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이 보수야권에게 역동성의 기폭제로 기능할지, 반대로 후보 단일화 과정 등 단기적 이해에 매몰되어 패배의 원인으로 남을지가 선거 승패의 관건이다. 분명한 것은 안철수의 출현은 정당들 내부는 물론 여야 선거경쟁의 프레임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점이다. 이는 여야의 선거경쟁이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 대표는 기득권 정치 청산과 정치의 새 지평을 기대했던 유권자에게 희망의 상징이었던 때가 있었으나,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 등으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현저히 줄었다. 그러나 정치의 축이 집권연합에 일방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보수야권에게는 역동성을 제고하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과 전직 대통령 탄핵 사과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지율과 이미지에서 정체를 벗지 못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의 탄핵 반성이 보수세력의 합의의 과정과 역사에 대한 성찰이 전제되지 않은 사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극우 강경세력과의 결별도 담보하지 못한 사과 표명이 유권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고 시기를 놓친 기본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1야당의 무기력은 집권당 독주와 인과관계로 얽혀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정치실종을 증폭시킨다.
지금의 정당체제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가 아니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집권을 통해 정치엘리트로서 권력을 향유하는 것만이 최선이 된 정치문화에서 사회 갈등을 제도권에 반영하고 최소한의 상식과 보편이 관철되기 위해서 특정 정치세력의 독주는 막아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의 징계 집행이 법원에 의해 기각된 상황은 집권세력에게 성찰과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강고한 지지층은 위기의식으로 더욱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진영 이익에 함몰된 집권세력은 권력 재창출을 위해 중도 확장보다는 지지층 결집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무너지고 국정 최고권력자가 성역화 되는 순간 정치적 퇴행에 직면한다. 남미에서 출현한 위임민주주의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연결된다. 총선의 압도적 승리를 합의제 민주주의를 망각하고 다수결로 밀어붙여도 된다고 착각하는 현상이 위임민주주의의 전형적 행태다.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는 다른 나라 일이 아니다.
선거정치는 정치권력을 위한 쟁투라는 현실정치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선거 결과의 불가측 성을 전제함으로써 정치권력이 국민에게 복무하고 봉사할 수 있는 제도적 얼개로서의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지금의 집권세력은 강고한 팬덤 정치를 기반으로 과장된 자신감에 기반하고 있다. 자신감과 오만의 경계는 애매하다. 그 결과가 윤석열 집행정치 신청의 법원에 의한 인용이다.
선거가 회고적 투표와 전망적 투표의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갖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선거가 정권심판의 기제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선거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의힘 등 보수야권이 승리해야 한다는 명제와는 별개의 얘기다. 최소한의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핵심장치인 선거가 의미가 있기 위해서 지금의 일방적인 여권의 우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안 대표의 선거정치 복귀는 여야 모두에게 경계와 자기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야권의 후보결정 과정에 역동성과 유권자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출마선언의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야권의 후보단일화 과정이 역동성과 절제로 감동을 빚어낼 수 있느냐가 선거승패를 가를 것이다. 이념적 경계가 모호해진 정당체제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서울시장 선거가 진행되는 과정은 정권이 유발한 무리한 검찰총장 징계의 법적 쟁송 과정의 진행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청와대와 여당은 '회복할 수 없는'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 레임덕은 의외로 빨리 찾아올 수 있다. 검찰개혁이란 명분으로 정치적 우위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권의 시도는 무너질 것이다. 이미 사법부는 대통령의 결정이 내용과 절차 모두에서 심대한 흠결이 있다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선거공학이 어떠한 형태로 발현되어 나갈지 예단할 수 없으나, 사법부의 행정부 견제와 안철수의 선거참여가 퇴행의 정치를 멈출 수 있을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