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차기 서울시 지방정부를 '범(汎)야권 연립정부'로 꾸리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사실상 국민의힘 입당 요구에 선을 그은 발언이어서 야권 단일화 방법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예상된다.
안 대표는 21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온 국민을 상대로 싸움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권과 박원순 '유훈 통치'를 고집하고 있는 서울시"라고 비판하면서 "(박원순 시정) 10년의 적폐, (문재인 정부) 3년 반의 과오를 단시간 내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시민의 진정한 참여가 보장되고 범야권이 힘을 합친다면 못할 것도 없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안 대표는 "힘을 합쳐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정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다음 서울시 집행부는 범야권 연립 지방정부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공직자의 절제, 정직, 겸손에 동의하는 범야권의 건강한 정치인과 전문 인재들을 널리 등용하겠다"며 국민의당 소속이거나 자신의 주변 그룹을 넘어 국민의힘 쪽 인사들을 시정에 기용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그는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기운으로 서울시를 혁신하겠다"고 재강조하면서 "'연립 서울시 정부'를 통해 야권의 유능함을 보여주고,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를 "정권교체 7부 능선을 향한 다리"라고 표현했다.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도 나왔다. 안 대표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앞으로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험난할 것"이라면서 "그럴 때마다 범야권의 모든 분들은 '또다시 민주당에 서울시를 맡길 것인가', '정녕 문재인 정부 시즌 2를 원하는가'라는 것 하나만 생각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저도 늘 염두에 두고 깊이 생각할 것"이라며 "범야권이 이 점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논의할 수 있고 무엇이든 결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전날 출마 선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한다"며 열린 답변을 해 눈길을 끈 바 있다. 그는 단일화 방식에 대해 "유불리 따지지 않고 공정 경쟁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정권교체가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이해해 주길 바란다"며 진정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지도부에서도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안 대표의 '열린 마음'이라는 발언에 대해 "'어떤 방법은 절대 안 된다', '어떤 방법을 꼭 고집하겠다' 이런 입장이 아니라는 답변이었다"고 의미를 한정했다.
권 원내대표는 "통합·입당은 물론 단일화의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현재 국민의힘 의원들은 '통합과 입당을 해서 단일화를 하는 방법은 서울시민들의 인식에 비춰봐서는 더 좋은, 잘한 선택은 아닌 것 같다'는 부분에 대해 인식·판단을 공유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도 이날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입당하라는) 그런 의견을 김종인 위원장도 지난번에 말씀하신 걸로 기억하고, 또 국민의힘의 많은 분들이 '들어와서 하면 제일 무난하고 좋지 않겠느냐' 이런 의견들을 주시는데, 현재 그런 부분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장은 "구체적으로 저희가 검토한 것은 없고, 다만 개개인의 유불리가 아니라 후보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공정한 방식이라면 어떤 방식도 수용하겠다는 것이 안 대표의 기본 입장"이라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우리 경선에 들어와서 같이 하자. 그러면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할 수는 있는데 그것은 또 다른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관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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