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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사태와 의‧치‧한 지역할당제

[기고] 지방·지방대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

드디어 터져야할 것이 터졌다. 이미 국토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1970년대부터 진행되었던 전형적인 권력을 이용한 땅 투기 방식은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었을 것이다. 비단 이번 사태는 LH공사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관련 공무원이나 정치인들 등의 이해관계자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지난 수십 년간 이러한 투기 방식이 진행되어 왔을 것이라는 추론이 충분히 가능하다. 단지 침묵하고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묵인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수많은 부동산 정책 역시 이러한 세력들의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입법이나 정책이 될 수 없었던 것도 헤아려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유독 수도권 중심의 신도시 정책으로 집중되는 것도 토건 세력의 이익옹호라는 구조적 적폐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부동산 정책이나 신도시 개발 정책의 폐해를 다루려는 것은 아니다. 쟁점은 이러한 수도권 집중을 지속하는 국토개발 정책이 과연 국가의 경쟁력이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방대 위기는 곧 지방의 위기이고, 지방의 위기는 국가 위기라는 점은 지난번 필자의 기고문(관련기사 바로가기 ☞ : 지방의 위기, 지방대의 위기는 국가의 위기다) 에서 밝혔다. 수도권 집중을 더욱 용이하게 하는 신도시 개발이 지역의 위기를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런데 교육부가 지난 2월 28일 '지방대학 지역균형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취지와 목적은 지방의 인재 유출을 막고, 지방을 활성화하는데 대학 입학 정책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방대 위기에 대한 교육부가 내놓은 고육지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계획안이 정책으로 실현되면 어떤 효과가 발생할 것인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의대, 약대, 간호대 및 치대 입학 지역할당제(이하 지역할당제)가 지방의 위기와 지방대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일까? 아닐 것이다. 수도권 집중이 가속될수록 지방 소재 대학에서 보건 의료 계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비록 지역할당제의 혜택을 받았을지라도)은 신도시의 보건의료 수요를 충족시키고, 더 나은 경제적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에 따라 이들 신도시로 이주하여 개업이나 직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다. 결국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균형적인 지역분산정책을 수립하여 실행하지 않는 한 이러한 지방의 위기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역할당제를 대체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대안을 없을까? 지방의 위기와 지방대의 위기 해소를 위해 단지 지방과 지방대만을 살리는 정책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지역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의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이 기고문에서 필자는 필자의 사견임을 전제로 조심스럽지만 그 정책 대안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 대학 강의 사진. ⓒ프레시안(서어리)

무릇 교육정책이라는 것이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우선 정책이라는 사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진리였다. 그러나 유독 한국 사회에서는 교육정책이 갈수록 해결할 수 없는 정책의 영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학벌이 경제적 부 축적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인식일 것이다. 두 번째는 공부를 권리가 아닌 의무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 요건으로 인식하는 기성세대의 생각일 것이다. 세 번째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권력을 향유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일 것이다. 이 세 가지 생각의 근저에는 출세와 부에 대한 한국인들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어떠한 희생과 비용이 들더라도 자식들만큼은 대학진학을 시켜야 하고, 가능하면 더 좋은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부모들의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런 이유로 대학이 무한정 증설되었고, 너무 많은 대학이 수요를 초과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대학 수의 조절이나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대학 정책이 필요해졌다. 지방대의 위기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며, 단지 지역할당제와 같은 단편적인 정책으로는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에서의 교육정책은 교육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정책의 기조에는 직접적으로 취업이나 고용제도가 연계되어 있고, 부동산이나 사회적 부와 권력 등과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결국 교육정책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의 정책과 연동되지 않으면 별다른 효과를 낼 수 없다. 이는 이미 수많은 부동산 정책에도 불구하고 교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충분히 입증되었다. 과감하게 사회구조까지 바꾸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LH사태나 수도권 집중 정책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도권을 확대하는 토건정책이 계속되면 그 어떠한 교육정책도 효과를 내기 힘든 구조가 한국사회이다. 필자가 보기에 현재의 구조 속에서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정책은 다음과 같다.

우선 국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하여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학과 등의 조정 작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세부적 교육정책의 수립이 필수적이다. 지방에 거점을 둔 국립대를 지역적인 경제구조에 맞추어 학과와 교육방식의 특화를 이끌어내는 정책을 대학별로 수립해야할 것이다. 예를 들면 호남 지역에 특화된 산업과 경제 구조에 맞게 학과들을 개편하고 집중하여 투자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모든 국립대에 모든 학과를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영남에는 영남지역에 특화된 산업구조에 맞는 학과를 중점 육성하고, 호남에는 호남 산업구조에 맞는 학과를, 충청이나 강원에도 그러한 방식으로 지역별거점국립대학으로 육성하는 방식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초기에 지역거점대학으로서 국립대 육성 정책이 수립되어 실행되고 있기에 세부적인 지침이나 방향을 재조정하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두 번째는 지역할당제보다는 국립대 교육을 유럽 주요 국가들과 같이 국립교육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지역별 산업 구조에 특화된 구조조정과 함께 기초학문 중심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지역별 특성화 국립대 정책과 다소 상충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산학협력 체계를 지역거점 국립대에서 갖추자는 것이다. 또한 지역거점국립대 졸업생들에게 지역 혁신도시 지정 등의 정책에 맞추어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기업이나 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세 번째는 기존 사립대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이다. 기본적으로 사립대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에 맞추어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수립한다. 특히 대학 운영에 자율권을 주고, 국가의 지원은 최대한 줄이는 방향 전환이다. 사립대의 경쟁력을 국가가 지원금이나 정책을 통해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방 사립대에게 ‘4차산업선도대학’의 지정이나 구조조정을 연계하여 획일적인 지방대학 정책을 시행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역에 소재한 대학에 4차산업을 대비하기 위해 획일적인 학과 신설(예를 들면, AI학과나 빅데이터사이언스 혹은 핀테크 학과 같은 신설학과)을 미끼로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지방 사립대의 미달사태의 중심에는 이러한 신설학과와 이공계열 학과들이 있었다.

네 번째는 학벌과 학력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인식과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성이다. 인식과 정신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정책이나 제도도 충분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사실 이러한 교육에 대한 인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은 앞선 세 가지 방식이나 방향보다 앞서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기적으로 시행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 미래를 위해 현재와 같은 지방의 위기와 지방대의 위기를 간과하고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역의 위기가 단지 그 해당 지역의 위기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더더욱 새로운 의미와 내용을 갖는 인식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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