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도공)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16명이 해고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은 직접고용 파업 이후 현장지원직으로 고용됐으나 도공은 이후에도 이들에게 제기한 업무방해 등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던 것이다. 파업 과정에서 무단으로 도공 건물을 점거했다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검찰은 도명화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 지부장, 유창근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한국도로공사지회장 등 16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도공 측은 이를 근거로 지난 14일 이들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다.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체 인사규정에 따라 이들 16명을 직위해제한 뒤 업무에서 배제하고 기본급 30%을 삭감한 것이다.
해당사건의 판결에 따라 검찰 기소된 16명은 해고될 수도 있다. 도공 인사규정 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노동자는 당연퇴직된다. 업무방해죄 처벌 조항은 5년 이하 징역 혹은 15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민주일반연맹은 20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9년 톨게이트 노동자 직접고용 투쟁 당시 청와대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정당함을 인정하고 도로공사와 합의를 종용하면서 고소고발 취하를 약속했다"며 "그러나 국토부와 도공은 끝내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았고 심지어 1억3000여 만원대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일반연맹은 "2019년 투쟁의 책임은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을 무시하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자회사로 밀어 넣으려 한 청와대와 국토부, 도공에 있다"며 "집단해고를 발생시킨 장본인인 정부와 청와대, 도공은 현재 사태를 수수방관할 것이 아니라 이에 맞선 톨게이트 노동자에게 불이익이나 부당한 처분이 내려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1500여 명은 도공을 상대로 한 불법파견 소송의 상고심이 진행 중이던 2019년 6월 집단해고됐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설립된 도공 요금수납 자회사로의 전적을 거부하면서였다.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은 도공의 불법파견 사실을 인정하며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같은해 9월 10일 이강래 전 도공 사장은 '해고 인원 1500여 명 중 대법원 판결을 받은 300여 명만 직접고용하겠지만 나머지는 다시 법원 판결을 받아봐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일부 인원에 대한 불법파견 소송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인원에게도 이를 적용하는 노사관계의 일반적 관행과 다른 결정이었다.
도공의 입장 발표가 있던 날, 요금수납원 300여 명은 해고자 전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도공 김천 본사를 점거했다. 이후 불법파견 1, 2심에 계류 중이던 요금수납원에 대해서도 '도공이 이들을 불법파견했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랐다.
결국 지난해 5월, 직접고용을 요구한 요금수납원 전원은 현장지원직으로 도공에 직접고용됐다. 현재 이들은 휴게소, 졸음쉼터 청소 등 조무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도 지부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복귀 이후 현장에서는 현장지원직 대기실을 따로 두고 지사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등 기존 직원과 현장지원직 간 갈등을 유발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저희도 도공 직원으로서 정말로 애사심을 갖고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 지부장은 "지금처럼 회사가 현장지원직을 남처럼 대하고 징계를 계속하면 우리도 이를 거부하고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고 답답한 마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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