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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교와 지도자 외면속에 날아간 부산체고 유도선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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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학교와 지도자 외면속에 날아간 부산체고 유도선수의 꿈

억울한 부상 2년 만에 언론 취재 들어가자 보험처리 약속...유망주 육성 철저히해야

2020년 12월 30일. A 선수를 만나면서 조용히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설계하려는 기자의 '소박한 꿈?'은 날아가 버렸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현실과 함께 지금도 A학생의 아픔이 진행형이라는 연민이 가슴을 아프게했기 때문이다.

A 선수의 사연을 듣는 시간동안([단독] 용인대 총장배 금메달 유도선수의 미래 앗아간 부산체고) 아직은 어린 여학생이 혼자 안고 가야 할 고통이 너무 커 보였다.

▲ 2018년 11월 28일 부상으로 인해 오른쪽 무릎을 수술한 후 남은 흉터. ⓒ프레시안(박호경)

A 선수는 중3이던 지난 2017년 용인대학교 총장기 전국 남녀 중고등학교 전국 유도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유망주였다. 하지만 부산체육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유도의 꿈을 접은 것은 물론 어린 소녀로서 감당하지 못할 상처를 입었다.

지난 2018년 2월 훈련 도중 왼쪽 무릎을 다쳐 인대가 파열됐다 6개월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학교 측의 눈총과 코치의 강요에 못 이겨 3개월만에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학교체육이 지향하는 성적 지상주의가 부른 참사였다.

A 선수의 악몽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그해 11월 28일 A 선수는 원하지 않는 남자 선배의 강요로 연습을 하던 중 오른쪽 무릎 인대마저 파열돼 3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운동선수가 훈련 도중 부상을 입을 수는 있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코치와 학교의 대응방식이었다.

A 선수가 두 번이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는데 그 누구도 A 선수에 대해 눈길이나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 병원에 데려다주지도, 입원 동안 안부를 묻지도, 심지어 법에 규정된 보험처리도 해주지도 않았다. 학교와 지도자는 학생이 다쳐 평생의 꿈인 선수생활을 접고 2년 동안 재활치료를 받는 고통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혼자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던 A 선수는 지난 2018년 12월 학교 측에 일반 학교로의 전학과 보험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전학만 이뤄졌고 보험처리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되지 않았다. 학교측이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은 사실은 어린 여학생의 가슴에 또다른 상처로 남았다.

​신축년 새해를 이틀 앞둔 2020년 12월 30일 A 선수를 만난 직후 곧바로 취재에 들어가면서 기자는 학교측이 A 선수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외면했는지 사실관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

2년동안 연락조차 없던 학교는 문제가 제기되자 A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 처리를 하기 위한 서류를 왜 제출하지 않느냐고 오히려 역성을 부렸다. ​사고를 그냥 뭉개고 2년동안 연락조차 없던 학교는 취재가 시작되자 A 선수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 처리를 하기 위한 서류를 왜 제출하지 않느냐고 닦달 한 것이다. 처음부터 사과보다는 A 선수에게 책임을 돌리는 행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기자는 곧바로 해당 학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상 2년이 지나서야 보험처리 서류를 제출하라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이며 취재가 시작되자 마지못해 연락한 것이 부산체고의 관례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

이에 당황한 학교장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면서 말을 돌렸다. 그는 다시 연결된 전화 통화에서 결국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잡고 학생에게는 피해가 더 이상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새해 1월 1일 부산시교육청은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A 선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주말에도 대처를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1월 4일에는 뒤늦게 사건의 심각성을 느낀 학교 관계자 2명이 A 선수를 직접 찾아 사과하고 보험처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과정에서도 A 선수의 사고 당시 유도부 코치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해명도 들을 수 없었다. 당시 유도부 코치는 첫 기사가 나간 후 6일 만에 다른 사람을 통해 일방적으로 A 선수가 입원 중인 병원에 찾아가 대면을 시도했다. 이런 사실을 피해자를 통해 들었을 때 2차 피해의 우려마저 가지게 했다. 참으로 씁쓸했던 연말연시였다.

일반 학교와 달리 체육특성화학교는 지도자나 학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지도자들에게 잘못보이면 선수 생활이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학교체육은 현장에서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훈육을 빙자한 폭력이나 외면 등이 일부 지도자들의 무기로 남아 있는 동안 그들은 선수로서 성장을 위해서 철저히 '을'로 살아야 한다. 이들의 학부모 역시 그 피해를 똑같이 짊어지고 있다.

A 선수의 사례가 어디 하나뿐이었는가. 이전에도 수많은 A가 있었고 그때마다 개선을 약속하고 재발 방지를 공언했지만 학교와 교육계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앞으로도 피해를 당하는 A는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훈련 중 부상을 입는 선수들에게 코치와 감독이, 학교가 더욱 철저하게 선수들을 관리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더 이상 유망주들이 부상으로 체육계를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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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경

부산울산취재본부 박호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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