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서 한국계 20대 남성이 인종차별적 발언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현지 경찰이 수사 중이다.
24일(현지시간) NBC 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 예비역인 한인 데니 김(27)씨가 지난 16일 저녁 코리아타운에서 마주친 히스패닉계 남성 2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두 눈에 멍이 들고 코뼈가 부러졌다.
김 씨는 가해자들이 자신에게 "중국 바이러스", "칭총"(중국인을 비하하는 표현) 등 인종차별적 폭언을 퍼부으며 폭행을 휘둘렀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는 가해자들이 "바닥에 넘어졌는데도 계속 때리면서 나를 죽이겠다고 말했다"며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인근에 있던 지인인 조지프 차 씨가 나타나면서 겨우 폭행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며 가해자들은 차 씨에게도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었다고 한다.
LA경찰국은 이 사건을 혐오범죄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최근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 범죄가 급증했다. 데니 김 씨 이전에도 지난 1월 말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태국 남성이 산책을 하다가 자택 근처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해 결국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시안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에 반대하기 위해 조직된 시민단체 '스톱 AAPI 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9일∼12월 31일 아시안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범죄 건수는 2808건에 달했다. 이 중 한국계 피해 사례가 15.1%를 차지했다. 폭력 형태별로는 언어 폭력(70.9%), 무시 및 기피(21.4%), 신체 폭력(8.7%), 기침과 침 뱉기(6.4%) 등이다.
과거에도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인종차별, 혐오범죄가 종종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이를 정치화했다. 그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인종차별을 부추겨 문제를 더 악화시켜 놓았다. '백인 우월주의'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라는 민감한 시기에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고, 미국이 세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등 대응에 실패하자 책임을 회피하고자 '중국'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그의 "중국 바이러스" 발언은 미국 내에서만이 아니라 국제적인 차원에서 비판과 자제 요청이 쏟아졌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퇴임할 때까지 사용했다.
미 하원에 '혐오 범죄 규탄 결의안' 제출...한국계 미셸 스틸 의원 공동 발의
최근 아시안계들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특히 범죄가 증가하자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화당 미셸 스틸 의원(캘리포니아-48)과 민주당의 케이티 포터(캘리포니아-45) 의원은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가 추세에 있는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 규탄 결의안(resolution condemning hate crimes committed against Asian-American and Pacific Islanders)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스틸 의원은 한국계 의원이다. 이 결의안은 켄 캘버트, 루 코레아, 앨런 로웬탈, 애슐리 힌슨 의원 등도 공동 발의자로 참가했다.
스틸 의원은 "차별에 반대해 싸우는 것은 미국 문화의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며 아시안계를 향한 차별과 증오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우리는 특히 이 어려운 시기에 이웃들을 돕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증오에 대항해 싸우는 것은 초당적인 이슈"라고 법안을 발의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포터 의원은 "오렌지 카운티의 모든 가정이 차별과 증오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며 "코로나-19 전염병은 아시안계 미국인들과 태평양 섬주민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폭력의 급증을 가져왔고, 일부 선출된 지도자들에 의한 허위정보로 인해 더욱 악화됐다. 의회가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이 결의안을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되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결의안은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미국한인연합회(FACE), 미국신앙과 공동체권력화회의(FACE), 미국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NAAPAC), 아시아태평양지역미국공공문제회의(APAPA) 등이 이 초당적 결의안을 지원했다.
존 림 미주한인정치행동 이사장은 "우리는 모든 혐오범죄와 폭력에 대한 신고를 장려하고, 예방을 강화하고, 문제 의식을 심화하기 위한 이 초당적인 결의안을 포함해 모든 정치적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송원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총장은 "이 결의안은 최근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 범죄에 대한 규탄 뿐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커뮤니티에 대한 연대이자 지지의 표시라는 사실"이라며 "의회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즉시 인식하고 연방 차원에서 모든 도시에서 더 이상 증오 범죄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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