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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후발주자 한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 백신 접종, 지금은 유연성이 필요하다

케이방역(K-방역)의 핵심 원칙은 투명성과 신속성이다. 투명성은 신뢰를 낳고 신속성은 빼어난 효과를 선사한다. 투명성이 없으면, 즉 불투명하거나 감출 경우에는 온갖 유언비어와 가짜뉴스가 판을 칠 위험성이 높아진다. 투명성은 정부 지침을 국민이 잘 따르게 만든다. 지금까지의 우리 코로나 방역 성적표가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여기에 신속성 또한 케이방역이 세계에서 주목받게 만든 으뜸 요인이었다. 코로나가 확산될 대로 확산된 뒤 아무리 강력한 조치를 취하며 접촉자를 뒤쫓고 격리해보아야 별 효과가 없다. 조기에 동선을 알아내 격리하고 감염자는 격리·치료함으로써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지금까지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검사-추적-격리로 이어지는 열정적이고 헌신적인 방역당국과 의료진, 그리고 시민의 협조로 케이방역의 우수성과 모범성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이러한 원칙은 코로나 백신 접종에서도 그대로 계승·발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특히 선진국에 견줘 백신 확보와 접종이 많이 늦어졌다. 이미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지난해 12월부터 본격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의 경우 전체 인구 가운데 30% 이상이 1차 접종을 끝냈다. 그 결과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신규 확진자가 줄어드는 등 백신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적어도 백신 접종 신속성 면에서는 우리가 확실히 후발주자임에는 틀림없다.

신속 접종 국가 확진자 줄기 시작, 한국은 후발국

우리는 늦어도 2월중으로 첫 접종을 시작한다고 했지만 아직 확실하지가 않다. 1분기 중으로 백신 접종을 본격 시작한다 하더라도 확보한 물량 자체가 대부분 하반기에 몰려 있어 우리 사회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대다수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잠재울 수 있는 전략은 백신 관련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전하는 것이다.

백신 확보와 접종과 관련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 일부 차질을 빚거나 최악의 경우 일정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애초 국민에게 말했던 백신 우선 접종 대상자와 백신 종류 등이 불가피한 사정 등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신속하게 제때 그 이유와 대체 전략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설혹 애초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 불가피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꾸 변명을 하거나 비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외려 독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찍 고령자와 집단시설 종사자 등에게 맞히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스위스,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사용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특히 노인에게는 맞히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이 백신 접종 시 신중을 기하라고 자문하면서 이 백신을 계획대로 접종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1분기 내지 2분기 안에 코로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여기던 사람 가운데 혹 제때 접종을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과 불만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다. 일부 언론과 야당 정치권은 이에 편승해 정부 당국을 공격하고 있다. 만약에 하나 이러한 반발이나 공격에 정부가 경직된 자세와 논리로 대응하면 이 문제는 해결이 아니라 늪 속으로 빠질 위험이 있다.

공급 불투명, 변이 바이러스 시대에는 유연성이 중요

백신 접종과 관련해 지금은 투명성·신속성과 함께 유연성이 무척 중요하다. 특히 우리가 공급받기로 한 백신이 제때 들어오지 않아 접종이 차질을 빚을 때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는 백신 주권이 없다. 이는 적어도 올해 안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내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상당하다.

유연성은 달리 말하면 열린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바다처럼 모든 강물과 내를 받아들이는 특성이 바로 유연성이다. 기존에 확보한 백신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아무도 걸어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이다.

설혹 면역 유효성이 높다 하더라도 지속성, 다시 말해 접종 뒤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면역 지속기간이 언제까지가 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몇 년 아니 1년 이상이라도 다행이지만 1년 미만이 되거나 최악의 경우 6개월이 지나면서 면역 효과가 떨어지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미국이나 영국 제약회사 등이 개발·제조한 백신뿐만 아니라 러시아, 중국 등에서 개발한 제품이라 할지라도 안전성과 유효성 면에서 별 문제가 없다면 이들 백신도 확보하는 유연성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중국 코로나 백신은 관련 임상자료가 미국과 영국 제약회사 백신에 견줘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도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국가에서 제조한 백신도 이미 많은 나라에서 접종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많은 실제 현장 데이터가 쌓이기 때문에 백신 확보 접종이 차질을 빚을 때를 대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을 내년이나 내후년에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백신의 다변화가 꼭 필요하고 중요하다.

정은경,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 도입 검토는 바람직

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백신 접종 전략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도입을 검토하고 노바백스 백신도 계약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은 유연성 측면에서 볼 때 매우 바람직한 자세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이들 백신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우리의 능력이 허락하는 한 철저하고 세밀하게 사전 검토를 해야 한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이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유효성이 조금 낮더라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자료를 보면 스푸트니크 백신은 92%라는 매우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어 우리가 도입키로 한 일부 백신보다 더 뛰어나다. 또 부작용 등도 우려할만한 수준이 전혀 아니다.

최근 전 세계에서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한 기존 백신의 유효성에 의문을 드러내는 전문가들이 일부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가 일부 사실로 확실히 확인된 바도 없거니와 설사 그런 우려가 일부 맞다 하더라도 접종을 기피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코로나 백신이 일부 변이형에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접종은 예정대로 해야 한다.

끝으로 백신 접종과 관련해 투명성과 신속성, 그리고 여기에 보태 유연성과 함께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한 정보나 가짜뉴스가 돌아다니거나 과장될 경우에는 즉각 올바른 내용과 효과적 메시지 전달을 통해 대중이 이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효과적 코로나 소통만이 불신과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이 때 중요한 것이 투명성과 신속성, 정확성, 반복성, 정밀성 등이다. 사소한 것이 점차 커져 나중에 소통 위기에 이은 방역 위기를 불러올 수 있음을 정부 당국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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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 박사는 <한겨레> 보건복지 전문기자를 지냈으며,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안종주의 위험 사회' '안종주의 건강 사회' '안종주의 위험과 소통' 연재 칼럼을 써왔다. 석면, 가습기 살균제, 메르스 등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보건 및 환경 보건 위험에 관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석면, 침묵의 살인자> <위험 증폭 사회> 등 다수가 있으며,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해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 <코로나19와 감염병 보도 비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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