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에 입사해 교육을 받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주민등록번호 몇 개를 프린트해서 주고 이걸로 개인정보를 조회해보라고 했습니다. 소득, 재산, 가족관계, 출국기록, 군필 여부, 다니는 회사 다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000만 명 가입자를 가진 국내 최대 공공기관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민간 도급업체에 일괄 위임해 맡겨두고 있었습니다."
김영숙 건보공단 콜센터지부장의 말이다.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도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와 마찬가지로 국민의 개인정보를 다룬다. 연금공단과 근로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의 일환으로 직접고용됐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는 여전히 민간 도급업체 소속이다.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보건의료단체연합, 다산인권센터 등 109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4일 건보공단 서울강원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보공단을 향해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상담사들은 이날로 직접고용 요구 파업 4일 차를 맞았다.
참가자들은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들여다보고 건강보험과 관련한 핵심업무를 수행하는 상담사를 민간 도급업체로 고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109개 시민사회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 모두는 건보공단으로부터 충분한 공적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고 건보공단이 공공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감시할 의무가 있다"며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2월 1일 파업에 돌입하고서야 우리는 건보공단 업무가 민간에 위탁되어 있고 그것이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입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공단에서 수행하는 건강보험 자격, 보험료, 보험급여, 건강검진,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하여 4대 사회보험 징수통합과 관련된 업무 등 1060여 개 업무가 현재 민간에 위탁되어 있다"며 "이 업무는 건보공단의 핵심 업무이며 민간에 위탁할 수 없는 업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우리는 건보공단 고객센터 노동자의 파업을 지지하며 공단이 고객센터 직영화를 수용하기를 요구한다"며 "그것이 가입자와 노동자의 권리 모두를 보장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이날 민간 도급업체가 고객센터 업무를 운영하는 방식도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저희 상담사들이 국민들이 묻는 정보를 제대로 안내하고 싶어도 민간 도급업체는 상담 수를 근거로 계산기만 들이민다"며 "건강보험 관련 정보를 제대로 하는 상담사가 아니라 어떻게든 전화를 빨리 끊는 식으로 많은 상담을 해내는 상담사가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라고 고발했다.
김 지부장은 "국민이 원하는 건보공단 고객센터의 역할이 빨리 많은 상담을 소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희 상담사들은 '우리는 개인정보를 자신 있게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는 가운데 자세하고 정확한 상담을 하며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태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집행위원장은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의 업무는 국민의 안전하게 살 권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며 "이런 중요한 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를 당연히 건보공단이 직영화해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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