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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정부가 어쩌다 민주주의를 흔들었나?

[최창렬 칼럼] 레임덕 기로에선 文정부, 국정운영 기조 바꿔야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면서 새해 국면전환의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5년차의 문재인 정부가 레임덕의 늪으로 빠져들지, 임기 말까지 정권의 자존심을 유지해 나갈지는 온전히 정권을 운용하는 이들에게 달렸다.

박근혜 정권의 정경유착과 권력 사유화는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주문하는 충고와 비판을 무시한 필연적 결과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민심이 이반되는 데에도 박근혜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친박의 아전인수식의 시국인식은 바뀌지 않았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까지도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고 급기야 국정농단 사태를 맞이하면서 정권은 몰락했다.

역사는 반복하고 정권교체는 숙명이다. 단 재창출이냐 정권을 내주느냐의 정치공학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설령 정권재창출에 성공할지라도 권력의 속성상 새 정권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지난 정권에 대해 마냥 너그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지난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 핵심에서 강성 메시지로 정체성과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인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의 윤석열 검찰총장 탄핵론과 문 대통령의 윤 총장 징계집행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의 판시 이후 느닷없이 등장한 사법개혁론 등이다. 지금은 잦아들었지만 언제든지 여권 내에서 국면전환 카드로 부상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맹목적 지지자들인 극성 친문들의 비위를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는 정공법이 아니다. 특정 이슈로 정국의 주도권을 갖고 기선을 제압해서 상대를 압도하는 전략은 손자병법의 주요한 내용이지만 윤 총장 탄핵이나 사법개혁은 이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몇몇 의원들의 강경론 때문에 여권이 기선을 제압당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여론조사 흐름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촛불정부를 자처했던 정권이 민주주의 위기론의 근원이 되고 있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여론이 48.5%에 달하는 조사도 있었다(경향신문 12월 조사).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적지 않은 수치다.

국정수행 지율 하락의 차원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징후와 관련된다는 사실은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은 물론 지방권력을 장악한 정권이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조짐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정운영 기조의 변화를 시도한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으나 그 반대의 경우 레임덕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위기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왕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선 극성지지층을 의식하는 진영정치와 결별해야 한다. 중도로의 외연 확장 등의 선거공학적인 논리에서가 아니라 보편·타당이라는 중간 영역의 민심에 부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충실한 길이기 때문이다.

둘째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대의명분을 포장하는 인사들은 배제해야 한다. 강경파가 온건파를 압도하는 경향이 일반적이지만 이는 진영이나 조직 내부에 국한되는 이치이며 민주주의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부드러움은 강함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제어한다. 부드러움은 덕이고 강함은 적이다(유능제강 약능제강 柔能制剛 弱能制强)'. 병서인 <삼략(三略)>에 나오는 말이다. 강경 발언으로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여권 내에서 입지를 확보함으로써 차기 주요 정치 이벤트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행태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들의 낡은 수법이다.

시민들의 보편적 정서에 조응하려는 노력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대표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정치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초 여권 지지율 하락의 상당 부분이 과도한 검찰 압박에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검찰개혁을 앞세운 강성 발언이 이어진다면 궁극적으로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길 것이다. 권력정치와 진영정치는 갈등과 분열을 숙주로 자신의 기득권을 강화하는 퇴행의 정치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여권의 인적교체가 정국 쇄신과 국면전환의 변곡점이 되려면 국정기조를 바꿔야 한다. 진영에 매몰된 정치를 과감히 지양하고 주권자 다수가 향하는 곳을 지향한다면 선거승리는 그의 부산물로서 주어지겠지만, 반대의 경우 주권자는 지난 총선의 표심을 철회하고 야권에 승리를 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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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렬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다양한 방송 활동과 신문 칼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날카롭게 비판해왔습니다. 한국 정치의 이론과 현실을 두루 섭렵한 검증된 시사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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