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1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평화회의와 전북민중행동이 4일 문재인 정부의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행중단을 촉구한 뒤 남북미 상호대화를 통한 평화적으로 문제해결을 주문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캠페인과 1인 시위 및 군산 미군기지 앞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오는 8일부터 18일까지 실시될 예정이다.
다음은 전북평화회의와 전북민중행동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한반도는 70년이 넘게 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 분단의 고통과 전쟁의 두려움 속에 놓여 있다. 매년 3월이 되면 이 땅에서는 어김없이 지구상 최대의 군사훈련이 벌어지고 언제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진다.
한미 양국은 오는 3월 8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연초 북측에서 ‘근본문제 해결’을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상황에서 강행되는 이번 훈련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한반도 정세가 더 깊은 미궁으로 빠질까 우려된다. 평화프로세스 실현의 마지막 기회를 맞은 우리 정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훈련이 아니라 대화 재개를 위한 담대한 결단이다.
전시작전권 전환을 한미연합군사훈련 명분으로 활용하지 말라
정부는 ‘전시작전권 전환’을 위해 군사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은 군사주권의 핵심으로서 미국에게 검증을 받고 반환을 애걸할 사안이 아니다. 우리의 자주적 의지와 결단으로 즉각 환수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과 버웰 벨 주한 미군사령관 등은 이미 지난 2006년, 한국이 전작권을 행사할 능력이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심지어 전환 이후에도 주한미군사령관이 유엔사령관 지위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 예상되는 마당에 전작권 환수를 훈련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은 옹색하기만 하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방어 훈련이 아니라 명백한 전쟁 연습이다
정부는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연례적이고 방어적 훈련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코로나 19 상황을 감안한 것이지 평화 여건을 조성하려는 의지 표현이 아니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의 문제점은 방식이나 규모가 아니라 그 성격에 있다. 이번 훈련 역시 대북선제공격을 전면에 내세운 맞춤형 억제전략과 작전계획 5015에 의거하여 진행된다는 점에서 변함이 없다. 이는 북에서 공격 징후만 보여도 그 즉시 전략거점들을 파괴한다는 계획이다. 자의적 판단 여지가 큰 ‘징후’를 근거로 선제공격이 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의 대량 파괴 무기들을 탈취하고 지휘부를 제거하는 ‘참수작전’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상대의 전복과 말살을 기도하는 전쟁 연습이 명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훈련이 아니라 신뢰 회복과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이다
남북은 2018년 4.27판문점선언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관계는 단절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연합훈련을 재개한다면 대화의 문은 영영 닫히고 문재인정부는 빈손으로 임기를 마치고 말 것이다. 이는 오매불망 평화의 시대만을 기다려온 우리 겨레의 커다란 손실이고 좌절이다.
미국 역시 6.12싱가포르 정상회담 직후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전작권 반환을 고리로 한국으로 하여금 무기를 수입하도록 압박하고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강요하는 데 골몰해 왔다. 바이든정부는 제재와 압박으로 북의 굴복을 이끌어내기는커녕 상황만 악화시켜왔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적대관계를 청산, 대화에 나서야 한다.
결단의 시간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여 멈춰 선 평화의 기관차를 다시 굴릴 것인가? 훈련을 강행하여 평화에 대한 열망으로 들끓던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것인가? 문재인 정부와 바이든 정부는 반드시 평화의 길을 택하여 역사의 진전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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