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문제, 환경문제, 빈부격차 등 사회적 환경 악화와 코로나 팬데믹이 만나면서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기존의 주주자본주의가 직원, 고객, 공급자, 채권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기업들에 대한 변화의 요구는 실제로 소비자들의 착한소비라는 소비행동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들의 가치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그러한 가치를 체화한 착한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나타난 것이 기업들의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 혹은 착한기업마케팅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탐스슈즈, 노드그린 등 다양한 예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오뚜기가 대표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착한 기업으로 인식되는 오뚜기는 갓뚜기(GOD 신 + 오뚜기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으며 오랫동안 농심이 지배해 오던 라면시장에서 농심을 위협할 만큼 급성장했다. 하지만 착한기업마케팅이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진정성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필자)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오던 기후변화문제, 환경문제, 빈부격차 등 사회적 환경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여, 자본주의를 바라보는 틀 또한 기존의 자본주의 핵심이라고 인식되어 왔던 주주자본주의에서 직원, 고객, 공급자, 채권자, 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행복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World Economic Forum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비전을 담은 2020 다보스 성명서를 발표했고, 코로나 이전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usiness Round Table)은 기업이 고객,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그리고 주주 가치창출에 기여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 생존과 성장에 있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면서 기업들은 ESG(환경적 책임 Environmental responsibility, 사회적 책임 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 Governance) 리포트를 기존의 재무제표에 포함시켜 보고하고 있다.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성장이 지속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모든 흐름은 결국 기업이 사회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의 존재로서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명령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들 또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수용하여 자신들의 경영철학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최근에 기업시민을 기업의 근본 철학으로 삼은 포스코와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며, 정관 서문에 "회사는 경제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SK가 있다. 포스코는 2019년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이에 따른 경영비전을 'With POSCO, We're the POSCO'로 정하고, 포스코의 개혁방향을 Business with POSCO, Society with POSCO, 그리고 People with POSCO로 삼았다. 포스코 설립 이후의 핵심이념이었던 '제철보국'을, '기업시민'으로 바꾼 것이다. 포스코의 기업시민은 생산활동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적 구성체의 일원으로서의 기존 역할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로 바꾸겠다는 철학적 변화라고 이해할 수 있다. 기존의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사회적 책임 활동이 아니라, 본연의 기업활동을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시민의 관점에서 수행하여,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선순환적인 방식으로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또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기술과 제품을 가진 소셜벤처와 사회적경제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아이디어를 자신들의 제품과 서비스에도 반영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회적 환경의 변화는 이처럼 기업들의 생존방식과 사업방식에 많은 변화를 요구한다. 교육, 문화, 사회봉사 등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관점에서 수행되어 왔던 기존의 사회적 책임 활동들보다 더 넓은 범위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한다. 과거 주주자본주의에서처럼 기업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해서 주주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주체가 아니라, 기업이 사회속의 존재로서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에 대한 변화의 요구는 실제로 소비자들의 소비행동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소비의사결정을 할 때, 제품이나 서비스만 잘 만들어 파는 기업인가라고 묻는 대신에 창업자나 경영자가 선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기업이 세금을 잘 내고 경영을 투명하게 유지하고 있는지, 협력업체와 상생은 잘하는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거나 사용하는지 등을 따져본다. 매일경제신문의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브랜드를 선택할 때 착한 기업인가 아니면 갑질 기업인가 등의 브랜드 이미지를 가장 많이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기존에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활동으로 수행해온 윤리적 생산이나 수익금 기부 등 활동보다는 기업들이 평소에 만들어 온 전반적인 이미지가 소비자들의 선택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러한 경향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과는 상관이 없이 자신들이 발굴한 착한 기업을 스스로 홍보해주는 현상으로까지 확장된다. 예를 들어, LG, 교보생명, 유한양행, 동화약품, 오뚜기 등은 과거에 전 재산을 바쳐 혹은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지원했다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이 없거나 혹은 아예 비정규직을 두지 않거나, 생활필수품 영역에서 몇 년째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발굴하고 구전해 주는 기업들이다.
이런 소비자들의 소비행동 변화는 착한 소비라고 불린다. 자신들의 가치 실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그러한 가치를 체화한 착한 기업을 선호하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추행이나 성폭행 등 성과 관련한 이슈나 동물실험 등 이슈에는 20대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위생적이거나 비윤리적인 생산활동으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동이나 친일 행동, 협력업체 갑질 등의 이슈에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기업들이 사회 일원으로서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태도로 소비자들의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착한 소비와 착한기업마케팅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만큼이나 다양한 방법으로 나타난다.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윤리적 생산인지 비윤리적 생산인지를 꼼꼼하게 따지는 소비자, 공정무역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 자신이 구매하는 제품의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제품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형태는 트위터, 블로그, 뉴스 등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이 언급하는 단어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최근 들어 착한 소비와 관련한 언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소비자들의 착한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나타난 것이 기업들의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다. 코즈는 대의라는 의미로 기업들이 보다 큰 명분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코즈마케팅은 기업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이를 기업의 성과로 연결시키려는 활동을 말한다. 다시 말해, 기업이 자신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차원이 아니라, 환경문제, 기후변화, 빈곤문제, 보건의료문제 등의 사회적 문제를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해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인식에 변화를 주어 소비자들의 자발적 구매를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코즈 마케팅은 미국의 신용카드 업체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가 처음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 고객들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1센트를, 신규 고객들이 서비스에 가입할 때마다 1달러를 자유의 여신상 보수공사에 기부하는 마케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1984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의 카드 사용률은 28%가 증가했고 신규 고객은 45%가 증가했다. 이러한 성공적인 마케팅으로 총 170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아 자유의 여신상 복원 사업에 기부했다.
또 다른 사례는 탐스슈즈(Tomsshoes)가 One for one이라는 이름으로 실행했던 프로그램이다. 탐스슈즈는 100여개의 기빙파트너(Giving Partners)들과 함께 일대일 기부 방식인 One for one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고객이 탐스슈즈의 신발을 한 켤레 사면 빈민가의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방한부츠, 방수 슬립온, 스포츠 신발 등을 아이들에게 직접 기부하는 캠페인이다. 캠페인 실시 이후 6,000만 켤레가 넘는 신발이 기부된 것으로 나타났다. 탐스슈즈의 신발기부는 단순히 기존에 만들어진 신발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받는 국가에서 기부될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이다. 탐스슈즈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안경, 커피, 가방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에 따라 시력회복을 위한 수술을 지원하거나 안경을 처방해 준다든지, 식수를 공급한다든지, 산모의 출산을 지원한다든지 하는 방식이다. 탐스슈즈의 이러한 마케팅 프로그램이 성공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연스러우면서도 투명한 운영 때문이다. 고객들은 자신들이 탐스슈즈에서 제품을 구매할 때, 어떤 물품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기부되는지를 선명하게 알 수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인해 탐스슈즈는 매우 강력하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브랜드 파워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또 다른 사례는 덴마크의 디자이너 야콥 바그너의 디자인을 채용한 노드그린이라는 시계 브랜드이다. 노드그린은 북유럽 스타일의 미니멀 디자인을 통해 덴마크인이 가진 중요한 가치인 함께 나누는 행복을 추구한다. 노드그린은 '하나의 시계, 하나의 꿈'이라는 마케팅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노드그린의 시계를 하나 구매하면 식수, 교육, 환경 중 하나의 분야를 선택하여 기부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구매한 시계 뒷면의 시리얼 번호와 시계 상자 안에 적힌 ID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갓뚜기 신드롬과 착한기업 마케팅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착한기업 마케팅이 상당히 중요한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 중에 대표적인 것이 오뚜기의 사례이다. 오뚜기는 갓뚜기(GOD 신 + 오뚜기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으며 오랫동안 농심이 지배해 오던 라면시장에서 농심을 위협할 만큼 급성장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식품 상장기업 62개를 대상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하였는데, 오뚜기는 2020년 5월 CJ제일제당, 농심 등을 제치고 브랜드평판지수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계속 3위권 내에 자리하고 있다.
오뚜기가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오뚜기 창업자인 함태호 회장 사후 유산상속 과정에서 지분 상속에 대한 상속세 1,700억을 가감없이 납부하겠다고 선언하면서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지분상속을 위해 많은 편법을 동원한 사례로 인해 고객들의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서, 상속세 전체를 가감없이 납부하겠다고 밝힌데다가 선대 함태호 회장의 숨은 선행이 드러나면서 갓뚜기라는 별칭을 얻게 되었다. 오뚜기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인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후원은 함태호 선대 명예회장(1992년) 때부터 진행해온 것으로 함영준 회장이 물러난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오뚜기가 후원하고 있는 심장병 어린이는 5,185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내 기업인 초청한 간담회에 오뚜기가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하면서 오뚜기의 착한기업 이미지는 크게 확산되었다.
실제로 오뚜기는 비정규직을 거의 없애고 정규직 채용을 확대해 왔으며, 2008년 이후진라면, 스낵면, 참깨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의 출고가를 12년째 동결했다. 오뚜기의 정규직 비율은 거의 99%에 이르고 비정규직은 시간제 사무보조직인 촉탁 근로자들이다. 시간제 사무보조직은 경력이 단절된 전업주부 등 전체 시간을 회사 일에 쓸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간제나 시간제 근무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국내 대표 라면 브랜드(5개입) 가격정보에 따르면 2020년 6월 기준으로 농심이나 삼양라면은 가격이 오른 반면 오뚜기 진라면은 오히려 가격이 내렸고, 절대 가격에서도 오뚜기 진라면이 가장 낮았다. 여기에 오뚜기가 전라남도 완도 다시마를 구입하여 오동통면을 생산하면서 상생협력을 잘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추가하면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결국, 오뚜기의 탁월한 성과는 오뚜기가 만들어 온 기업가치가 고객들이 추구하는 착한 소비라는 가치에 가장 부합한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객들은 특정 품목을 구매할 경우 오뚜기의 제품을 구매하면 스스로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한다고 생각한다.
실패한 착한 기업 마케팅
많은 기업들이 착한기업 마케팅을 수행하고 있지만 실패한 사례도 많다. 예를 들어 패스트푸드 기업인 맥도날드(McDonald)가 실시했던 어린이 비만 퇴치 운동은 취지는 좋으나 패스트푸드 기업 이미지와 상반되는 캠페인으로 인식되면서 실패했다. 맥도날드는 1990년대 초반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자 어린이 비만 퇴치캠페인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비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햄버거를 판매하는 맥도날드가 이러한 캠페인을 주도함으로써 오히려 불매운동을 촉발하고 슬로우푸드 운동을 확산하는 역효과를 낳게 되었다.
또 다른 실패사례는 KFC가 추진했던 치킨버킷 캠페인이다. 2010년 KFC가 주도했던 이 캠페인은 유방암을 상징하는 핑크색 버킷에 담긴 치킨을 구매하면 한 마리 당 50센트의 기부금을 유방암 예방을 위한 단체에 기부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이 마케팅 캠페인은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이유는 첫째 유방암과 치킨은 관련성이 없고, 둘째 치킨을 튀길 때 사용되는 트랜스지방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인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기업이 자신들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공익적 캠페인을 무리하게 추진하거나 진정성이 없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하는 경우, 아무리 선한 의도로 시작한 착한기업 마케팅이라도 실패하게 된다. 만약 사회적 공익을 위해 시작한 마케팅 캠페인이라고 주장하더라도 소비자들이 기업의 사익 추구를 위한 수단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소비자들로부터 배제당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착한기업 마케팅을 실천할 때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사회적 공익에 대한 기여의 진정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도 회사 이익에 공헌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착한기업 마케팅만으로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착한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어야 진정으로 착한기업 마케팅이 성공한다. 예를 들어 오뚜기의 경우, 코로나19라는 상황에 맞는 프리미엄 라면인 진짬뽕과 진비빔면을 출시하여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즉, 착한기업 마케팅도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본기가 탄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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