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6일 실시될 코로나19 국내 첫 백신 접종 대상자가 65세 미만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종사자 및 입소자로 결정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자 대상 효과가 불투명함을 고려해, 고위험시설의 바이러스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단장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소자, 종사자 중 65세 미만인 27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차 접종이 시작된다.
전체 1720개의 요양병원에서 종사자 13만7000여 명, 입원환자 3만여 명가량이, 전체 4153개 요양시설에서 종사자 9만여 명, 입소자 1만1000여 명가량이 첫 접종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65만 요양병원·시설 관계자 중 37만여 고령자는 '다음에'
첫 접종자가 이 같이 정해진 이유는 고위험시설을 보호하면서도, 가장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시설 내 면역력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고령층이 집중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국내 첫 백신 접종 대상지로 선정돼야 한다는 점에는 사실상 이전부터 이견이 없었다.
문제는 국내 첫 도입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의 고령층 대상 효능에 의문이 있다는 점이었다. 독일 등 일부 국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군을 고령층을 제외한 이들로 한정한 배경이다.
이미 지난 11일 국내 예방접종전문위원회도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백신 효능(효과성)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입증이 부족하고, 식약처 품목허가 시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사용상 주의사항 기재가 정해"졌다는 점을 근거로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의 백신 수용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다만 예방접종전문위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 고령자에서도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되었고, 중증질환 및 사망 예방효과도 확인되어 중증 진행과 사망 감소라는 예방접종 목표에 부합하는 백신"이라는 점은 명확히 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효과가 확실하다는 점을 뒷받침할 데이터가 부족하니, 일단 임상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된 65세 미만 연령층부터 접종할 필요성이 부각된 셈이다. 이에 추진단이 결국 고령층을 보호하면서도 임상 데이터가 확실한 저연령의 요양시설 및 요양병원 종사자만을 접종 대상으로 하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와는 상반된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0일 WHO 자문단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고 "65세 이상자에게도 그 백신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한 것은 맞지만, 해당 연령층의 접종 반응이 더 어린 연령층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백신의 접종 대상 전 연령층에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관해 정은경 추진단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65세 이상에 대해서도 안전성은 이미 확인됐고, 항체 형성 등 면역원성 효과도 확인된 건 사실"이라면서도 "백신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임상시험의 참여자가 660명으로 적었고, 접종군과 대조군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숫자가 너무 적어서 통계적으로 이러한 효과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도출하기가 어려웠다는 점들이 고려가 됐다"고 이번 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정 단장은 이어 "이런 효과에 대한 임상적인 정보들이 조금 더 확인된 이후에 순차적으로 접종하는 게 훨씬 근거를 가지고 접종할 수 있겠다는 의견들을 (자문단이) 주셨다"며 "이에 따라 65세 미만을 우선 접종하고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정보를 확인한 후에 접종을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입원 및 입소자 총 65만여 명 중 첫 접종 대상자 27만여 명을 제외한 65세 이상 고령자 37만여 명의 접종은 미뤄지게 됐다.
정 단장은 "백신 효능에 따른 추가적인 임상결과가 확인되면 예방접종전문위의 심의를 거쳐서 (고령자) 접종 일정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현재로서는 65세 이상자는 2분기 접종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정 단장은 "65세 이상 입소자와 입원환자, 종사자 접종을 미루게 된 점에 대해 방역당국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지만 현재 요양병원, 요양시설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보면 장기입원 및 입소자보다,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종사자를 통해 감염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저연령층 우선 접종을 통해서도 "집단시설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유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으리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코백스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의료진에 투여
추진단은 이날 26일 첫 접종자 이후의 예방접종 순서도 아울러 구체화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대상자 접종 이후인 3월부터는 고위험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 35만4000여 명, 코로나19 대응요원(방역, 역학조사, 검사 및 검역 요원 등) 7만8000여 명의 접종이 시작된다.
이와 별개로 이달 말부터 3월 초 사이 국내에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국내 도입 후 곧바로 중앙 및 권역예방접종센터로 이송되고, 약 5만5000여 명의 코로나19 환자 치료진이 이를 접종 받는다.
접종 우선 대상군은 국립중앙의료원(중앙), 순천향대학교 천안병원, 양산 부산대학교 병원, 조선대학교 병원(이상 권역), 대구‧경북 지역예방접종센터(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이상 지역)이다.
다만 코백스 퍼실리티 물량의 경우, 아직 국내 도입 일정이 확정된 게 아닌 만큼 변수는 남아 있다.
정 단장은 "아무래도 국제기구에서 굉장히 많은 국가들과 동시에 행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하므로 공급시기를 포함한 행정 절차가 지연되는 면이 있다"며 "계속 개별적으로 계약과 공급시기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정부가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도입하는 첫 물량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9만6000 도스, 화이자 백신 11만7000 도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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