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장관과 검찰 인사로 마찰을 빚어 사의를 표명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기로 했다. 완강한 사퇴 의사를 물리고 복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지만, 신 수석 거취의 결정권을 쥔 문 대통령에게 법무부와 청와대 갈등의 공이 넘어간 형국이 됐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신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고 직무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휴가 기간 중에도 사의 의사를 굽히지 않았던 신 수석의 강경한 태도와 비교하면 유연한 입장으로 물러난 것이다.
신 수석의 입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이 여러 차례 사의를 표시할 때마다 반려한 점을 미루어 보아 신 수석의 복귀를 지시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 문제) 정리라고 생각한다. 일단락됐다고 봐달라"고 했다.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급 인사 발표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이 배제된 데 대해 반발해 사의 표명 후 거취를 고심하며 이틀간 휴가를 낸 신 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 출근해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수석은 휴가 중 지인들에게 "이미 저는 동력을 상실했다"며 복귀가 어렵다는 취지로 밝히기도 했던 터라 복귀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다시 업무에 복귀할 뜻을 밝힌 데 대한 배경에 촉각이 모인다.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은 신 수석의 휴가 기간 동안 물밑에서 설득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말 동안 여러 보도가 있었는데 여러 설득 작업을 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특히 "신 수석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힌 박 장관이 직접 설득에 나섰는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신 수석의 거취 문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된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 결과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7일 박범계 장관이 주도한 인사가 신 수석과 이견을 보이는 중에도 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발표돼 크게 논란이 된 만큼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에선 검찰 입장이 일정 부분 수용될지가 관건이다.
새로운 민정수석을 물색하지 않고 신 수석을 유임하면서도 중간간부급 인사를 박범계 장관 주도의 인사안으로 관철할 경우, 신 수석은 자리를 지키더라도 위상이 유명무실해진다. 반면 이번 인사의 핵심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측근들이 주요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법무-검찰 갈등은 진화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박범계 장관의 처지가 옹색해진다.
이처럼 박 장관과 신 수석의 위상이 걸린 문제로 불씨가 커진 검찰 중간간부 인사 논란과 관련해,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는 "더 이상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와 대검의 의견이 대립하지 않고 안정적 협력관계가 회복되길 바란다"고 법무부에 불편한 심기를 표했다.
조 차장검사는 "지난번 검사장급 인사 과정에서 발생한 민정수석의 사표 파문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중요 사건의 수사팀과 중앙지검 보직부장들의 현 상태를 유지하는 한편, 사직으로 발생한 공석을 채우고 임의적인 '핀셋 인사'를 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청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한편 청와대는 지난 7일 검찰 인사 발표 당시 박 장관이 문 대통령의 재가를 거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신 수석이 감찰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신 수석의 입으로 감찰을 건의드린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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