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미국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북한의 인권 증진에 역행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이 논란을 바라보는 관점은 그 근거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우선 전단 살포 금지는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그리고 2018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한이 합의한 사항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대북 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금지한 것은 뒤늦게나마 남북한의 합의 사항을 준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가 박정희와 노태우 정권 때 합의된 것이라는 점에서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진영 논리로 바라보는 것도 무리가 따른다.
또한 2016년에 대법원은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 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킨다"며 "이러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하여" 이를 제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이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 역시 1925년과 1951년에 "표현이 위험을 가져올 경향이 있으면" 표현의 자유를 규제·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제 규범은 어떨까? 대표적인 국제 규범인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을 보면, 표현의 자유에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의무와 책임으로는 "타인의 권리 또는 신용의 존중,"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 보건, 도덕의 보호" 등을 명시해놓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는 규제 대상임이 명백해진다. 무분별한 대북 전단 살포가 접경 지역 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남북한의 무력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안보"를 저해하기 때문이다. 또한 검역 받지 않은 물품은 방역의 어려움을 가중시켜 "공중 보건"과 배치되고 음란물과 가짜뉴스를 담은 전단은 "도덕의 보호"와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유엔의 인권 규약 정신을 위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충실히 반영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엔 규약에선 표현의 자유 행사는 "특별한 의무와 책임"에 근거해 "일정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그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 규정"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자의적인 제한이 아니라 법률에 따른 제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민간항공협약(ICAO)에서 가입국의 허가 없이 타국 항공기가 가입국 영역 상공에서 비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ICAO는 항공기에 '무인기구', 즉 풍선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고,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자 ICAO 가입국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허가를 받지 않은 풍선을 북한 상공으로 보내는 것 역시 국제 규범에 저촉된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남북한의 합의, 한국의 헌법 및 대법원 판시, 그리고 유엔 규약과 ICAO에 모두 부합하는 것이다. 휴전 및 군사적 대치 상태라는 한반도의 '특수성'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표현의 자유 행사 규제와 주권 존중이라는 국제 규범의 '보편성'까지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대북 전단 살포 금지법은 표현의 자유 자체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식'을 규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국제 규범에도 부합한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을 문제 삼고 있는 미국 등 국제사회 일각의 움직임과 이들의 목소리를 맹목적으로 전달하는 데에 급급한 국내 일부 언론의 행태는 지나친 것이다.
진심으로 북한 인권의 개선을 바란다면 이를 제기하는 방식도 가급적 인권 친화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대북 전단 살포는 접경지 주민들을 비롯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결코 인권 친화적인 방식이 아니다. 전단 살포가 북한 내 인권 상황에 역효과를 낸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면, 다른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방식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인권의 이름으로 경제 제재를 정당화할 것이 아니라 인권의 이름으로 제재 해결을 추구하는 것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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