 번째는 지방별 특징과 특생이 있는 지방화 정책의 부재이다. 거의 모든 지역이 인구수에 따른 정책만이 있을 뿐, 차별화된 지역 정책은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가져올 미래의 재앙이다. 건물주, 공무원, 유투버 및 주린이 그리고 부동산으로 부를 축적하고자 하는 이들 모두 서비스업인 제3차 산업에서 파생되는 직업이다. 제3차 산업은 제1차와 제2차 산업이 기반이 되어야 활성화되고 지속성을 갖는 것이다. 국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초 산업인 제1차와 제2차 산업의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보건계열 중심과 경영이나 법학 중심의 고등교육정책은 미래의 국가경쟁력이나 지방 활성화에는 모두 해가 될 뿐이다.

따라서 지방을 살리고,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고등교육정책과 수도권 집중 현상을 심화시키는 대학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특히 국공립 대학과 사립대 정책을 이원화하고, 국가는 국공립 대학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지방 특성화 국공립 대학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지방이 살아야 수도권도 존재하는 것이고, 지방대가 존재해야 수도권 대학도 존재할 수 있다. 지방대 소멸을 반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도 국가 경쟁력이 나아지거나 수도권에 집중한 대학이 국가 경쟁력을 담보할 수준의 세계적인 대학이 되는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2021 대학입시 지방대 미달사태 시 많은 지방대학들이 고가의 경품과 장학금 심지어 등록금 면제까지 내걸면서 신입생 충원에 사활을 걸었던 기사를 접해 보았을 것이다. 등록금으로 운영하는 지방대가 당장의 손실을 무릅쓰고 다소 황당하기까지 한 선심성 약속을 한 것은 주로 교육부가 시행하고 있는 교육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신입생충원률, 재학생충원률, 취업률 등등의 여러 기준을 통해 대학을 평가하고 국가 지원을 결정하는 것은 각각의 지방대가 갖는 특징을 살려 자체의 경쟁력 확보하거나 특성화하는데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지방대 자체의 내부 문제들도 많다. 지방 소재 대학의 경우 해당 지역 유력한 특정 고등학교를 중심으로 교수들이 지방의 관료들이나 토호들과 연계하여 기득권 세력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지방대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계속 낮아지면서 수업의 질이나 학업 능력을 높일 고민이나 연구를 게을리 하는 점 역시 현실이다. 비록 일부 교수들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일이 자주 혹은 지속적일 경우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갖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작금의 지방과 지방대의 위기는 대학 내부와 외부의 수준 높은 개혁과 혁신 없이는 해결하기 힘들 것이다. 근본적인 구조 개혁과 인식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지하철이나 언론에서 가끔 보는 대학 관련 광고 중의 하나가 ‘취업률 1위 대학’을 강조하는 선전과 홍보 문구이다. 과연 이걸 보고 좋아해야할지 좋은 대학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웃픈 현실이다. 세계적인 석학이 가르치거나 최고의 연구 중심이라는 문구가 아닌 취업학원에서나 홍보할 이런 문구를 보고 대학을 결정하는 현실이 슬프다. 교육부 역시 취업률은 대학 경쟁력의 지표로 삼는 현실에 망연자실할 뿐이다. 4차 산업 혁명을 준비하고 미래의 대한민국 경쟁력을 위해 국민 모두가 인식과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더 이상 언론이나 지하철에서 ‘취업률 1위 대학’의 광고는 안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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