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미얀마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위원장 등이 이날 새벽 구금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 사실을 AFP와 <로이터> 등 외신에 밝힌 묘 뉜 NLD 대변인은 자신도 곧 구금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금 이유와 배후 세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외신들은 이 사태를 군부 주도의 쿠데타로 보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015년 총선 이후 문민정부에 권력을 이양해 왔다는 군부의 약속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군부가 권력을 좌우할 힘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NLD는 지난해 11월8일 총선에서 의회 476석 중 396석을 차지하며 5년전 총선 때보다 더욱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군부의 위성정당은 33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군부가 폭력에 기초한 실권을 유지해온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미얀마의 한 역사학자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사태가 전개될 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절망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는 "미얀마는 뿌리깊은 종족. 종교적 분열 속에 무기를 동원한 폭력에 젖어있는 나라로 많은 국민이 목숨만 겨우 부지하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수치 국가고문의 영욕에 대해서도 조명했다. 15년의 가택연금 속에 비폭력 민주화시위를 주도한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수치는 2015년 총선 이후 군부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군부가 자행한 소수민족 로힝야 학살의 증거가 쏟아지고 있는데도 군부를 옹호해 왔다. 이때문에 국제인권단체 등에서는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자로서의 수치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수치를 내세운 NLD가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하자 위협을 느낀 군부가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지난주 미얀마 군부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헌법은 폐기될 수 있다"며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했다. 수치 국가고문 등의 구금은 총선으로 새로 구성된 의회 개회식이 열리기 불과 몇 시간 앞둬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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