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간) 낮 12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워싱턴DC의 풍경은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는 축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백악관, 국회의사당, 링컨기념관, 워싱턴기념탑 등 주요 건물이 위치한 워싱턴DC 중심부에는 군 병력 2만5000명이 투입돼 경비를 서고 있으며 차량 통행을 금지했다. 이렇게 많은 병력이 워싱턴DC에 배치된 것은 남북전쟁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또 워싱턴DC 외곽에 차량 통행이 허용되는 지역도 진입하기 위해선 검문검색을 받아야 한다.
취임식이 진행되는 국회의사당 건물은 접근을 막기 위해 높은 철조망으로 둘러싼 데다 기어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전류가 흐르는 선을 철조망 윗부분에 설치했다. 또 차량 통행이 금지되는 지역에 해당하는 일부 지하철역에서는 정차하지 않으며, 19일과 20일에는 이 지역에서 자전거 이용도 금지된다.
지난 6일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 당시 쓰레기통에 버려진 폭발물이 발견됐기 때문에 주변의 쓰레기통도 모두 치워졌다.
바이든 당선인(이하 직함 생략)의 취임식은 원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행사 규모를 최소화시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이번 의회 폭동 사건으로 여느 취임식 때보다 몇배에 달하는 병력이 투입돼 삼엄한 경비 속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고, 때문에 너무나 손쉽게 트럼프 지지자들이 난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전 내통'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의회 폭동 사건 때문에 바이든 취임식을 앞두고 이처럼 워싱턴DC는 초긴장 상태다.
대규모 병력 배치, 이동 수단 제한, 삼엄한 경비와 검문 검색 등 때문에 취임식에서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진짜 문제는 의회 폭동 사건으로 확인된 극우 무장세력의 위협은 이제 출발선상에 선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선 상수가 된 위험이라는 사실이다.
CNN은 17일 "국회의사당 공격은 과거에 정부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일으켰던 어떤 사건보다도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내일의 음모는 지금 부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극우주의자들, 트위터-페이스북에서 내쫓기자 팔러로, 다시 텔레그램으로 이동
미국에서 극우주의 세력이 정치 세력화되는 과정에 소셜미디어(SNS)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트럼프가 '트위터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트위터를 통한 메시지 전파와 소통에 집착했던 것도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회 폭동 사태를 계기로 트위터는 트럼프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다. 페이스북도 바이든 취임식까지 트럼프 계정을 일시 정지시켰다. 유튜브도 뒤따라 일시 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트럼프 만이 아니라 폭력을 선동하는 일부 극우주의자들의 계정도 정지시켰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트위터 등이 대통령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경고문'을 붙이는 등 규제가 증가하자 극우주의자들은 팔러 등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주요 플랫폼으로 삼았다. 하지만 계시물에 대한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아 극우주의자들이 몰려왔던 팔러도 지난 10일 아마존으로부터 웹서비스를 강제 차단당했다.
그러자 이들 극우세력은 현재 텔레그램으로 대거 옮겨갔다고 CNN은 보도했다. 레미 본 텔레그램 대변인은 "폭력 사태와 관련된 많은 게시물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는 서비스 약관에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폭력에 직접적으로 호소하는 공개적인 게시물은 삭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의 접근성이 떨어지자 일부 극우주의자들은 아마추어 무선(HAM)과 사설 라디오 등을 통해 범죄 행위를 모의하고 있어, 이에 대한 경고 성명을 연방통신위원회가 17일 발표하기도 했다.
주의회 등 지역에서 산발적인 소규모 무장 테러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바이든 취임식을 전후로 한 극우 무장세력의 반발은 워싱턴DC 보다는 각 주의 주도 등 지역에서 폭발할 가능성이 오히려 높다고 FBI가 지난 주 경고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소규모 무장 세력들이 오하이오, 오리건, 텍사스, 미시간주의 주도에서 집결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면서 반트럼프 진영과 친트럼프 진영의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19개 주가 주 방위군을 주 의회 의사당에 배치했고 일부 주는 의사당을 잠정 폐쇄했다고 한다.
또 온라인 상에서 극우주의자들을 추적하는 전문가들이 더 크게 우려하는 것은 취임식 전후가 아니라 그 이후다. CNN은 전문가들은 무장한 민병대 세력이 다수 존재하는 미시간주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보면 의회 폭동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때 도움이 된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미시간의 극우주의자들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의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봉쇄 정책에 불만을 품고 총기를 들고 주 의회에 무장 난입해 점거 시위를 벌였다. 이들 극우 무장세력 중 일부는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해 살해하려는 계획을 온라인 등을 통해 논의하다가 연방수사국(FBI)과 검찰에 발각돼 같은 해 10월 체포됐다. 이들 극우세력은 휘트머 주지사 만이 아니라 랠프 노섬 버지니아 주지사도 납치 표적으로 삼았던 것으로 추후 드러났다.
의회 폭동으로 대규모 집회나 시위가 당분간은 어려워진 상황에서 극우 무장세력은 시기를 옅보며 주지사 납치 사건처럼 상징성과 충격은 크지만 소규모 인원으로도 가능한 테러를 기획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 극우세력의 정치적 리더는 당연히 트럼프다. <뉴요커>가 17일 공개한 지난 6일 의사당 내부 상황을 담은 동영상에 따르면, 의사당 내부에 진입한 폭도들은 의회 경찰들에게 당당하게 "우리는 트럼프의 지시를 받고 왔다. 트럼프는 당신들(경찰)의 보스다"라며 길을 막지 말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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