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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전환의 시대, 전환 '논쟁'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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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전환의 시대, 전환 '논쟁'이 보이지 않는다

[초록發光] 기후위기 시대, 전환의 상상력은 논쟁으로부터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무분별한 생산과 소비의 사회구조에서 생태적․환경적 가치를 반영하여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의 사회구조로 변혁 및 전환하기 위하여 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을 말한다."

한정애 의원이 2020년 말에 대표 발의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녹색전환 기본법안'에서 정의한 '녹색전환' 개념이다. 법안의 구조와 범위의 문제를 차치하고, 녹색전환 개념을 중심으로 지속가능발전기본법을 복원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그러나 얕은 녹색과 깊은 녹색, 약한 지속가능성과 강한 지속가능성 사이에서 어느 곳을 지향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짐작할 뿐이다.

작년 국회에 발의되어 본격적인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는 기후위기대응법이 여럿 있다.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정책 특별법안'(심상정 의원),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안'(이소영 의원), '기후위기대응법안'(안호영 의원), '기후위기대응 기본법안'(유의동 의원). 이 법안들은 그린 뉴딜이나 탈탄소 경제를 포괄하느냐의 차이가 있지만, 현행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보완하거나 대체하여 장기적으로 탈탄소․탄소중립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기후위기 대응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기후위기비상행동 주최, 2020.3.9.)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앞으로 병합심사 과정에서 기본법 성격의 탄소중립이행법으로 수렴될 수 있다고 한다. 주요국의 경우처럼, 기후위기 대응(감축과 완화)에 초점을 두고 관련 원칙과 방향, 개념과 정의, 전략과 비전, 목표와 방법, 계획과 실행, 거버넌스와 대중 참여, 예산과 기금, 검토와 평가 등의 조항이 일정한 수준에서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탄소중립-그린뉴딜' 조합이 '저탄소-녹색성장' 조합에 비해 얼마나 개선된 것인지 평가할 기준이 있을 것이다.

첫째,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 오염자 부담과 사전 예방 등의 핵심 원칙이 근거 조항으로 충분히 반영되어 한다. 기본법은 물론이고, 향후 에너지, 금융, 교통,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 도입될 개별 실행법을 통해서 그 실체가 구체화되어야 한다.

둘째, 장기 탈탄소․배출제로, 중·단기 감축목표 설정방식과 이행체계를 둘러싼 정성적, 정량적 쟁점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입법권력, 행정권력, 경제권력과 사회권력의 역할과 책임을 핵심 원칙에 따라 분명하게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셋째, 탄소중립이행법은 공식 발의된 법안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함과 동시에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사회의 기후정의기본법 제안도 적극 수용해야 한다. 정당과 정부 내에서조차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개념에 동상이몽인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급진적으로 보이는 원외 법 조문들이 수용될 가능성은 낮겠지만, 정치적 의지가 있다면 최종 타협의 대상에서 시민사회의 제안이 무조건 제외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탄소중립이든 기후정의든, 기후위기대응법 국면은 파리협정 신기후체제를 맞아 대단히 중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입법은 텍스트 작성으로 끝나지 않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쟁점과 갈등을 정치화․사회화하고 지속적으로 공론화하도록 해야 한다. 국회 대안이 될 탄소중립이행법과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기후정의기본법의 각론 차이만이 아니다. 공통적인 기표인 '전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녹색전환, 탈탄소사회로의 전환, 정의로운 전환 등의 표현들은 이제 학술적 개념이나 사회운동의 주장만이 아니라 점차 법적, 행정적 수준에서 통용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전환 논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1940년대 중후반부터 국제적으로 전개된 이행 논쟁(Transition Debate)은 봉건제에서 자본제로,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즉 사회구성체 이행을 다뤘다. 탈냉전 시대에는 자본주의로의 제체전환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생산양식, 계급투쟁, 국가․시민사회 역할, 기술․시장․무역 발전이 여전히 유효한 쟁점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환경 이슈가 부상하더니 최근에는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염병 등 생태적 차원이 지배적 담론이 되었다.

생태주의, 녹색 자본주의, 탈성장주의, 녹색 사회주의 등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21세기 전환 논쟁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는 여전히 대중적 담론으로 확산하지 못했다. 기후위기대응법 제정 과정에서 성장주의-탈성장주의나 개혁주의-급진주의 대립이 있지만, 논쟁은 여전히 제한된 공간에서 진행될 뿐이다. 물론 기후정의기본법은 탈성장이라는 구조적 관점과 입장을 반영하고 있지만, 시민사회 다수의 지지를 받는다고 확신할 수 없다.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기후정의의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체화될수록, 우리는 전환을 재상상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엘루아 로랑(Éloi Laurent)이나 린다 클라크(Linda Clarke) 등 정의로운 전환을 연구하는 이들은 전환 논쟁의 출발점을 이렇게 제기한다. 세상은 왜 바람직하지 않게 되었나?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무엇인가? 이곳에서 그곳으로 어떻게 가는가? 전환의 주체는 누구인가? 정의는 무엇이고, 그 방식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는 시스템 재생산이 긍정적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기득권 세력이 규제기관의 정책결정에 개입하거나 규제기관 스스로가 기득권의 이해관계를 보장하고(capture), 기존 지배 시스템의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은폐하거나 외부에 전가하고(masking), 현행 기술이나 미래 기술의 문제점을 마치 새롭거나 혁신적으로 보이도록 프레임을 바꾸고(reinvention), 국가 안보와 연결시켜 국가주의적 담론으로 방어하는(securitization) 등 재생산 전략(Phil Johnstone et al., 2017)은 효과적이다. 반면 '사회구조의 변혁 및 전환'의 강조는 때에 따라 의도치 않게 또 다른 고슴도치 편향을 낳는다.

질적으로 다른 시스템으로의 전환은 다양한 니치의 활성화와 상호보완 및 연대, 그로부터 나타나는 새로운 레짐의 공존을 의미하는 다양성 경로(pluriversal pathways)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시스템 유지나 보완의 한계를 벗어나고 싶지만 즉각적인 대체가 어려울 경우, 전환 경로의 다양성은 단 하나의 노선을 추종하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탄소중립이행법이 어떻게 제정되든 상관없이 우리에겐 전환 논쟁이라는 지난한 과제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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